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고 최진실(1968-2008)과 김주혁(1972-2017), 한 시대를 풍미한 명배우들이자 안타까운 사건으로 우리 곁을 조금 일찍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훌륭한 배우인 동시에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사후에 주변인들의 진심어린 애도와 그리움을 통하여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재조명되기도 했다.
 
3월 24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74회에는 배우 조연우와 한정수가 동반출연하여 고민을 상담했다. 두 사람은 생전에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고 최진실·최진영 남매, 김주혁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절친을 잃은 이후 슬픔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50대 꽃중년이자 절친인 조연우와 한정수는 서로의 단점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이 거침없는 디스를 이어갔다. 조연우는 몸짱으로 유명한 한정수에 대하여 "관상용 몸이다. 보이는 데가 다 멀쩡하지 않다. 어깨는 오십견이 왔고 눈과 무릎도 안좋다. 요새는 귀도 안 들린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한정수는 "조연우는 겉으로만 좋은 사람인 척한다"고 반격했다.
 
조연우는 '거절을 잘 못하는 예스맨 성향이 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거절을 못 하는 성격 때문에 마지못해 잡은 골프약속만 한 달에 18번이나 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정수도 옆에서 무리할 정도의 부탁도 승낙해주는 조연우 때문에 덩달아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도와준 경우가 있다고 밝히며 걱정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지킬 수 없는 약속보다는 당장의 거절이 낫다"는 덴마크 속담을 인용하며 인간관계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거절을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꼬집었다. 오은영은 "우선순위가 없다. 관계에 따라 달려져야 할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고 조연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검사결과 조연우는 대인관계에서의 거절민감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은영은 조연우에 대하여 "항상 본인이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강박이 강하다"는 진단을 내리며 마음속으로만 아닌, 거울을 보면서 거절을 하는 연습을 할 것을 주문했다.
 
한정수 "절친 김주혁 죽음 이후 일상생활 어려워"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한정수는 "5년째 공황과 수면장애로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놀라운 사실을 고백했다. 한정수는 증상이 시작된 계기로 절친 김주혁의 죽음을 언급했다. 김주혁은 201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한정수는 "세상에 이제 나 혼자 남겨진 기분이 자꾸 든다"고 토로했다.
 
한정수는 원래 주변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밝고 활기 넘치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김주혁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는 성격이 180도 바뀌었다고. 정형돈은 절친 데프콘과 김주혁의 인연을 언급했다. < 1박 2일 >에서 함께하며 절친한 형-동생 사이가 되었던 데프콘도 김주혁이 사망한 이후 큰 충격을 받고 한동안 무척 힘들어했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윤지 역시 절친하던 개그우먼 박지선(1984-2020)을 잃고 힘든 순간을 보냈던 시절을 회상하며 한정수의 상황에 깊이 공감했다.
 
안타깝게도 김주혁의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정수도 친구의 죽음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모른다. 한정수는 김주혁의 전 여자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통하여 김주혁이 사고 이전에도 종종 공황 증세를 겪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들었다고.
 
한정수에게 김주혁은 여러 절친 중에서도 1순위라고 이야기할 만큼 각별한 사이였다. 김주혁의 사고 소식을 전해듣고 한정수는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정할수 없었다"며 당시의 충격을 떠올렸다.
 
그날 이후 한정수는 재미있는 TV프로그램을 봐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고, 인간관계도 단절되었다고 고백했다. 절친을 잃은 충격에 헤어나올 수 없었던 한정수에게 소외감을 느낀 여자친구마저 곁을 떠났다. 조연우 역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한정수에게 화를 내보기도 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 했다.
 
