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장군' 김예림(20·단국대)이 김연아 이후 14년 만에 4대륙선수권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예림은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브로드무어 월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 총점 72.84점(기술점수 39.35점, 예술점수 33.49점)으로 23명의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4대륙선수권은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4개 대륙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지난해 1월 이 대회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예림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한국 여자 선수로는 2009년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4대륙선수권서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
 
 10일(한국시간)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김예림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10일(한국시간)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김예림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흠 잡을 데가 없었던 김예림의 연기

22번째 순서로 경기에 나선 김예림은 막스 리히터의 '머시(Mercy)'에 맞춰서 연기를 시작했다.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을 완벽하게 수행한 데 이어 더블 악셀까지 성공했다.

플라잉 카멜 스핀(레벨 4)과 마지막 점프였던 트리플 플립까지 해낸 김예림은 스텝 시퀀스(레벨 4),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 4), 싯 스핀(레벨 3)까지 물 흐르듯 동작을 선보였다. 잔실수 한 번 없는 연기였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쇼트프로그램을 마치고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김예림은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박수를 치면서 기뻐했다. 1위도 1위이지만, 자신의 시즌 최고점을 경신한 수치였다.

김예림은 ISU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경기 전에는 매우 긴장했지만 '클린'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서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장이 위치한) 콜로라도주 스프링스가 고지대에 있는 만큼 체력적인 면에 더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또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좋은 경기를 해서 높은 점수로 시상대에 오르고 싶다"는 각오까지 전했다.

김예림과 함께 대회에 출전한 김채연(17·수리고), 이해인(18·세화여고)의 결과도 좋았다. 두 선수는 각각 3위, 6위에 자리를 잡으며 11일에 펼쳐질 프리스케이팅을 기대케 했다. 김채연은 "이번 대회는 나의 2번째 성인 대회로, 클린 연기를 해서 기쁘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최선을 다해서 완벽하게 마치는 것이 목표다"고 이야기했다.

쇼트프로그램 5위, 아쉬움 남은 차준환

한편 '한국 남자 피겨 간판' 차준환(22·고려대)은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5위에 머무르며 4대륙선수권 2연패 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총점 83.77점(기술점수 41.95점, 예술점수 42.82점, 감점 1점)으로 5위에 올랐다. 시즌 최고점(94.44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점수다.

차준환이 마이클 잭슨 모음곡에 맞춰서 연기를 준비 중이었던 상황에서 갑자기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빙판에 이물질이 있는 것을 지적했고, 차준환은 자신이 직접 주워서 심판에게 건넸다.

호루라기가 변수가 됐던 것일까, 첫 점프였던 쿼드러플 살코를 무사히 지나간 차준환은 트리플 러프-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과정에서 빙판에 넘어졌다. 그나마 플라잉 카멜 스핀(레벨 4)-트리플 악셀-체인지 풋 시트 스핀(레벨 4)-스텝 시퀀스(레벨 4)-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 4)은 무난했으나 트리플 악셀에서 '쿼터 랜딩' 판정으로 점수가 깎였다.

이래저래 자신의 쇼트프로그램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차준환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우노 쇼마와 야마모토 쇼타(이상 일본) 등 쟁쟁한 경쟁 상대들이 불참한 만큼 차준환의 2연패 도전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로선 메달권 진입도 장담할 수 없다. 경재석(22·경희대)과 이시형(22·고려대)은 각각 9위, 14위를 마크했다.

최종 순위와 매달 색깔이 결정되는 여자·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각각 11일 오전 10시, 12일 오전 10시 15분에 시작한다.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프리스케이팅 경기도 SBS스포츠를 통해서 생중계로 시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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