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도로공사를 꺾고 1라운드 일정을 마쳤다.

권순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3일 인천 삼산 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2.25-18,23-25,16-25,15-9)로 승리했다. 1,2세트를 쉽게 따냈다가 3,4세트를 내리 내주며 '리버스 스윕'의 위기에 몰렸던 흥국생명은 5세트를 승리하고 승점 2점을 챙기며 3위 도로공사와의 승점 차이를 5점으로 벌렸다(5승1패).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블로킹 6개를 포함해 29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승리를 이끌었고 김연경이 48.65%의 성공률로 19득점, 이주아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3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흥국생명의 주장 김미연은 21.19%의 공격점유율과 43.75%의 성공률로 16득점을 올렸고 5세트 11-8 상황에서 연속 3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을 통해 흥국생명의 3연승 행진을 견인했다.

리베로에 집중된 하위 라운드 출신 선수들
 
 김미연은 3라운드로 프로에 입단해 세 팀을 거치며 2개의 우승반지를 얻었다.

김미연은 3라운드로 프로에 입단해 세 팀을 거치며 2개의 우승반지를 얻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는 매년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신인 드래프트를 개최해 고교 또는 실업 출신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산술적으로는 해마다 팀 별로 4라운드까지 4명, 수련 선수를 포함하면 최대 5명 이상의 신인 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하지만 V리그에는 2군리그가 없고 23억 원의 연봉상한선(여자부 기준)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프로 입단에 성공하는 선수는 해마다 20명 내외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프로에 입단하는 선수들은 쟁쟁한 선배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놓이기 때문에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일부 특급신인들을 제외하면 신인시절부터 경기 출전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각 고교팀의 에이스 선수들은 대부분 1,2라운드에서 지명이 되기 때문에 3라운드 이후에 선발되는 선수들은 V리그에서 데뷔도 해보지 못하고 1,2년 안에 방출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 18번의 V리그 역사를 살펴 보면 3라운드 이후에 지명된 선수 중에서 각 구단의 주전으로 자리 잡은 선수는 매우 한정적이다. 역대 하위라운드 지명 선수 중 프로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주전 리베로 김연견을 들 수 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5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김연견은 2012-2013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현재는 대표팀에도 자주 선발되는 리그 정상급 리베로로 군림하고 있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5순위 출신 한다혜 리베로(GS칼텍스 KIXX)는 프로 입단 후 네 시즌 동안 웜업존을 전전하다가 2018년12월 나현정 리베로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기회를 잡아 세 시즌 연속 주전 리베로로 활약했다. 오지영 리베로(GS칼텍스)의 이적 후 지난 시즌 프로 데뷔 10년 만에 KGC인삼공사의 주전 자리를 차지했던 노란 리베로도 2012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3순위 출신이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1순위와 5순위로 지명됐던 구솔(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과 이진(IBK기업은행 알토스)은 프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아직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차지하진 못했다. 기업은행에는 2017년 수련선수로 GS칼텍스에 입단해 프로생활을 시작했다가 2019년 기업은행으로 트레이드됐던 아웃사이드 히터 박민지도 있다. 하지만 박민지는 표승주와 달리 산타나,육서영 등에 밀려 출전 기회를 자주 얻지 못하고 있다.

1라운드 5승1패 흥국생명의 믿음직한 주장
 
 김미연이 주전으로 출전한 최근 3경기에서 흥국생명은 3연승을 내달렸다.

김미연이 주전으로 출전한 최근 3경기에서 흥국생명은 3연승을 내달렸다. ⓒ 한국배구연맹

 
이처럼 3라운드 이후에 지명된 선수 중에서 프로 무대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선수는 많지 않고 그나마도 리베로 포지션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2011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3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해 기업은행을 거쳐 흥국생명에서 5시즌째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 김미연은 V리그에서도 비슷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를 찾기 힘든 입지전적인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도로공사 입단 후 5번째 시즌이었던 2015-2016 시즌 28경기에서 276득점을 올리며 주전으로 입지를 다진 김미연은 2016년 6월 도로공사와 기업은행의 2:2 트레이드를 통해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기업은행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며 2016-2017 시즌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김미연은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생애 첫 FA자격을 얻어 흥국생명으로 이적했고 이적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2018-2019 시즌 우승 이후 '쌍둥이 자매 학원폭력 사태'와 김연경의 복귀 및 중국진출, 김해란 리베로의 출산,김세영의 은퇴 등 여러 대소사가 겹치며 심한 전력기복을 보였다. 김미연은 꾸준히 흥국생명의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했지만 지난 시즌 신인 정연주가 좋은 활약을 했고 올해 컵대회를 통해 김다은이 부쩍 성장하면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실제로 흥국생명의 권순찬 감독은 이번 시즌 개막전부터 김미연 대신 김다은을 먼저 주전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김다은은 아직 풀타임 주전을 소화하기엔 경험이 크게 부족했고 김미연은 지난 4일 기업은행전부터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고 김미연은 흥국생명이 3연승을 내달린 최근 3경기에서 강약을 조절한 노련한 서브와 함께 과감한 공격으로 경기당 평균 12.3득점을 올리면서 흥국생명의 주장다운 믿음직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김미연은 도로공사 시절 작은 신장에도 안정된 수비와 강한 서브, 야무진 공격으로 팀 내에서 입지를 다진 황민경(현대건설)을 롤모델로 삼으며 기량을 키워 나갔다. 어느덧 김미연은 프로 12년 차의 중견 선수이자 2개의 우승반지를 가지고 있는 흥국생명의 주장이 됐다.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출신의 V리그 유일한 주전 공격수 김미연도 하위라운드 출신이나 신체조건이 불리해 기회를 얻지 못하는 젊은 선수들의 롤모델이 되기 충분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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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미연 캡틴 3라운드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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