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同居)는 말그대로 구성원들이 한 집이나 한 방에서 같이 살아가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서류상으로 남남이지만 연인관계인 두 사람이 결혼을 하지 않고 함께 생활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더 익숙해졌다.
 
보수적이었던 과거에는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 동거하는 것을 터부시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면, 오늘날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커플관계의 한 방식이자 새로운 가족구조의 한 형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만큼 인식이 달라졌다.

2022년 사회조사 결과 결혼 하기 전 동거를 하는 것에 대하여 찬성한다는 여론이 무려 65%를 넘긴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과연 오늘날 우리 시대의 커플들은 동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월 20일 첫 방송된 채널A <결혼 말고 동거>에서는 1,2회 연속 방송을 통하여 다양한 실제 커플들의 현실 동거 이야기를 조명했다. 첫 커플인 외국계 회사원 안주연-스타트업 대표 김한균 커플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연애 3달 만에 동거를 시작해 벌써 1년 2개월째를 맞이하고 있었다.
 
김한균은 "저희는 MZ세대의 두 가지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주연이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삶이라면, 저는 일과 라이프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동거를 하면서 공동으로 나가는 지출에서는 생활비를 함께 분담하고 각자의 생활은 개인 비용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김한균은 동거의 장점으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누군가 있고 따뜻하다. 잠잘 곳에 오는게 아니라 '우리 집에 간다'라는 느낌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안주연은 동거를 시작한 계기로 "몸은 제가 대시했고 마음은 오빠가 대시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코로나19 초반에 오빠의 집에서 같이 일을 끝내고 돌아가다가 서운한 마음에 전화를 했다. '오빠 나 진짜 가?'라고 질문하니 바로 알아듣고 술한잔 할거면 올라오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신중한 성격의 김한균은 자신이 '시그널'이라고 받아들였어도 아닐 수도 있기에 항상 조심했다고. 그래서 안주연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데 알고보니 두 사람의 동거 뒤에는 놀랍게도 '파혼'이라는 숨은 사연이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은 결혼을 생각하고 예식장까지 잡았으나, 이 과정에서 안주연과 예비 시어머니의 사이가 틀어지며 파국을 맞이했다. 하지만 정작 김한균-안주연 커플의 관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두 사람은 결국 부득이하게 동거라는 형태로 함께 살고 있었던 것.
 
안주연은 "시어머니에게 연락하고 싶지만, 또다른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봐 무서워서 쉽게 연락을 못하겠다"고 고백하며 "결혼은 가족간의 결합인데, 결혼의 좋은 점만 챙기면 안될까라고 생각했다. 결혼은 우리 좋자고 하는건데. 그래서 법적인 결혼이 아닌 우리 둘만 생각하고 싶어서 동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한균-안주연 커플은 현재 혼인신고를 할 계획이 없고, 아이를 낳거나 법적인 혜택이 필요하게 되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주연이 자신의 이란성 쌍둥이 동생을 만나 결혼식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밝혔다. 시어머니는 결혼 전부터 이미 안주연을 며느리로 대했고 아들의 뒷바라지를 요구하며 안주연에게 상처를 줬다고.
 
결정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은 예식장 문제였다. 시부모님은 아들의 모교인 서울대에서 결혼식을 치를 것을 요구했지만, 안주연은 손님 접대와 식사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호텔 예식장을 원했다. 고심 끝에 김한균-안주연은 호텔 예식장을 정한뒤, 시부모님을 초대하여 직접 쓴 편지를 전하고 최대한 정중하게 설득했다.
 
하지만 결국 본인들의 의사를 존중해준 시아버지와 달리, 시어머니는 일방적인 통보에 '어른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격분하며 폭언을 내뱉고 편지를 구겨버리며 자리를 떠나버렸다고. 안주연은 큰 충격을 받고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이후 시어머니는 아들인 김한균에게는 전화를 걸어 사과했지만 안주연에게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고. 안주연은 그때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안주연 본인은 시어머니와 관계 개선의 의지는 있지만,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힘들 것 같다"며 고부갈등을 해소하는 게 쉽지 않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현재 안주연과 시어머니는 서로 마음의 앙금을 풀지 못하고 아직까지 만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김한균은 "해결이나 봉합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동거는 지금으로서 우리가 할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등장한 커플은 프리랜서 모델 정세미와 회사원 최준석 커플이었다. 정세미는 한예종 수석 졸업 출신의 재원으로 모델일을 하면서 틈틈이 시나리오 작가를 준비중인 지망생이었다. 두 사람은 현재 최준석이 7일 중 3일을 정세미의 자취방에서 함께 지내는 '반동거' 형태로 같이 살고 있었다.
 
