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선지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투수 한현희에게 손을 내민 팀이 나타났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17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서 "한현희와 총액 40억 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세부 계약 내용은 계약금 3억 원, 보장 연봉 15억 원 등 최대 37억 원, 총액 40억 원이다.

한현희는 최초 3시즌(2023~2025시즌) 동안 구단이 설정한 개인 성적을 달성할 경우 2026년에 옵트아웃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구단은 계약 기간 내 높은 비중의 옵션 금액을 통해서 선수에게는 동기부여를 제공함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활약할 선발투수를 확보하는 합리적 계약을 체결했다. 한현희는 19일 오전 11시 롯데호텔부산 41층 사파이어룸에서 노진혁, 유강남과 함께 입단식을 치른다.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된 투수 한현희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된 투수 한현희 ⓒ 롯데 자이언츠


꼬박 두 달이 걸린 한현희의 계약

2012년 1라운드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한현희는 1군 통산 416경기 971⅓이닝 65승 43패 105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데뷔 2년차였던 2013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올리는 등 넥센 불펜에 힘을 보탰다.

2018시즌에는 선발투수로 변신, 그해 30경기 169이닝 11승 7패 평균자책점 4.79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다시 구원투수로 돌아간 2019년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2020시즌부터 하락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2021시즌 도중에는 방역수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아 한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지난해 성적(21경기 77⅔이닝 6승 4패 평균자책점 4.75)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다.

사실상 키움은 한현희를 전력 외로 분류했다. 올겨울 FA 협상에 있어서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결국 새 팀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에 놓인 한현희는 긴 시간 동안 도장을 찍지 못했다. 모든 구단들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까지도 계약을 하지 못할 뻔했다. FA 자격을 취득하고 롯데와 손을 잡기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다.

한현희는 "저를 믿어주시고 좋은 제안을 해 주신 롯데 자이언츠 구단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고향인 부산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 행복하고, 열정적인 롯데 팬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어서 설렌다. 롯데에서 믿어주신 만큼 열심히 노력해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온 힘을 다하겠다. 또 지금까지 아낌없이 사랑해주신 키움 팬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현희도 예외 없다... 이제는 치열한 생존 경쟁

롯데 구단은 "한현희가 가진 제구력, 무브먼트,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로서 모두 활약을 해온 자원으로서 지난 시즌 종료 이후 9kg 감량, 그리고 결혼 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 투수진 뎁스가 강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의 이야기대로 한현희는 풀타임으로 선발, 불펜을 모두 경험했던 투수다. 그만큼 팀의 사정에 따라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확실하게 보직이 정해지진 않았으나 몸상태에 문제가 없다면 1군에서 마운드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한현희에게 한 자리가 보장돼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선발진의 경우 찰리 반즈, 댄 스트레일리, 박세웅까지 딱 세 자리만 정해져 있고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나머지 두 자리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한현희뿐만 아니라 기존에 팀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투수들도 도전장을 내민다.

특히 롯데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팀 중 하나로, 수 년간 세대교체를 거치면서 마운드가 한층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현희가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한편, 한현희가 'A등급'이었기 때문에 롯데는 원소속구단인 키움에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넘겨줘야 한다. 키움이 즉시전력감으로 활용 가능한 선수를 지명할지, 아니면 보상금을 택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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