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두 시즌 연속 정규시즌 5위, 범위를 좀 더 넓히면 2018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매 시즌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낸 키움 히어로즈는 어느덧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됐다. 모든 선수들이 그토록 원하는 단 한 가지의 꿈, '우승'만 맛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정규시즌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의 5강 예상에서 키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팀의 주전 1루수로 활약했던 박병호가 FA(자유계약선수) kt 위즈로 이적하고,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없이 2022시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빅리그 경력이 있는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가세만으로는 키움의 가을야구 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부정적인 전망이 자극제가 됐을까, 키움은 보란듯이 예상을 깨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단기전에서도 저력을 발휘하며 2014년, 2019년 이후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올가을 가장 오랫동안 야구를 할 수 있었던 키움의 2022년을 되돌아본다.
 
 타격 5관왕을 차지하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키움 이정후

타격 5관왕을 차지하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키움 이정후 ⓒ 키움 히어로즈


주축 선수 중심으로 똘똘 뭉친 키움의 힘

마운드에서는 단연 안우진이 돋보였다. 30경기 196이닝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 탈삼진은 무려 224개에 달했다.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평균자책점 부문 선두를 지키며 2관왕(평균자책점, 탈삼진)을 차지했다.

시즌 내내 큰 흔들림 없이 강력한 구위를 뽐낸 안우진은 전반기에만 10승을 수확하는 등 팀이 전반기에 상위권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마운드에 오를 때면 6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예상을 하더라도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마운드에 안우진이 있다면, 타선을 이끈 선수는 '정규시즌 MVP' 이정후였다. 타율, 타점,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까지 무려 5개 부문을 휩쓸었다. 특히 23개의 홈런, 0.575에 달하는 장타율은 이정후가 한 단계 더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정확한 콘택트에 펀치력까지 겸비하게 된 만큼 본인의 가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단순히 성적에서만 이정후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넥센 시절 팀을 이끌던 타자가 하나 둘 떠나면서 이정후는 선후배 선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됐는데,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자신의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했다. 팀이 한국시리즈를 준우승으로 마무리했을 때도 먼저 후배들을 다독인 이후 홀로 눈물을 훔쳤다.

여기에 안우진, 이정후를 받쳐주는 선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건재함을 과시한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 필승조의 한 축을 책임진 김재웅, 부지런히 치고 뛰어다닌 김혜성, 후반기 들어서 반등에 성공한 푸이그까지 '주연'을 더 돋보이게 하는 '명품 조연'이 곳곳에 존재했다.
 
 LG와 플레이오프 4차전서 승리를 거둔 이후 기쁨을 나눈 키움 선수들

LG와 플레이오프 4차전서 승리를 거둔 이후 기쁨을 나눈 키움 선수들 ⓒ 키움 히어로즈


2%가 아쉬웠던 가을, 그래도 희망을 본 2022시즌

전반기를 2위로 마무리한 키움은 한때 주춤하면서 LG 트윈스에게 자리를 빼앗겼고, 결국 3위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놓고 경쟁을 펼친 끝에 3위 자리를 사수한 것이 위안거리였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조금이나마 숨을 돌릴 시간을 마련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키움에 대한 예상은 다소 부정적인 편이었다. 준플레이오프 상대였던 kt, 플레이오프서 맞붙은 LG 모두 키움을 꺾고 다음 시리즈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정규시즌 개막 이전과 같은 모습이 펼쳐진 셈이다.

키움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준플레이오프서 kt를 제압했고, LG와 플레이오프에서는 3승 1패를 기록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만 해도 불안했던 키움의 수비가 3차전을 기점으로 안정감을 찾은 게 결정적이었다.

마지막 관문에 도착한 키움 히어로즈는 탄탄한 전력을 갖추면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한 SSG 랜더스를 만났다. 한국시리즈 전망 역시 밝지 않았음에도 4차전까지 2승 2패로 접전을 벌이는 등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SSG 선수들 역시 키움의 힘을 인정했다.

다만 시리즈가 길어지고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힌 키움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4-0으로 앞서던 한국시리즈 5차전이 8회말 최정의 투런포, 9회말 김강민의 3점포로 뒤집히면서 선수단의 사기가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이튿날까지 이어져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무색하게 만든 키움의 선전은 야구계에 큰 울림을 주었다. 고개를 숙여야 했던 선수들은 다시 한 번 정상 도전을 다짐했다. 여기에 올겨울에는 FA 원종현, 퓨처스 FA 이형종, 방출선수 임창민-홍성민 영입 등으로 부족한 부분까지 메웠다. 우승 트로피를 향한 키움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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