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달 동안 도장을 찍지 못했던 정찬헌이 정규시즌 개막을 5일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마쳤다.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에 남는다.

키움은 27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 구단 사무실에서 FA 정찬헌(33)과 계약기간 2년, 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 옵션 최대 2억 6천만 원 등 총액 8억 6천만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렸다.

우여곡절 끝에 키움과 다시 손을 잡게 된 정찬헌은 계약 이후 "(키움) 구단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구단에서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계약 소감을 전했다.
 
 27일 오전 키움과 FA 계약을 체결한 투수 정찬헌

27일 오전 키움과 FA 계약을 체결한 투수 정찬헌 ⓒ 키움 히어로즈

 
미아 위기서 벗어난 정찬헌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1번)에서 LG 트윈스에 지명 받아 프로 첫해부터 1군에서 활약한 정찬헌은 2021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이적 이후 11경기서 56⅓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하며 시즌 후반 키움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에는 20경기에 출전해 87⅓이닝 5승 6패 평균자책점 5.36을 기록했다. 선발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포스트시즌에서는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이후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없었다.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졌다.

FA 자격을 얻고 나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팀 입장에서 선발 한 자리를 맡길 수 있는 선수이지만, 키움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키움이 '사인 앤 트레이드'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진 이후에도 상황이 바뀐 게 없었다.

결국 정찬헌은 2월까지도 행선지를 찾지 못한 채 독립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어 온 그는 이달 초부터 독립구단 성남 맥파이스에 합류해 실전 피칭을 소화하는 등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키움 구단에 따르면, 정찬헌 측은 구단에 계약기간 2년에 계약금 1억 5천만 원, 연봉 1억 원, 옵션 최대 1억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구단은 정찬헌의 선수로서의 가치를 평가해 선수 측 제시액보다 더 큰 규모에 계약했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정찬헌이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시기를 겪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찬헌이 이러한 시간을 밑바탕 삼아 선수단과 구단, 팬들이 같이 가고자 하는 길에 많은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키움과 FA 계약을 체결한 투수 정찬헌

27일 오전 키움과 FA 계약을 체결한 투수 정찬헌 ⓒ 키움 히어로즈

 
이제 본인의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 정찬헌

선수도, 구단도 계약을 끝냄으로써 한숨을 돌렸다. 이제 남은 것은 선수 본인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 이번 계약에 포함된 '최대 옵션 2억 6000만 원'이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본인이 잘해야 옵션을 충족할 수 있다.

다시 키움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정찬헌에게 선발 한 자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이미 선발진은 포화 상태다. 안우진, 에릭 요키시, 아리엘 후라도, 최원태, 최근 5선발로 낙점된 장재영까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다시 말해서, 선발진에서 부상이나 부진 등으로 공백이 생기지 않는 이상 정찬헌은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할 것이 유력하다. 또한 독립리그서 계속 공을 던졌다고 해도 시범경기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던 만큼 몇 차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정찬헌이 잘하면 코칭스태프로선 마운드 쪽 선택지가 늘어나기 때문에 '대환영'이다. 일단 선발이든, 불펜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팀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찬헌이 팀의 기대에 부응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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