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향한 아찔한 태클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대한민국 주장 손흥민이 우루과이 수비수 카세레스의 거친 태클에 넘어져 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대한민국 주장 손흥민이 우루과이 수비수 카세레스의 거친 태클에 넘어져 있다. ⓒ 연합뉴스

 
아쉽게 승리하진 못했으나 투혼의 의지를 불사르는 경기였다.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남아메리카 전통의 강팀이었던 우루과이를 상대로 후회 없는 조별 리그 첫 경기를 치렀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대표팀은 24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 라이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H조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만났다. 시작이 대회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는 만큼 두 팀 모두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는 치열한 승부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다른 의미에서 '죽음의 조'로 평가 받았던 H조

이번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경기력에 대한 확신이 잘 느껴지지 못했다. 월드컵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패한 이후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동안 여러 가지 요소에 있어서 불안하기도 했고, 대회 직전 손흥민의 부상 등 불안한 소식들도 있었다.

H조에서 만나게 될 다른 상대 팀들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비록 플레이 오프까지 거쳐 월드컵 본선에 합류한 포르투갈과 월드컵 통산 2회 우승(1930, 1950)에 빛나는 우루과이 그리고 아프리카 예선 시스템의 특성 상 지옥의 문을 통과했던 가나까지 H조의 4팀은 서로의 승부를 확실하게 가를 수 없없다.

스페인과 독일 두 팀이 같은 조에 배정된 E조가 조 추첨 당시에 가장 주목을 받는 '죽음의 조'로 불렸다. 그러나 조 배정 이후 각 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H조 역시 확실한 우열 팀을 쉽게 가릴 수 없는 점에서 E조와는 다른 의미로 '죽음의 조'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포르투갈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대한민국에게 20년 전에 본선에서 만나 패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포트 1 자격을 얻었던 만큼 FIFA 랭킹에 의거하면 9위에 올라있는 강팀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어려운 상대다.

우루과이는 제1회 대회를 개최하여 우승을 차지했고,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다시 열렸던 제4회 브라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팀이다. 비록 예전에 비하여 월드컵 본선에서 우승 문턱에 접근한 적은 없지만, FIFA 랭킹 14위로 포르투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점에서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었다.

가나는 이번 월드컵 본선 출전 팀들 중 FIFA 랭킹이 가장 낮았다(61위). 그러나 아프리카 예선 시스템이 10팀 중 5팀만 생존할 수 있는 지옥의 외나무 다리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기본 실력 자체를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대한민국의 FIFA 랭킹은 28위로 아시아 팀들 중 4번째로 높은 위치에 있어 다른 상대 팀들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우루과이에 약했던 상대 성적, 중요했던 첫 경기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날 경기 전까지 우루과이를 상대로 절대 열세를 보였다. 이전까지 1승 1무 6패에 그쳤고, 그나마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가장 최근에 치렀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을 정도였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조별 리그 3차전에서 0-1로 패했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16강전에서 1-2로 패했다. 경기 내용들을 보면 크게 밀리지는 않았으나 대부분 1~2점 차의 패배가 많았다.

우루과이는 2010년 준결승에 진출했던 황금 시대 멤버들의 노쇠화로 인해 하마터면 이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오스카르 타바레스 전 감독까지 경질하고 디에고 알론소 감독으로 교체하며 팀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이후 예선 경기에서 6승 1무로 반등하며 월드컵 본선에 합류할 수 있었다.

2022년에 들어와서는 루이스 수아레스(나시오날), 에딘손 카바니(발렌시아) 등의 베테랑과 더불어 다르윈 누녜스(리버풀),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핫스퍼) 등 젊은 선수들의 조화로 더욱 강해졌다. 이전까지 월드컵에서 만났을 때보다 더 강해진 모습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벤투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을 맡은 이래 4년 동안 팀 컬러를 확실하게 구축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를 기반으로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는 마지막 경기에서 패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불안 요소 없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무난하게 확정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은 고질적으로 전방 압박을 통해 빌드업을 방해하는 팀들만 만나면 고전했다. 대표적으로 최종 예선에서 3위를 노리고 있었던 아랍에미리트에게 마지막 경기에서 강력한 전방 압박을 당하며 0-1로 패하며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이 때문에 이란에게 1승 1무로 앞서고도 최종 예선 A조 2위로 밀려났다.

