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부모와의 이별, 중독, 이른바 현대인들을 정신적으로 불행하게 만드는 3가지 키워드들이다. 여기서 불행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마음의 맷집'을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때로는 강철처럼 강인하게, 때로는 유연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수많은 불행에 맞설 수 있는 훌륭한 '멘탈'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야할까.
 
3월 19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 시즌2 11회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양재진-양재웅 형제가 사부로 등장해 '행복을 위해 피해야 할 세 가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팩폭 브라더스'로 알려진 양 형제는 서로를 향해서도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다. 동생 양재웅은 형 양재진의 사주를 언급하며 "혀에 칼이 있어서 말로 사람을 죽일수 있는 사주"라고 폭로했다. 양재진은 "상대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줄만큼 들어주고, 대신 지지해주고 응원하기보다는 상대의 문제점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은 맷집을 키우는 것을 격투기에 비유하며 "신체는 단련해서 맷집이 세지는 부위도 있지만, 턱은 맞을수록 약해지기에 맷집이란 게 없다. 마음의 맷집이라는 것도 키우려다가 오히려 더 약해지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양재진은 "격투기도 무조건 맞는다고 맷집이 세지는게 아니라 잘맞는 법을 터득하는 거다"라고 설명하며 "턱에 공격이 들어오면 피하거나 가드를 올리는 것처럼, 마음에 들어오는 공격도 어떻게 잘 대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사부 멤버들은 각자의 고민에 대한 '팩폭 상담'을 진행했다. 은지원은 성인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이 의심된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익명으로 밝힌 고민에도 양 형제는 한눈에 은지원임을 예측해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은지원은 좋아하는 게임을 예로 들며 "목표를 이루거나 방법을 파악하면 바로 흥미를 잃어버린다"며 뭔가에 쉽게 싫증을 내고 오래 집중하기가 어려운 산만한 성격을 고백했다. 이에 양재진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부산스러운 은지원의 성향이 ADHD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양재진은 "아동과 성인을 막론하고 ADHD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을 충동성"이라고 지적하며 "한번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고, 자신이 흥미를 잃으면 금세 다른 게임으로 갈아탄다"라고 설명했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에 잠재적인 ADHD 환자의 숫자는 무려 82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이중 실제로 치료중인 환자의 숫자는 고작 6천여 명에 불과하다. 집사부 멤버들은 ADHD 자가테스트를 진행했다. 문제의 은지원은 5개 항목 모두에 해당되며 ADHD가 유력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김동현은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ADHD진단 기준과 치료 가능 여부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다.
 
보통 ADHD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은 이른바 학교, 회사같은 '규격화'된 장소에서 비롯된다. 아동 ADHD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9-10세 전후에 발생한다. 양재진은 ADHD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가"를 꼽았다. 남자 아이들의 경우 ADHD가 더 많은 반면, 여자 아이들은 과잉행동은 없지만 집중하지 못하는(Ex,수업 중에 떠들진 않지만 딴 생각을 하고 있는) ADD 증상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양재진은 "병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게 치료"라고 강조하며 완치라는 개념보다는 '조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DHD는 불치병일까? 양재진은 "정신적으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하고 싶지만 참고 안하는 것', '하기 싫지만 참고 하는 것"이라며 "치료보다는 좀더 나은 삶을 위한 상담이 필요하다"라고 은지원에게 조언했다.
 
이어 양 형제는 '내 인생이 불행하지 않기 위하여 피해야 할 3가지'를 거론했다. 첫 번째는 가스라이팅이었다. 2022년 '올해의 단어'로까지 선정된 가스라이팅은 영화에서 유래하며 누군가의 조종으로 스스로를 의심하고 불신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에게 특정한 생각이나 사상을 주입하는 '세뇌'와의 차이점은, 가스라이팅이 더 교묘하고 고차원적이라는 것.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아는 사람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다고.
 
어쩌면 우리가 일상 속에서 친구나 연인에게 사용하는 표현중에서도 가스라이팅이 숨어있을 수 있다. 'OO은 안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 '너 왜 사과 안해?' '이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맥락없이 특정한 표현 자체로만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결국 '내 생각을 반복해서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양세형은 "가스라이팅인 것 같은데 듣고서 내가 기분이 나쁘지 않으면 그것도 가스라이팅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양재진은 "대부분의 가스라이팅은 당할 때 기분이 나쁘지 않다. 내가 당하는 걸 모르니까"라고 설명했다.
 
양재웅은 "가스라이팅은 대부분 상대를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걱정하고 위하는 애정어린 느낌을 들게 한다. 그래서 피해자는 가해자와 갈등을 일으키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를 위해 하는 말이겠지'라는 생각이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의 가장 흔한 착각이고, 가해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교묘하게 상대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려고 한다.
 
왜 피해자들은 가스라이팅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까. 가스라이팅의 시작은 관계의 단절에서 비롯된다. 피해자들의 주변 대인관계를 단절시킬수록 가해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간관계가 좁아서 가스라이팅을 알아도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들, 나라도 이 사람을 지켜줘야한다는 구원 환상을 지닌 사람들. 독립성이 떨어지고 의존적인 사람들은 특히 가스라이팅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쩌면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가스라이팅을 한 가해자일 수도, 당한 피해자일 수도 있다. 여기서 양재진은 "대부분의 첫 연애가 가스라이팅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대의 대인관계나 사생활에 일일이 관여하려는 것은 미성숙한 연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다.
 
