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이 도로공사를 꺾고 챔프전의 서전을 장식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9일 인천 삼산 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세트스코어 3-1(27-25, 25-12, 23-25, 25-18)로 꺾었다. 최근 5번의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을 차지한 확률은 80%(4/5)에 달한다. 흥국생명이 챔프전 우승을 위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45.90%의 성공률로 32득점을 올렸고 3세트부터 경기력이 살아난 김연경도 45.10%의 성공률로 26득점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의 쌍포가 58득점을 합작하는 사이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이 20득점으로 분전했지만 박정아가 10득점, 배유나가 4득점에 그치며 아쉽게 1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양 팀의 2차전은 오는 31일 저녁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충분한 휴식 취한 흥국생명의 초반 기세
 
 흥국생명의 주장 김미연은 14득점과 함께 58%의 서브리시브를 받아내며 1차전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흥국생명의 주장 김미연은 14득점과 함께 58%의 서브리시브를 받아내며 1차전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은 2021년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메레타 러츠와 이소영(KGC인삼공사), 강소휘로 구성된 삼각편대가 맹활약한 GS칼텍스 KIXX에게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챔프전에서는 정규리그 우승으로 챔프전에 직행하면서 충분한 휴식과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본단자 감독과 흥국생명 선수단이 챔프전 우승을 자신하는 이유다.

도로공사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했다. 도로공사는 세터만 이윤정으로 바뀌었을 뿐 대부분의 주전 멤버들이 4년 전과 동일하다. 반면에 흥국생명은 4년 전과 비교해 '쌍포' 김연경과 옐레나를 비롯해 주전 멤버 절반 정도가 달라진 상황이다. 물론 도로공사 선수들은 4년 전에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겼던 핑크 유니폼의 흥국생명을 상대로 설욕에 성공하면서 통산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이원정 세터가 복귀한 흥국생명은 옐레나의 공격과 김연경의 서브득점으로 1세트 초반 흐름을 잡았다. 도로공사 역시 캣벨의 블로킹과 공격득점, 박정아의 후위공격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양 팀은 점수를 주고 받으며 세트 후반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양 팀은 1세트부터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25-25에서 흥국생명이 옐레나와 김연경의 공격득점이 터지면서 귀중한 1세트를 가져갔다.

도로공사에 비해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음에도 1세트를 따낸 흥국생명은 2세트에서도 옐레나의 공격과 김미연, 김나희의 블로킹 등으로 1세트의 흐름을 이어갔다. 도로공사는 전새얀과 안예림, 김세인을 투입하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지만 상승세를 탄 흥국생명의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결국 흥국생명은 세트 내내 적게는 5점, 많게는 10점 이상의 일방적인 리드를 유지하며 13점 차이로 여유 있게 2세트까지 따냈다.

조용하지만 강했던 '캡틴' 김미연의 활약
 
 한국에서 봄 배구 데뷔전을 치른 옐레나는 명불허전의 기량으로 양 팀 합쳐 최다득점(32점)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봄 배구 데뷔전을 치른 옐레나는 명불허전의 기량으로 양 팀 합쳐 최다득점(32점)을 기록했다. ⓒ 한국배구연맹

 
마지막 세트에 몰린 도로공사는 3세트에서 전새얀의 서브득점과 캣벨, 정대영, 문정원의 블로킹 등을 묶어 리드를 잡았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공격과 이주아의 서브득점을 묶어 스코어를 뒤집었지만 도로공사도 캣벨의 연속득점으로 흥국생명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접전을 이어갔다. 도로공사는 세트 후반 신인 이예은의 서브순서 때 연속 4득점을 올리며 기세를 올렸고 25-23으로 3세트를 따내면서 기사회생했다.

3세트를 내주며 셧아웃 승리를 놓친 흥국생명은 4세트에서 박정아의 범실과 김연경의 연속 5득점을 묶어 다시 한 번 초반 리드를 잡았다. 비록 2세트 같은 일방적인 우세는 아니었지만 흥국생명은 4세트에서도 중반까지 3~5점 차의 리드를 꾸준히 유지했다. 그렇게 경기를 주도하던 흥국생명은 세트 후반 김미연의 공격과 옐레나의 연속 후위공격으로 점수 차를 벌리며 25-18로 4세트를 잡고 1차전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정규리그에서 옐레나와 김연경은 무려 59.47%의 공격점유율을 합작했다. 흥국생명의 공격 10개 중에서 6개는 두 선수에게 향했다는 뜻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상대의 블로킹과 수비 역시 옐레나와 김연경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1차전에서 흥국생명의 이원정 세터와 김다솔 세터는 주장 김미연에게 역으로 많은 공격을 집중시키면서 도로공사의 수비와 블로킹을 흔들었다.  

실제로 정규리그 공격점유율이 14.88%였던 김미연은 1차전에서 21.69%의 공격 점유율과 함께 블로킹 1개를 포함해 36.11%의 성공률로 14득점을 기록하며 흥국생명 1차전 승리의 숨은 공신으로 활약했다. 이날 김미연은 리시브 효율이 22.22%에 머물렀지만 무려 58.44%의 리시브 점유율을 기록하며 도로공사의 목적타 서브를 온 몸으로 받아냈다. 김연경과 김해란 리베로의 리시브 부담을 덜어준 '캡틴' 김미연의 보이지 않는 희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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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챔피언 결정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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