그나마 우루과이를 만나는 시점에서 다행인 요소가 있었다면 로날드 아라우호(바르셀로나)가 9월 이란과의 친선 경기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수술을 받아 조별 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점이었다. 또한 우루과이가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1승 3무 2패로 성적이 아주 좋지는 못했다는 점도 희망 요소였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월드컵 본선에서의 첫 경기가 상당히 중요했다. 이전까지 월드컵 본선의 두 번째 경기에서 이겨 본 적이 한 번도 없고, 네덜란드 상대 0-5 대패나 아르헨티나 상대 1-4 대패, 알제리 상대 2-4 대패 등 우리나라의 충격적인 대패 경험들이 모두 본선 두 번째 경기에서 있었다.

사우디, 일본과 다른 방법으로 임했던 대한민국의 첫 경기
 
슈팅 시도하는 조규성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후반전 교체 투입된 한국 조규성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후반전 교체 투입된 한국 조규성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벤투 감독은 상대가 어떤 팀이든 우리 대표팀이 해 왔던 축구를 하는 스타일을 고집한다. 그리고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도 그렇게 시작했으며, 경기 시작부터 우루과이를 상대로 점유율을 먼저 확보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우루과이도 점차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점유율은 서로 비슷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각각 아르헨티나와 독일을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대한민국과 우루과이는 중원에서 거의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전 중 황의조에게 노 마크 찬스가 왔다. 황의조(올림피아코스)가 골키퍼와 1:1 상황에서 회심의 슛을 날렸으나 슛 과정에서 몸이 너무 뒤쪽으로 기울어 있었으며 자세가 완벽하지 못했던 탓에 공이 골대 위로 솟아 오르는 아쉬운 장면이었다.

후반 19분 수아레스가 카바니로 교체되고, 벤투 감독도 교체 카드를 꺼내면서 경기 흐름이 다소 바뀌었다. 황의조를 조규성(전북 현대)으로, 이재성(FSV 마인츠)을 손준호(산둥 타이산)로, 나상호(FC 서울)를 이강인(RCD 마요르카)으로 교체하면서 대표팀은 경기 흐름에 변화를 시도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우루과이의 공격이 거세어졌다. 골대를 두 번이나 맞는 등 대한민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간담을 서늘해질 만한 상황이 몇 차례 연출되었지만, 끝내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대등했던 경기, 죽음의 조 서막이 열렸다

비록 위험한 장면들이 몇 차례 나오긴 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월드컵 첫 경기에서 선전했다. 중원에서 밀리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며, 우루과이가 몇 차례 역습을 시도했듯이 대한민국도 몇 차례 역습을 시도했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분석하여 준비한 탓에 경기 내내 두 팀 모두 단 하나의 유효 슛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는 서로가 상대 팀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차단한 덕분에 골키퍼에게 도달하는 슛을 날릴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을 정도로 치열한 경기였음을 보여주는 기록이었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이 추구했던 후방 빌드 업과 점유율 확보에서 효율적인 모습을 보인 덕분에 빠른 템포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전반과 후반을 합하여 추가 시간이 10분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효율적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다만 유효 슛을 기록하지 못하며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던 점은 아쉬웠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우루과이가 아르헨티나와 독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에게 역전패를 당한 것을 거울 삼아 역습을 지나치게 의식한 가운데 전체적으로 소극적인 공격 속에 수비에 집중했던 점도 있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그 동안 1승 1무 5패로 압도적으로 열세였던 우루과이를 상대로 대한민국 대표팀은 클린 시트를 기록하며 귀중한 승점 한 점을 챙겼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에 이어 대한민국도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팀을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를 보여줬다.

그동안 기용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도 자신들이 대표팀에 발탁된 이유를 증명했다. 그동안 기회를 거의 받지 못했던 이강인도 후반 조커로 교체 투입되면서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선보일 기회를 얻었다.

오히려 우루과이 입장에서 승점 3점을 땄어야 할 경기에서 승점 1점에 그치면서 앞으로의 일정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우루과이의 다음 상대가 H조에서 가장 강력한 포르투갈이라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승점 확보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 대한민국과의 경기만 봐도 중원 라인 대결에서 대한민국에게 우위를 보이지 못하며 불안 요소를 보이기도 했다.

