전반전, 수원 FC 이승우에게 날아온 공을 몸 날려 막아내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민성준 골키퍼

전반전, 수원 FC 이승우에게 날아온 공을 몸 날려 막아내는 인천 유나이티드 FC 민성준 골키퍼 ⓒ 심재철


천성훈이 멋진 추가골을 터뜨린 직후 광고판을 훌쩍 뛰어넘어 서포터즈 품에 와락 안겼다. 골잡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골 세리머니를 단 2게임만에 해낸 것이다. 비교적 어린 나이로 멀리 독일(FC 아우크스부르크)까지 가서 뛰다가 자신을 키워준 인천 유나이티드 FC로 돌아와 8215명 홈팬들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천성훈의 2골을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비겼으니 그 기쁨이 반감된 셈이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2일(토)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3 K리그 1 수원 FC와의 홈 게임을 2-2로 비겼다. J리그 빗셀 고베로 떠난 스테판 무고사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독일에서 데려온 천성훈이 멋진 두 골을 터뜨리며 앞서나갔지만 수원 FC의 축구 도사 윤빛가람에게 슈퍼 골을 얻어맞고 휘청거린 것이다.

천성훈부터 윤빛가람까지 그림같은 골잔치

지난 일요일 춘천에서 강원 FC를 2-0으로 이기며 자신감을 되찾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다시 한 번 천성훈의 가능성을 믿고 선발 멤버로 내보낸 보람이 있었다. 게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멋진 데뷔골을 터뜨린 것이다. 수원 FC 주장 윤빛가람의 트래핑 실수를 놓치지 않고 에르난데스가 찔러준 스루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오른발 찍어차기 골(18분 51초)을 넣었다.
 
 딸과 아들을 양손에 데리고 은퇴식을 시작하는 김광석 선수

딸과 아들을 양손에 데리고 은퇴식을 시작하는 김광석 선수 ⓒ 심재철

 
비교적 이른 시간에 넣은 골은 이 게임 시작 전에 거행된 K리그 레전드 김광석(인천 유나이티드 FC 스카우터)의 은퇴식에서 나온 3-0 대승의 바람이 이루어질 것처럼 숭의 아레나의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K리그 데뷔 2게임만에 멋진 첫 골을 터뜨린 천성훈은 36분에도 제르소가 내준 공을 잡지도 않고 빨랫줄 유효슛으로 만들어 홈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최근 대전 하나시티즌, 전북 현대를 차례로 이기며 상승세를 탄 수원 FC는 결코 이대로 물러설 팀이 아니었다. 축구 도사로 불리는 선수들(라스, 무릴로, 이승우, 윤빛가람)이 즐비한 팀이라는 사실을 후반전에 입증한 것이다.

56분 46초에 수원 FC의 동점골이 나왔다. 상대 선수의 실수를 우리 팀의 결정적인 기회로 만들어내는 것이 축구장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첫 골이 수원 FC 미드필더 윤빛가람의 실수로 얻은 것이었듯이 수원 FC의 동점골도 인천 유나이티드 FC 미드필더 문지환의 실수로 얻은 것이다. 무릴로가 문지환을 압박하여 따낸 공을 이승우에게 연결했고 여기서 지체없이 왼발 크로스가 올라와 라스의 헤더 골이 터진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이 실점 후 2분 58초만에 천성훈이 다시 달아나는 멋진 추가골을 넣었다는 점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축구 도사로 자리잡은 신진호가 왼쪽 측면으로 시원하게 넘겨주는 오픈 패스부터 남달랐고 민경현이 돌아서서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를 천성훈이 수원 FC의 경험 많은 센터백 둘(이재성, 신세계) 사이에서 솟구쳐 기막히게 이마로 돌려넣었다.
 
 59분 44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천성훈의 헤더 추가골 순간

59분 44초, 인천 유나이티드 FC 천성훈의 헤더 추가골 순간 ⓒ 심재철

 
곧바로 추가골을 터뜨린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이대로 이길 것처럼 보였다. 내친김에 해트트릭을 노리는 천성훈이 두 차례나 더 득점 기회를 열었지만 왼발 슛(70분)은 아슬아슬하게 수원 FC 골문 오른쪽 기둥을 벗어났고, 헤더 슛(76분)은 아쉽게도 수원 FC 노동건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 잡혔다.

이렇게 천성훈에 취해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85분 27초에 나온 수원 FC의 동점골에 휘청거렸다. 라스가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들을 끌고다니는 사이에 축구 도사 윤빛가람과 무릴로가 기막힌 합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무릴로와의 2:1 패스가 높게 떴다가 떨어지는 타이밍을 찾아들어간 윤빛가람의 오른발 발리슛이 믿기 힘든 왼쪽 구석으로 날아가 그대로 꽂힌 것이다. 축구 도사들에게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하듯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비수들은 허망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76분에 천성훈 대신 들어온 김보섭이 종료 직전에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펠레 스코어 결승골을 노렸지만 수원 FC 노동건 골키퍼가 훌쩍 날아올라 홈 팀의 염원을 물거품으로 날려버렸다.
 
 85분 27초, 수원 FC 윤빛가람(흰 유니폼 14번)의 기막힌 오른발 발리슛 동점골 순간

85분 27초, 수원 FC 윤빛가람(흰 유니폼 14번)의 기막힌 오른발 발리슛 동점골 순간 ⓒ 심재철

 
비록 승점 1점만 나눠 가졌지만 천성훈이라는 뛰어난 골잡이를 확인하는 소득을 올린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8위가 되어 곧 이어지는 시즌 첫 주중 게임(25일, 화)으로 1위 울산 현대를 불러들이게 됐다. 6위 수원 FC는 그 다음 날(26일, 수) 오후 7시 30분 7위 대구 FC를 불러 캐슬 파크에서 만난다.

2023 K리그1 결과(22일 오후 7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2-2 수원 FC [득점 : 천성훈(18분51초,도움-에르난데스), 천성훈(59분44초,도움-민경현) / 라스(56분46초,도움-이승우), 윤빛가람(85분27초,도움-무릴로)]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제르소(86분↔김민석), 천성훈(76분↔김보섭), 에르난데스
MF : 민경현, 신진호, 문지환, 김준엽
DF : 델브리지, 김동민, 김연수
GK :  민성준

수원 FC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라스, 이대광(14분↔이승우)
MF : 무릴로, 윤빛가람, 박주호(70분↔김선민), 장재웅(14분↔오인표/46분↔이광혁)
DF : 정동호, 신세계, 이재성(60분↔잭슨), 이용
GK : 노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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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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