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토요일 낮 봄날씨에 8670명의 많은 관중들이 수원종합운동장에 모여들었다. 지난 시즌 네 번 만나 2승 2패(수원 FC 7득점 6실점)로 좀처럼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수원 더비 매치를 떠올리면 이번에도 흥미진진한 경기를 예상할 수 있었다. 3골 3도움 여섯 개의 공격 포인트 중에서 김보경의 멋진 어시스트를 뺀 다섯 개 모두를 교체 선수들이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놀라웠다.

김도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FC가 11일(토)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3 K리그1 수원 블루윙즈와의 시즌 첫 수원 더비 매치에서 전반전 교체 선수로 들어온 이광혁과 라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5위(1승 1무 1패 3득점 3실점)로 올라섰다.

수원 FC '라스'의 결정적인 2어시스트

지난 게임 퇴장 징계로 팀의 에이스 이승우가 나오지 못한 수원 FC는 게임 시작 후 24분만에 두 장의 교체 카드를 한꺼번에 내밀었다. 20살 이대광과 22살 장재웅을 빼고 라스와 이광혁을 들여보낸 것이다. 22세 이하 선수들을 뛰게 해야한다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또 이렇게 고육지책을 쓴 것이다. 마침 이승우가 SNS를 통해 부작용이 더 많은 이 규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작심 발언까지 나왔던 차였다.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는 홈 팀보다 4분 먼저 21살 박희준과 18살 김주찬을 빼고 안병준, 아코스티를 한꺼번에 들여보냈으니 24분 이후부터 진정한 베스트 일레븐 대결이 시작된 셈이다. 이 규정의 허상을 보란듯이 수원 FC 교체 선수 둘이 40분 3초에 먼저 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짧게 날아온 크로스를 라스가 헤더로 방향을 바꿔주었고 뒤에 자리잡은 이광혁이 헤더 골을 터뜨린 것이다. 지난 해까지 여덟 시즌 내내 포항 스틸러스의 원 클럽 맨으로 활약하던 이광혁이 이적 후 잊을 수 없는 첫 골을 터뜨린 것이다. 이미 그는 일주일 전에 열린 친정 팀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게임에서 첫 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교체 선수들의 놀라운 활약은 후반전에도 빛났다. 하프 타임이 끝나고 들어온 수원 FC 무릴로가 52분 43초에 추가골을 터뜨린 것이다. 역습 기회에서 라스가 수원 블루윙즈 수비수 고명석과의 몸싸움을 뿌리치고 밀어준 공을 받아서 불투이스를 따돌리는 드리블 솜씨가 일품이었다.

2골을 내준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 이병근 감독은 곧바로 미드필더 바사니를 빼고 김경중을 들여보내는 결단을 내렸고 이 교체 카드도 거짓말처럼 맞아떨어졌다. 68분 8초에 멋진 다이빙 헤더 골을 김경중이 터뜨린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김보경이 수원 FC의 황순민과 잭슨 사이를 섬세한 드리블로 돌파하여 오른발로 띄워준 로빙 크로스를 보고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떤 경우에 골보다 어시스트 과정이 더 기술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베테랑 김보경이 잘 알려준 명장면이었다.

이번 시즌부터 수원 블루윙즈 유니폼으로 바꿔입은 김보경은 88분에 이기제의 왼쪽 크로스를 받아서 기막힌 왼발 터닝 발리슛 솜씨를 보여줬는데 수원 FC 노동건 골키퍼의 정면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몹시 아쉬워했다. 극장 동점골을 노린 수원 블루윙즈는 후반전 추가 시간 1분이 조금 안 되어 아코스티의 원터치 패스를 받은 안병준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놀라운 순간을 만들어냈는데 몸 날린 노동건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머리를 감싸쥐고 말았다.

2017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뛴 한 시즌을 빼고 2014년부터 지난 해까지 여덟 시즌을 수원 블루윙즈 골키퍼 유니폼을 입고 골문을 지킨 노동건이었기에 이 마지막 순간은 수원 블루윙즈에게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제 수원 FC는 오는 19일 오후 4시 30분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를 만나기 위해 문수구장으로 찾아가고, 11위(1무 2패 2득점 4실점)로 내려앉은 수원 블루윙즈도 같은 날 오후 2시 대전하나시티즌을 빅 버드로 불러들인다. 두 팀의 시즌 두 번째 더비 매치는 6월 3일(토) 오후 6시 빅 버드에서 열린다.

2023 K리그1 결과(3월 11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

수원 FC 2-1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이광혁(40분 3초,도움-라스), 무릴로(52분 43초,도움-라스) / 김경중(68분 8초,도움-김보경)]

수원 FC 선수들(3-5-2 포메이션)
FW : 이대광(24분↔라스), 장재웅(24분↔이광혁)
MF : 황순민(76분↔박철우), 윤빛가람, 김규형(46분↔무릴로), 신세계(90+2분↔오인표), 이용
DF : 잭슨, 김현훈, 박병현
GK : 노동건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4-2-3-1 포메이션)
FW : 박희준(20분↔안병준)
AMF : 김보경, 바사니(54분↔김경중), 김주찬(20분↔아코스티)
DMF : 고승범, 이종성(65분↔유제호)
DF : 이기제, 불투이스(65분↔박대원), 고명석, 김태환
GK : 양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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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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