오은영은 한정수가 "외상후 애도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정수에게는 김주혁의 죽음이 큰 트라우마도 남으면서 충분한 애도의 과정을 거치지 못 했다는 것. 오은영은 '건강한 애도 과정의 3단계'를 거론하며 정상적인 감각이 돌아오면서 사실을 받아들이는 인지 회복, 고인이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절망하게 되는 이성 회복, 마지막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삶으로 다시 돌아오는 일상 회복을 설명했다. 많은 이들은 1, 2단계에서 회복하지 못 하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박나래, 이윤지, 정형돈 등도 각자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나서 다시 회복할 수 있었던 경험을 고백했다. 이들은 각자 아이들, 가정, 일 등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이유들이 있었기에 마음을 추스를 수가 있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조연우는 조심스럽게 본인이 겪었던 애도의 과정을 이야기하며 고 최진실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조연우는 최진실이 사망했을 당시 영정사진을 들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최진실은 생전에 수많은 근거없는 루머들에 시달렸고 주변 관계자들도 덩달아 고통을 겪었다. 조연우도 영정사진을 들었다는 이유로 최진실과의 관계에 대한 추측성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타인의 슬픔을 헤어리지 않는 불쾌한 상상과 추측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조연우는 최진실과 최진영 남매가 생전에 자신을 친동생처럼 무척 아껴줬다는 인연을 소개했다. 조연우는 최진실이 세상을 떠나기 전날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순간을 회상했다. 당시 몸이 아파 집에서 쉬고 있었던 조연우는, 그날따라 자신을 보고 싶다며 불러내는 최진실의 연락을 받고 느지막이 모임에 나갔다. 정작 도착하니 최진실은 취한 상태였고 조연우와는 별다른 대화도 없었다고. 최진실은 잠시 후 먼저 자리를 떠났고 다음날 아침 조연우는 최진실의 비보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고.
 
그로부터 불과 2년 뒤에는 최진영마저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조연우는 4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어떻게든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일부러 기일을 찾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털어낸다고 해도 보고싶지 않거나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더라"면서 여전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오은영 "한정수, 약에 스스로 저항하고 있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조연우와 한정수의 차이로 일상 회복을 거론했다. 한정수는 여전히 김주혁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었다. 공황장애로 약물 치료까지 받았지만 약효도 잘 받지 않았다고.

오은영은 "한정수는 약에 스스로 저항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나서 무의식적으로 각성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약을 통하여 마음이 이완되려고 할 때마다 거부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혹시 만일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김주혁에게 미안할 것 같으시냐"고 질문하자, 한정수는 고민하며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오은영은 한정수에게 "일상으로 돌아와 평범한 생활을 한다고 해서 고인에 대한 슬픔을 잊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정수는 일상 회복을 고인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무의식적으로 회복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떠난 친구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슬퍼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정수는 김주혁의 존재가 "가족보다 더 의지했던 유일한 친구"라면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았고 비슷한 고민들을 공유하면서 언제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사이였다. 한정수는 존재 자체가 중요했던 친구였다며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한정수에게 김주혁은, 부모같은 상징적인 애착의 대상이었다"고 진단했다. 한편으로 오은영은 한정수의 일상회복을 위하여 김주혁과 '마음의 이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김주혁과 한정수가 동반으로 인터뷰를 했던 과거의 영상이 소환됐다. 영상 속 김주혁은 한정수에 대하여 짓궂은 농담을 섞어가며 애정어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묵묵히 영상을 바라보던 한정수는 "얼굴을 보니 너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오은영은 한정수에게 눈을 감고 김주혁을 향한 작별인사를 전해볼 것을 제안했다. 한참 망설이던 한정수는 "주혁아, 내 욕심에 너를 오랫동안 놓지 못 하고 곁에 두고 싶어서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너와의 추억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었던 한 장으로 남기고 싶어. 그리고 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써가야겠지. 그것이 나를 위한 거고, 네가 바라는 일이 아닐까 싶어. 한번 열심히 살아볼게. 언제나처럼 바라봐주고 응원해줘"라고 못 다한 마음을 전했다. 어렵게 인사를 마친 한정수는 "속마음을 꺼내놓고나니 좀더 편안해졌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귀하고 소중한 대상은 세상을 떠나도 바람이 돼서 뺨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봄바람이 되고, 우리가 살면서 길을 잃을 때 방향을 알려주는 별이 되고, 꽃향기가 되어 코에 스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 주위의 모든 모습으로 나타나 곁을 지켜줄 것이다"라며 위로를 전했다. 오은영은 조연우와 한정수, 두 사람의 멘탈에 다시 따뜻한 봄이 찾아오기를 기원하는 덕담을 전하며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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