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적지에서 도로공사를 상대로 귀중한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9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5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6-24, 27-25, 20-25, 25-21)로 승리했다. 사실상 승점 6점의 가치가 있는 3위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중요한 승리를 따낸 GS칼텍스는 승점 39점으로 KGC인삼공사를 제치고 하루 만에 4위 자리를 탈환했다(13승 14패). 

GS칼텍스는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38.41%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26득점을 올렸고 '토종거포' 강소휘도 60%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25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GS칼텍스에는 이날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25개의 디그와 함께 50%의 리시브 효율로 수비에서 든든하게 서포트를 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V리그를 대표하는 '대기만성 리베로' 한다혜가 그 주인공이다.

나현정 리베로의 이탈로 찾아온 주전기회
 
 한다혜 리베로는 2018-2019 시즌 나현정 리베로의 이탈로 갑작스럽게 주전 리베로로 투입됐다.

한다혜 리베로는 2018-2019 시즌 나현정 리베로의 이탈로 갑작스럽게 주전 리베로로 투입됐다. ⓒ 한국배구연맹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처럼 V리그에서 활약하는 주전급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입단 초기부터 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코트의 꽃사슴' 황연주, '거요미' 양효진(이상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클러치박' 박정아(도로공사) 등 V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선수들은 모두 루키 시즌부터 팀의 주축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물론 입단 당시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가 프로에서 경력이 쌓이면서 차츰 주전으로 도약한 대기만성형 선수도 있다. 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공격수로 꼽히는 문정원(도로공사)과 흥국생명의 주장 김미연,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주전세터 김하경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재능 만큼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 리베로 포지션은 뒤늦게 두각을 나타내는 소위 '대기만성형' 선수들이 더 많은 편이다.

강소휘와 이한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이주아(흥국생명) 등을 배출한 원곡고 배구부의 창단멤버였던 한다혜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5순위(전체 14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됐다. 사실 타고난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이 필요한 공격수들에 비해 수비전문선수인 리베로는 '만들어서 쓴다'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164cm의 작은 신장을 가진 한다혜 리베로 역시 상위 순번에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한다혜가 프로에 입단했을 당시 GS칼텍스에는 나현정이라는 또 다른 젊은 리베로가 주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게다가 나현정 리베로는 1990년생으로 한다혜 리베로(빠른 1995년생)와는 고작 4살 차이에 불과했다. 만약 나현정 리베로가 이적 없이 GS칼텍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꾸준히 활약한다면 한다혜 리베로에게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한다혜 리베로는 프로 입단 후 네 시즌 동안 31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현정 리베로에 가려 5년 동안 웜업존을 지키던 한다혜 리베로에게 2018년12월 나현정 리베로의 갑작스런 이탈이라는 뜻밖의 변수가 찾아왔다. 물론 주전 리베로의 이탈은 팀에게 엄청난 악재지만 붙박이 주전에 가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던 한다혜 리베로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한다혜 리베로는 2018-2019 시즌 갑작스럽게 주전으로 낙점됐음에도 27경기에서 43.04%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3.46개의 디그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준비된 선수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오지영 리베로 트레이드 후에도 GS칼텍스의 수비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건 한다혜 리베로 덕분이다.

오지영 리베로 트레이드 후에도 GS칼텍스의 수비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건 한다혜 리베로 덕분이다. ⓒ 한국배구연맹

 
결국 팀을 이탈한 나현정 리베로는 시즌이 끝난 후 선수생활을 마감했고 한다혜 리베로는 자연스럽게 주전 리베로 자리를 물려 받았다. 한다혜 리베로는 2019-2020 시즌 41.26%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4.55개의 디그를 기록했고 2020-2021시즌에는 45.64%의 리시브효율과 세트당 2.88개의 디그로 GS칼텍스의 챔프전 우승에 기여했다. 루키 시즌 벤치에서 팀의 우승을 지켜본 한다혜가 7년 후에는 당당하게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한 것이다.

하지만 한다혜의 '봄날'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지난 2021년 4월 GS칼텍스에서 인삼공사로 이적한 FA 이소영에 대한 보상선수로 국가대표 오지영 리베로(페퍼저축은행)를 지명한 것이다. 김해란 리베로(흥국생명)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며 2020 도쿄올림픽 4강의 주역으로 활약한 오지영 리베로의 가세는 어렵게 주전 자리를 따낸 한다혜 리베로에게는 치명적인 악재가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한다혜 리베로는 2021-2022 시즌 오지영 리베로의 가세와 급성 맹장염이 겹치며 리베로가 아닌 원포인트 서버 또는 수비 강화요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오지영 리베로가 부진하면서 한다혜 리베로가 주전으로 중용되는 경기가 늘어났다. 결국 GS칼텍스는 2022년 12월 페퍼저축은행의 2024-2025 시즌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조건으로 한 시즌 반 만에 오지영과의 이별을 선택했다.

힘들게 얻은 주전 자리를 잃었던 한다혜 리베로는 다시금 주전 자리를 되찾아 안정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즌 GS칼텍스가 치른 27경기에 모두 출전한 한다혜 리베로는 48.17%(5위)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4.31개(6위)의 디그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한다혜는 9일 도로공사전에서도 50%의 안정된 리시브 효율과 함께 25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GS칼텍스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2022년 VNL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노란 리베로(인삼공사)의 부상 이후 대표팀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던 한다혜 리베로는 이번 시즌 GS칼텍스에서도 오지영 리베로의 트레이드로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한다혜에게는 분명 행운이라 할 수 있지만 이 행운은 결코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는 그만큼 한다혜 리베로가 언제나 경기에 나가서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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