오빠라는 호칭이 어색한 정세미는 5살 연상의 남자친구를 '야',' 너'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친구처럼 지하고 있었다. 정세미에게는 호칭 문제가 썸에서 연인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관문이라고. 해외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최준석은 호칭 문제에 크게 구애받지않는 성격이었다고.
 
정세미는 20대가 가기 전에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결혼 정보회사에서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던 경험을 밝히며 "20대, 4년제대학 졸업 식의 '조건'으로 사람을 세세하게 나눠서 냉정하게 평가를 하더라. 결혼 시장에서의 위치가 낮아지기전에 결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세미는 "24시간 살을 부대끼면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동거가 필수조건이 아닐까"라며 최준석과의 결혼을 염두에 두고 동거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반면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란 최준석은 "부모님 때문에 망설였다. 어른들 세대는 동거에 대하여 긍정적인 시선이 아니니까. 동거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반응이 예측이 안 된다"며 아직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정세미는 "자신의 온전한 생각보다 주변의 반응이나 환경에 휩쓸린다"며 서운함을 드러냈고, 최준석은 정세미의 생각을 이해하면서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고, 저만 생각할 수 없기에 신중해야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만일 훗날 두 사람이 헤어지고 다른 연인을 만났을 때 과거의 동거 경험이 알려진다면? 정세미는 "그런 걸로 문제를 삼는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내 감성이랑 안 맞는다. 오히려 제 쪽에서 안사귀어 주는 게 땡큐"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최준석은 "신경쓰일 것 같다. 감정적으로 올인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라고 상반된 반응을 드러냈다.
 
최준석-정세미 커플의 첫 갈등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동거를 시작하기로 한 전날, 최준석이 촬영 취소를 선언하고 제작진과도 연락이 두절된 것. 두 사람은 정세미가 모델 일을 하는 스튜디오에서 남성 모델과의 커플 웨딩 촬영 문제로 싸움을 벌이며 최준석이 이별을 통보했다고.
 
하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하여 오해를 풀었고 결국 정상적으로 동거를 시작하는데 합의했다. 최준석은 "정말 헤어지는 걸 염두하고 싸운 건 아니었다. 겁을 주고 싶었다"라고 해명했고, 정세미가 앞으로 웨딩 촬영 제의는 가급적 받지 않는 것으로 약속하며 둘의 다툼은 마무리됐다.
 
두 사람은 동거 첫날부터 티격태격하며 극과 극의 성향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정세미는 "네가 내 자유를 억압하는게 싫다. 난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다"면서 집순이 성향인 자신을 외향적인 성격의 최준석을 맞춰주기 위하여 노력하느라 힘든 부분을 토로했다.

최준석은 "동거를 결정할 이유는 정세미에게 활기를 찾아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정세미는 최준석의 진지한 이야기를 듣고난 후 "그래도 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었구나 하는 마음이 와닿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마지막 커플은 인플루언서 배수진과 가구판매원 배성욱이었다. 배수진은 23세 때 한차례 결혼 후 이혼한 돌싱맘으로,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남자친구와 동거하며 양육하고 있었다.
 
배성욱은 배수진의 첫사랑이자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남이었다. 배성욱이 군복무를 하고 있을 때 기다려주기도 했다던 배수진이지만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다가 결국 먼저 배성욱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고. 두 사람은 몇 년후 친구들을 통하여 우연히 연락이 닿아 재회했다. 이혼 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배수진은 배성욱의 진심어린 위로와 고백에 주저하다가 마음의 문을 열었다.
 
배성욱은 배수진을 다시 만나기로 결심한 이후 그녀는 물론이고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까지 책임지겠다고 계속 확신을 줬다고. 이에 감동한 배수진은 "나는 이 사람밖에 없구나"라는 결심이 섰다. 배성욱은 "처음부터 결혼까지 생각하고 고백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두 사람 모두 결혼을 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먼저 동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경제적인 문제와, 신중하게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렸다고. 두 사람은 각자의 부모님에게는 '선동거 후고백'을 했다고 밝히며 배수진의 부모에게는 허락을 받았지만, 배성욱의 부모님에게는 아직 결혼을 설득중인 상황이었다. 

달달하기만 한 일반 연애 예능과 달리, 인생의 쓴 맛과 매운 맛이 모두 녹아있는 동거 스토리는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했다. 3쌍의 동거 커플을 지켜본 MC 들은 "원래 드라마와 영화가 현실을 못 이긴다"며 꾸밈이 없는 '100% 현실 동거' 이야기에 연신 감탄했다. MC들은 자신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동거와 연애에 대한 각자의 시각을 전하기도 하며 공감대를 자아냈다. 이어진 3회 예고에서는 음주 문제로 갈등이 빚어진 정세미-최준석 커플의 신경전, 자녀가 함께하는 배성욱-배수진 3인 가족의 본격적인 일상이 그려지며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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