다음 상대인 가나와 포르투갈, 약점은 있다

대한민국의 다음 상대 팀은 H조에서 FIFA 랭킹이 가장 낮은 가나다. 분명 이전 전성기에 비하여 그렇게 강한 모습은 아니며 최근 FIFA 랭킹으로 봐서도 가나는 32팀 중 가장 낮은 순위의 팀인 만큼 대한민국에게 있어 꼭 잡아야 하는 상대다.

그러나 한 수 아래의 팀이라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일단 대한민국 팀은 그 동안 월드컵 본선 2번째 경기에서 이겨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전까지 10번의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2번째 경기에서 4무 6패에 그쳤으며, 6패 중 4실점 이상의 대패도 4번이나 된다.

8년 전 브라질 대회에 출전하기 전 미국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구 플로리다 말린스 홈 경기장)에서 치렀던 평가전에서도 가나에게 0-4 대패를 당한 적 있다. 당시 알제리에 대비한다면서 아프리카 팀과 평가전을 했는데, 약점을 노출시킨 꼴이 되었고, 결국 알제리에게 2-4로 처참하게 패했다.

포르투갈과 가나의 대결에서는 대체로 포르투갈이 경기 주도권을 쥐었지만 포르투갈이 가나를 크게 위협하진 못했으며 가나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전에 포르투갈과 가나는 어느 팀도 우위를 보이지 못한 채 서로 힘만 빼는 결과를 남겼다.

후반에는 서로 골을 주고 받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가나의 안드레 아이유(알 사드)가 동생 조던 아이유(크리스탈 팰리스)와 교체되어 나간 뒤 동료들과 인사하는 도중 포르투갈이 다시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가 갈리기 시작하자 당혹스러워 할 정도로 후반전의 진행은 속도감이 있었다.

가나의 선수들은 추가 시간에 어설픈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포르투갈 골키퍼 뒤로 침투하여 공을 뺏는 데 성공했으나 혼자 미끄러지는 바람에 슛을 날리지 못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포르투갈도 약점을 노출했다. 빠른 역습으로 가나의 수비진을 흔들어 경기를 승리했지만, 가나의 역습이 있을 때마다 효과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했다. 한 차례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고, 경기 막판에는 집중력 저하로 인하여 몇 차례 위기 상황을 노출하기도 했다.

방심은 금물, 지금까지 했던대로 착실하게 준비해야

일단 우루과이를 상대했을 때의 경기력을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면, 대한민국 대표팀이 죽음의 조가 된 H조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상대적으로 고전했던 점이 다소 걸릴 뿐이다.

대한민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2006년 토고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고, 2010년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2-2 무승부를 기록했으며, 2014년 알제리를 상대로는 2-4 대패를 당했다. 3경기 모두 쉽게 이긴 경기가 없었을 정도로 아프리카 팀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는 못했다.

다행히 대한민국 대표팀의 현 감독인 벤투 감독은 8년 전 포르투갈 대표팀의 감독을 맡아 가나를 상대로 이겼던 경험이 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포르투갈은 독일과 가나 그리고 미국을 상대로 G조에 편성되었고, 가나와의 3차전에서 승리하며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당시 포르투갈은 가나에게 2-1로 승리했지만, 당시 대회를 우승했던 독일에게 0-4로 대패하는 바람에 승점 4점 동률을 기록한 미국에게 골 득실차에서 밀리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다만 가나가 끈질기게 포르투갈을 잡고 늘어지면서 포르투갈은 다득점 확보에 실패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다행인 점은 대한민국이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클린 시트를 기록하면서 아직은 골 득실차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보다 근소한 차이로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가나에게 방심하지 않으면서 승리를 확보하고, 마지막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우루과이를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우리의 경기를 한다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4년 동안 착실하게 자신의 축구 철학을 대한민국 대표팀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했고,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우루과이를 상대로 귀중한 승점을 확보했듯이, 이어지는 가나와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도 대한민국 대표팀이 상대 팀에 관계 없이 '우리의 축구'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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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FIFA월드컵카타르 대한민국축구대표팀 우루과이전무승부 2022카타르월드컵H조 죽음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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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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