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손흥민과 차범근, 박지성을 비교하는 '손차박 논쟁'이 유명하다. 하지만 10년이 훨씬 넘은 긴 시간 동안 세계 축구팬들이 결론을 내지 못한 최고의 논쟁은 '메호대전'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멩 FC)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의 우열 가리기다. 개인 타이틀에선 발롱도르 7회의 메시가 다소 앞서지만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에 빛나는 호날두의 업적 역시 메시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

메시와 호날두는 각각 2021년 코파 아메리카와 유로2016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로서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얻었지만 유독 월드컵에서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메시와 호날두 모두 2006년 독일월드컵을 시작으로 나란히 4번이나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준우승,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의 4강이 역대 최고성적이었다.

1987년생 메시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공동개최하는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2026년이 되면 만 39세, 1985년생 호날두는 만 41세가 된다. 현실적으로 이번 카타르월드컵이 두 살아있는 전설이 월드컵 무대를 누빌 수 있는 마지막 대회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과연 축구계의 역대 최고 선수를 꼽을 때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메시와 호날두는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43경기 무패로 마지막 소원 이룬다
 
 리오넬 메시

리오넬 메시 ⓒ 로이터/연합뉴스

 
메시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만 18세의 어린 나이로 월드컵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아르헨티나에는 에르난 크레스포, 카를로스 테베스, 하비에르 사비올라 같은 쟁쟁한 공격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당시 메시는 주로 교체 선수로 출전했다. 하지만 메시는 3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뽐냈다. 참고로 독일 월드컵에서 기록한 메시의 골은 역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월드컵 최연소 득점 기록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의 금메달을 이끈 메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부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고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이끈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만난 독일에게 0-4로 무너졌고 메시는 대회 내내 5경기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당시 메시는 독일과의 8강전을 앞두고 심한 몸살로 인해 훈련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절치부심한 메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회를 치르며 아르헨티나를 결승으로 견인했다. 하지만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결승에서 독일을 만나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0-1로 패하며 또 한 번 우승이 좌절됐다. 4골 1도움을 기록한 메시는 대회 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16강에서 프랑스를 만나 2-4로 패했고 아르헨티나를 꺾고 8강에 오른 프랑스는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메시는 포기하지 않고 월드컵 우승을 위한 도전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고 작년 코파 아메리카 대회 7경기에서 4골5도움을 기록하면서 우승과 MVP, 득점왕, 도움왕을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남미예선에서 무패(11승6무)를 기록하며 브라질(14승3무)에 이어 2위로 본선에 진출한 아르헨티나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강호들이 예전 같지 않다고 평가 받는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최근 A매치 36경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을 정도로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히 메시가 팀의 중심으로 활약하겠지만 다른 대회에 비하면 포지션 별로 뛰어난 전력의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드컵 우승이 축구선수의 전부는 아니지만 축구선수에게 월드컵 우승만큼 영광스런 타이틀도 없다. 모든 것을 가진 메시가 유일하게 갖지 못한 월드컵 우승 타이틀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이유다.

월드컵과 호날두의 악연, 카타르에서 끝낼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로이터/연합뉴스

 
스포르팅 CP 시절 '황금세대'로 불리던 선배들이 한국에 패해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걸 목격한 호날두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약관의 나이로 월드컵 무대에 데뷔했다. 호날두는 이란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월드컵 데뷔골을 기록했고 포르투갈도 4강까지 올라가며 선전했다. 호날두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북한과의 경기에서 골을 기록했지만 16강에서 우승팀 스페인을 만나 0-1로 패하며 탈락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호날두와 포르투갈에게 악몽으로 남아있다. 조별리그부터 우승후보 독일을 비롯해 미국, 가나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 포르투갈은 독일과의 첫 경기에서 토마스 뮐러(FC바이에른 뮌헨)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0-4로 완패했다. 호날두는 미국전에서 동점골을 어시스트했고 가나전에서는 직접 골을 넣으며 2-1 승리를 이끌고 1승1무1패로 조별리그를 마쳤지만 미국에게 골 득실에서 밀리며 12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호날두는 이어진 유로2016에서 프랑스와의 결승 도중 무릎부상을 당하며 전반 중반에 교체됐지만 7경기에서 3골3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포르투갈에 첫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 타이틀을 선물했다. 호날두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경기 동안 4골을 터트리는 맹활약을 했지만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팀의 1-2 패배를 막지 못하고 다시 16강에서 탈락했다.

포르투갈은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에서 세르비아에 밀려 A조 2위로 밀려났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튀르키예와 북마케도니아를 가볍게 꺾고 본선티켓을 따냈다. 호날두는 유럽예선 9경기에서 6골1도움을 기록하며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포르투갈 공격의 중심임을 증명했다. 포르투갈은 이번 월드컵에서 디오구 조타(리버풀FC)와 페드루 네투(울버헴튼 원더러스FC) 등이 부상으로 제외됐지만 여전히 멤버구성만 보면 우승후보로 분류하기에 손색이 없다.

이번 대회 포르투갈과 호날두의 성적과 활약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포르투갈이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같은 H조에 속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축구팬들은 3년 전 '노쇼사건' 때문에 호날두에 대한 감정이 썩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은 호날두의 도전은 세계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축구를 양분했던 명성에 비해 월드컵과의 인연이 썩 좋지 못했던 호날두가 카타르에서 한을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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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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