가스라이팅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확실한 의사표현이다. 연인이나 부부, 부모 등 가까운 가족관계에서도 "내가 알아서 할게" "싫어"라는 표현은 나와 가해자간의 경계를 알리는 분명한 신호다.
 
마음 맷집을 위한 두 번째 키워드는 '헤어질 결심'이었다. 양재진은 대인관계에서 '적정한 거리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예로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꼽았다.

통계조사원에 따르면 대한민국 30대 미혼인구의 54.8%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사유가 70% 이상을 차지하며 '캥거루족(부모로부터 독립하지못하는 20-30대)'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집사부 멤버들에게 정신과적인 관점에서 '배우자와 어머니가 동시에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이냐'라는 돌발 질문을 던졌다. 멤버들은 모두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조심스럽게 배우자 쪽으로 무게가 더 기울었다.
 
양재진은 "이 질문의 핵심은 '내가 선택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사람을 구하는 게 정신과적으로 건강한 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식은 태어나는데 선택과 결정권이 없었다. 부모가 최선을 다해 자식을 양육하는 건 자신의 선택에 대한 당연한 의무"라고 설명하면서 "많은 부모들이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생색을 낸다. 부모는 자식을 양육할 의무가 있지만, 자식은 부모를 봉양할 의무는 없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양재진의 주장에 부모세대로부터 악플이 쏟아졌지만, 젊은 세대는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다고.
 
양재진은 신체적 성장과 정신적 성숙의 차이를 언급했다. "신체적 성장은 노력을 안해도 저절로 된다. 정신적 성숙은 내가 노력을 해야한다. 성숙을 위해서 해결해야하는 인생 과제들이 나이대별로 있다. 이중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로부터의 '정서적 독립'이다"라고 설명했다.
 
부모로부터 이뤄야 할 4가지 독립(정서적,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중 정서적 독립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는 청년기에 해당한다. 이른바 사춘기는 부모로부터의 정서적 거리두기를 연습하는 시기다. 사춘기의 감정기복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양재진은 "우리 아이는 착해서 사춘기도 없었다고 하는 무서운 말을 하는 부모들이 있다. 이건 결국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숙제"라고 설명하며 "우리 아이가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 것이니 '부모는 믿고 기다릴테니 갔다오렴'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뱀뱀은 "믿고 기다려줬는데 애들이 일진이 되어었거나 일탈을 하면 어떡하냐?"고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양재진은 "아이의 문제행동은 10대 때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니다. 아이의 가치관은 부모의 양육에 따라 유아기 때부터 형성된다"고 설명하했다. 또한 양재진은 "일단 경제적 독립이 가능해져야 다른 독립도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다면 내 삶에는 언제나 그 사람의 지분이 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재웅은 "어른이란 내 선택을 책임져야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 못되고 있는 이유가 내가 뭘 선택했고 어떻게 책임질지 외면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춘기가 없어 부모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부모로부터 경제적-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이들은 실제로 성인이 되고 자신의 가정을 꾸린 이후에도 부모의 개입으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다반사다. 애착관계가 잘못 형성된 부모-자녀 관계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단호하게 헤어질 결심을 해야한다는 것. 양재진은 "부모 자식간에 가장 평화롭고 건강하게 지내는 방법은 '적정거리 유지'"라고 설명했다. 항상 투닥대던 부모자식도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지면 오히려 관계가 원만하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양재웅은 독립이 당장 필요한 시그널로 "엄마 아빠한텐 너밖에 없어" "너 아니었으면 진작에 이혼했어" "너 때문에 같이 사는 거야"등을 꼽았다. 부모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나, 부모의 감정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 맷집의 마지막 키워드는 '쾌락 중독'이었다. 양재진과 양재웅은 스마트폰의 잦은 사용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며 "스마트폰 중독은 인간을 도파민의 노예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게임-SNS 중독 등으로 인하여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순간적 만족에만 뇌를 노출하게 되면서 '무언가를 계획하고 참고 이뤄내는 힘'이 약해진다는 것.
 
스마트폰의 자극에만 익숙해진 뇌는 퇴화 속도가 미친 듯이 빨라진다. 멀쩡하는 사람들이 노인이 되면서 성격이 변하는 것도 뇌가 퇴화하며 전두엽 쪽이 망가져서 충동조절이 불가능해지 이성과 감정이 통제가 안되기 때문이다. 양재진은 올바른 생활습관부터 중요성을 설명하며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나 커피를 마시는 것 등이, 강한 자극에 노출시켜 수면을 방해하면서 생체시계를 흐트러뜨릴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 솔루션으로 양재웅은 스마트폰으로부터 멀어진 시간을 대체할 대안으로 "비교로부터 멀어지는 것, 바로 명상"을 추천했다. "명상은 대단히 거창한 게 아니다. 안테나를 밖으로 세우는게 아니라 안으로 세우는 것이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의식하는 것부터 시선을 안쪽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한 양재웅은, "최근에 기분이 가장 안 좋았던 일을 생각하면서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온전히 느껴볼 것"을 조언했다. 잠시 스마트폰을 닫고 내안의 진정한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는 전문가의 조언은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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