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포스터

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포스터 ⓒ 파라마운트+


"이 일은 자네가 맡아서 처리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돌아와서 보지"
"... 저... 제독님, 가족이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아주 딱딱한 업무에 관한 일들만 주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가족들과도 오랜시간 같이 생활하다보면 부드러운 말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속마음은 그렇게 딱딱하지 않지만 겉으로 주고받는 대화를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건조했고, 또 차갑기도 했다.그렇다고 갑자기 따뜻한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성적인 것이 우선시 되는 관계에서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이 생각보다는 어렵다.

첫 문단의 대화는 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4에서 주인공 버넘 선장(소네쿠아 마틴 그린)과 상사인 제독의 대화다. 앞쪽에는 임무에 관한 아주 딱딱하고 심각한 이야기가 오랜 시간 이어진다. 그리고 대화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도 특별히 따뜻한 이야기를 던질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버넘 선장은 상사인 제독에게 따뜻한 말한마디를 보탠다. 대화를 나눈 시점은 바로 직전에 진행되었던 전 우주적인 재난을 극복하면서 모두가 끔찍한 참사를 피할 수 있었던 때였다. 제독은 버넘이 던지는 따뜻한 말한마디에 뒤를 돌아보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화면에서 사라진다. 

특유의 따뜻함과 공감을 보여주는 스타트렉 스핀오프 시리즈

이런 따뜻한 장면들 때문에 이 시리즈는 아주 많지않지만 고정팬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인 버넘은 무척 이성적인 사람이면서 굉장히 감성적이다. 상황판단능력과 개별 전투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공감능력을 통해 시리즈 내내 빛나는 존재가 된다. 그저 엔지니어에 불과했던 그가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결정과 인식의 중심에는 공감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디스커버리호에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같은 우주선에 있는 모든 동료들은 그 공감을 건네고 또 건네면서 모든 결정이 이성적인 잔인함에 묻혀버리지 않게 만든다.  

상황이 심각해지고 이성적인 판단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버넘 선장은 꼭 위험한 상황에 처한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고려한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에서 공감가능하다면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더라도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결정을 주변 동료들에게 설득하려 노력한다. 버넘 선장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는 노력이다. 이런 인식은 더 심각한 위험가 자신에게 닥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는 방법을 택하게 만든다. 
 
 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장면

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장면 ⓒ 파라마운트+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리즈 전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있다. 그건 일반적인 <스타트렉> 영화 시리즈나 다른 TV시리즈가 가진 감성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스타트렉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과 생겨난 문제들이 모두 해결가능하다는 초긍정성이 스타트렉이 가진 고유의 감성이다. 그런 긍정적인 인식과 방향성 때문에 꾸준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을 것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을 보여주는 시리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리즈는 긍정의 정서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버넘을 중심으로 그 주변인물들이 보여주는 공감과 치유의 감성이다. 그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첫 문단의 대화다. 마지막 한 마디에 포인트가 있다. 무척 심각하고 엄중한 대화를 나눈 이후에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한 마디를 던진다. 꼭 버넘 선장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물들은 서로 괴롭고 고통스러운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대화를 시도한다. 한 회차에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한 시즌의 말미에 가면 그들의 갈등은 대부분 서로에 대한 공감으로 따뜻하게 정리된다. 

사실 어떤 사람들은 이 시리즈 전체가 너무 감정이 과잉된 것 아니냐고 공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급박하고 빠른 이야기 속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이 받은 상처를 다른 선원들에게 위로받고 또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걸 보고 있자면 마음이 무척 따뜻해진다. 무엇보다 온갖 갈등과 싸움을 보는 현실에서 보지 못했던 공감능력이 충만한 리더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는 것이 무척 즐겁다. 

매 에피소드는 인류 멸종이나 큰 전쟁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가득하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 뒤에는 치유의 말을 주고받는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 모를 때, 모든 등장인물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걸 듣던 상대방은 어떤 때는 해결책을 조언하고 어떤 경우에는 마음 깊숙히 들어와 큰 위로를 건넨다. 그 위로가 비록 상황에 대한 해결을 할 수 없을지 몰라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볼 때면 따뜻함과 희망을 느끼게 된다. 엄청나게 기술이 발전된 이야기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바꾸고 이끌어가는 건 결국 그 따뜻한 치유의 감성이 아닐까. 그 치유가 희망을 만들어내고 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동력이 될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현실에서 너무 따뜻함과 공감을 잊은 것은 아닐까. 매일매일 뉴스를 보면 날선 말들과 혐오의 말들이 오간다. 하지만 모두는 자신의 말을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마음 속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의 선원들처럼 우리가 먼저 상대방에게 따뜻한 공감의 말을 던지면 어떨까. 현 시대에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공감인 것 같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는 현재 시즌 4가 완결되었다. 시즌 1부터 시즌3까지 시리즈의 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김보연 작가가  이번 시즌에는 빠졌지만 시리즈 초반부터 구축된 공감과 치유의 감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스타트렉 시리즈가 큰 인기가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공감과 치유의 정서는 이야기에 빠져든 모든 시청자들을 위로한다. 혹시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플러스 티빙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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