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 우범기, 아래 조직위)가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를 공식화했다. 14일 영화제 조직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민성욱 전 부집행위원장과 배우 정준호가 신임 집행위원장직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그간 독립과 대안이라는 가치를 표방하며 탄탄한 마니아 층을 형성했고, 국내외 독립예술영화 지원 및 상영을 통해 고유의 기반을 다졌지만 한편으론 일반 대중에게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다는 견해가 공존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로의 전환이 정체성 확립과 대중성 확보라는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선임 이유를 전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이사회는 14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2022년도 제5차 이사회'를 열 배우 정준호, 민성욱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정준호,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이사회는 14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2022년도 제5차 이사회'를 열 배우 정준호, 민성욱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정준호, 민성욱. ⓒ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24년 만에 공동집행위원장 체제 선택
 
24년만에 처음으로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를 선택했고, 그 이유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포괄하기 위함이라 밝혔지만, 내정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당연직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자 이사장직을 맡게 된 우범기 전주시장의 강한 드라이브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준동 전임 집행위원장 임기가 끝나면서 사의를 밝힌 이후 일각에선 우 시장이 배우 정준호를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적극 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실제로 지난 10월 19일 최종 후보자 발표 과정에서 영화제 측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후보자 선정 과정 자체의 문제는 없다. 정관대로면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후보는 이사장 또는 이사회의 3분의 1 추천으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로선 30년 넘는 경력이 있는 정준호가 영화제 행정 경험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일각의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하마평에 그의 이름이 오른 이후로 SNS 상에서 일부 영화인들의 비판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었다(관련 기사: 정준호 집행위원장 임명 놓고 전주시장-영화계 갈등).
 
실제로 14일 이사회 표결 과정에서 복수 이상의 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내홍이 강했다는 방증이다. 전주국제영화제 이사회는 우범기 시장, 서배원 전주시 문화관광체육국장, 배우 권해효, 방은진 등 8인으로 구성돼 있다.
 
국제영화제 규모의 주요 영화제에서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를 택한 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다. 부산영화제는 2007년 (김동호, 이용관)과 2015년 (이용관, 강수연)에 공동위위원장 체제를 선택한 바 있다. 다만 2007년엔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후임으로 이용관을 공개 지목하면서 일종의 시스템 구축과 인수인계라는 명분이 있었고, 2015년엔 블랙리스트 및 <다이빙벨> 상영 이후 정권의 간섭을 받은 직후에 내놓은 쇄신안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배우가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맡는 건 세 번째다. 조재현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강수연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맡았다. 조재현은 성폭력 사건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했지만 경기도 영상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중 해당 영화제의 초대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된 경우다. 강수연은 부산영화제 초기 때부터 심사위원 및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영화제 전반에 이해도가 높았고, 블랙리스트 사태 때 삼고초려 끝에 이른바 '구원투수' 격으로 직을 수행했기에 상징성이 크다.
 
앞선 사례에 비할 때 정준호 집행위원장 선출은 명분이나 의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민성욱 집행위원장이야 전주국제영화제 출범 당시 조직위 소속이었고, 사무국장과 부집행위원장직을 역임했기에 자격 논란과 거리가 멀지만, 정준호는 독립예술영화와 접점이 떨어지다시피하고 시장의 의중이 강조된 경우라 정치적 간섭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한편 신임 집행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전주영화제 조직위 측은 2023년 4월 27일 행사 개막을 예고했다.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JIFF 우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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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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