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 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 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 손화신


"이것은 결국 자본의 전쟁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콘텐츠 산업 자급력으로 보면 절대 뒤지지 않는 회사다. 현 경영진의 방어로 끝날 것인가, 하이브의 인수 성공으로 끝날 것인가가 문제다. 이 경영권 분쟁이 전체적인 K팝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SM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주최자는 문화연대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다. 

'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이종임 서울과학기술대학교·문화연대 기술문화 미디어위원,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교수, 이동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이지행 동아대 젠더·어펙트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는 홍석경 서울대학교 교수·서울대 한류연구센터장이 맡았다. 

제1발제는 'SM 경영권 분쟁의 구조적 이해'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제2발제는 'SM 경영권 분쟁이 케이팝 산업에 미칠 영향'으로 발제는 조영신 SK브로드밴드 경영전략 그룹장이 맡았다. 

"이수만이 신화적 역할해... 카카오가 인수? 독점 더 심할 것"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 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 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 손화신


하이브와 카카오 중 어느 쪽이 SM을 인수하는 게 나을까. 큰 틀의 이 질문에 조영신 SK브로드밴드 경영전략 그룹장은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 어떤 쪽이 슈퍼 IP를 보유하고 신규 기획력(신규 아이돌 그룹)을 잘 확보할 수 있는가 ▲ 어떤 쪽이 팬덤의 수익화를 촉진하고 강화할 수 있는가 ▲ 어떤 쪽이 글로벌 유통에 도움이 되는가.

이처럼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SM 경영권 분쟁에 관한 다각도의 의견이 제시됐다.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는 "많은 분들이 이 분쟁을 지켜보면서 당황하셨을 것 같다"라고 운을 떼며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건 리더십과 회사 운영체제에 관한 것이다. 이수만이 노욕을 부리고 있다는 의견도 많은데 이런 (이수만 중심의) 리더 체제가 반드시 문제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SM이 성장할 때는 이수만의 라이크 기획 등이 문제되지 않았는데 SM의 최근 실적이 나쁘다 보니 이수만의 성과는 쏙 들어가고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회사의 경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이 외부에 있는 우리가 과연 할 수 있는 일인가 질문하고 싶다. 하이브나 카카오, JYP 이런 회사들은 과연 문제가 없는가 하고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하이브와 카카오 어느 쪽이 인수해도 (가요계) 독점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독점이 부정적인 결과만을 낳을 것이라고 말할 순 없다."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이동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은 "이 사태를 보며 책임감과 무력감을 느꼈다"라고 밝히며 언론의 보도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지금 언론은 자극성에 치우쳐서 'SM을 인수하면 하이브가 뉴진스에게 좋은 곡을 먼저 줄 것이다'라는 식의 기사를 쓴다. 아티스트를 이 분쟁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돌이 되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재능을 인정해주는 걸 첫 단추로 해서 스타가 탄생하는데, 이수만이 그런 신화적 역할을 했다"라며 "과거엔 대중가수를 딴따라라고 비하했지만 지금은 아이돌을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서구 언론들도 우리나라 아이돌에 '공장형 로봇'이라는 비판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확실히 K팝은 발전했다"라고 말했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독점이 된다고 염려하는데, 카카오가 인수해도 독점이고 아마 카카오는 더 할 것이다. 이미 카카오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서 유명한 가수가 있는 레이블을 통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결국, 지속 가능한 K팝 생태계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이동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

불안한 아티스트와 불안한 팬들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 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 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 손화신

 
팬덤 플랫폼 비즈니스의 입장에서 이 분쟁을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교수는 "지금까지 소속사들은 팬덤에 '네가 스타를 사랑한다면 돈을 씀으로써 지지를 표하라'는 명령을 암묵적으로 해왔고, 이런 구조 속에서 팬덤에는 기본적으로 패배감과 무력감이 존재한다"라고 짚었다.

이어 "돈을 두고 하는 전쟁이어서 우리가 이야기해봤자 무슨 영향력이 있겠나 하는 게 팬의 입장이다. 팬들에게는 어느 쪽이 인수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의 사랑하는 가수의 지속성이 관건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고) 결과가 어떻게 나는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분쟁이 빨리 지나가고 '나의 사랑'이 지속되기만을 바라며 여러 가능성 앞에서 두려워하고 있다. 자신의 가수가 어느 쪽으로 가든 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요약했다. 

"팬미팅에서 한 팬이 가수에게 '이렇게 불안정한 직업에 종사하는데도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불안정한 가수를 사랑하는 팬덤 또한 불안한 존재다. 모든 팬덤의 공통점은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내 사랑이 끝났다는 경험'이다. 불안정함 속에서도 어떻게든 내 사랑을 유지하고 싶기에, 팬들이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내 사랑의 안정이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교수) 

이종임 서울과학기술대학교·문화연대 기술문화 미디어위원은 "팬들은 자신이 어디까지 해야하는가가 혼란스럽다. 주식을 사서 소액주주 운동까지 해야 하나? 자본화 시스템으로 구조가 가속화되고 있고, 팬들은 거기에 맞춰서 가야하는 입장 같다. 기본적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소비하는 것으로 가속화되어 나아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계속 존재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 팬덤의 마음을 기획사가 너무 이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 아티스트도, 팬도 자본적으로 구조화되고 있는 틀에 맞춰서 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첫 번째 짚을 건, 경영인으로서의 이수만과 창작자로서의 이수만이 굉장히 혼동돼서 사용되고 있다. 라이크 기획으로 이수만이 물의를 일으킨 건 사실이지만 SM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현재 그룹 에스파와 NCT는 이수만이 기획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것이다. 이수만이 만든 모든 개념이 SM의 중심 콘텐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슈가 된 나무심기를 보면, 프로듀서가 자신의 철학을 콘텐츠에 투영하는 건 괜찮다고 보지만 다른 구성원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수다"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짚을 건 '하이브의 인수가 문화 다양성을 해치는가'이다. 유니버설, 소니, 워너도 세계 음악 시장의 69%를 차지하지만 다양성을 해친다고 보지 않는다. 일각에선 SM이 하이브에 인수되면 SM의 색을 없앨 거라는 소리가 도는데 사실 그렇게 하면 하이브의 손해다. 어도어 레이블 민희진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뉴진스가 하이브의 성공이라는 이야기는 불쾌하다'라고 밝혔듯 하이브는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인데 (SM 음악색을 지우는) 그런 자충수는 두지 않을 것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이어 그는 "세 번째 짚을 건, 이런 작동과정들이 아티스트와 팬들의 지지와 동의를 받아서 이뤄지고 있는가다"라며 "아티스트와 팬덤이 그저 (회사의) 방패막이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아티스트와 팬덤에게 이 문제에 관해 사전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팬덤과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경시되고 있는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법원이 이날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 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 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 손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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