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 선수들이 득점을 기뻐하고 있다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 선수들이 득점을 기뻐하고 있다 ⓒ KOVO

 
프로배구 정규리그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가운데 줄곧 1위를 질주하던 대한항공과 현대건설의 위상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 시즌 남자부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을 이뤄낸 대한항공은 올 시즌에도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1위 자리를 굳게 지켜왔으나, 최근 4연패를 당하면서 2위 현대캐피탈에 쫓기고 있다. 

여자부 '절대 1강' 현대건설도 무려 개막 12연승을 거두며 우승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으나,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 악재가 닥쳤고, 김연경을 앞세운 흥국생명의 거센 추격에 1위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힘 떨어졌나... 난기류 휘말린 대한항공 

4년 연속 통합 우승에 도전하는 대한항공은 한때 2위 현대캐피탈에 승점 9점 차까지 앞서나가며 손쉽게 우승을 확정 짓는 듯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날개가 흔들리고 있다. 올 시즌 19승 8패를 기록하고 있는데, 최근 4연패를 당했다. 특히 지난 10일 현대캐피탈과의 이른바 '미리 보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한 것이 뼈아팠다. 이날 패배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과 격차가 승점 4점 차로 줄어들면서 우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대한항공은 한선수, 곽승석, 김규민, 조재영 등 주전 다수가 30대로 접어들면서 체력의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젊은 혈기를 자랑하는 공격수 임동혁은 기복 있는 활약으로 팀의 고민거리가 됐다.

링컨 윌리엄스는 다른 팀의 외국인 선수 만큼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즌 도중 합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링컨보다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적은 경기 출전과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보수적인 선수 기용도 논란이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여러 선수를 기용하며 전술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일부 주전 선수만 고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이번 주 KB손해보험, 우리카드와 차례로 격돌한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24일 의정부에서 대한항공에 0-3 셧아웃 패배를 안기며 연패의 늪에 빠뜨린 팀이다. 우리카드도 5연패를 당하고 있지만, 올 시즌 대한항공과의 상대 전적에서는 2승 2패로 호각세다. 대한항공으로서는 1위 수성 여부가 달린 중요한 한 주다. 

차·포 떼자 추락하는 현대건설... 쫓아오는 김연경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김연견이 수비하고 있다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김연견이 수비하고 있다 ⓒ KOVO

 
현대건설의 위기는 더 심각하다. 올 시즌 흥국생명이 '배구 여제' 김연경을 영입하며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현대건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연승 행진을 질주하며 여자부 1위를 질주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가 허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빨간불이 켜졌다. 야스민의 공백을 메운 베테랑 황연주를 비롯해 국내 선수들로만 두 달 넘게 버티면서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럼에도 야스민의 복귀 소식이 들리지 않자, 끝내 결별을 선택하고 최근 새 외국인 선수 이보네 몬타뇨를 영입했다.

현대건설은 반등을 준비했으나, 또 다른 악재가 찾아왔다. 지난 7일 이번엔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건설은 이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현대건설로서는 어찌 보면 야스민보다 김연견의 부상이 더 뼈아프다. 야스민이 없어도 김연견이 이끄는 끈질긴 수비로 버텨왔으나, 이마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결국 현대건설은 지난 10일 '꼴찌' 페퍼저축은행에도 패하고 말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다급한 나머지 국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도 없었던 몬타뇨까지 투입했으나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그 사이 흥국생명은 승점 1점 차로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현대건설의 이번 주 일정도 녹록지 않다. 3위 한국도로공사, 4위 KGC인삼공사를 차례로 만난다. 두 팀의 최근 기세가 워낙 좋은 데다가, 봄 배구 진출을 위해 매 경기 사투를 벌이고 있어 현대건설의 고전이 예상된다. 

이처럼 대한항공과 현대건설은 약속이나 한 듯 우승을 눈앞에 두고 위기를 맞으며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싱겁게 끝나는 듯했던 배구판의 우승 경쟁은 훨씬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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