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을 3주 앞두고 설마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부상을 당한 손흥민이 끝내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토트넘 홋스퍼 구단은 지난 11월 3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왼쪽 눈 주위 골절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수술 뒤 팀 의료진과 재활 일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활과 회복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하루전인 2일 프랑스 마르세유 스타드 벨로드롬서 킥오프한 2022-23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조별리그 6차전에서 전반 23분 공중볼 경합중 상대 수비수 음벰바와의 충돌로 부상을 입었다. 음벰바의 어깨에 안면을 강타당한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의료진이 긴급히 그라운드로 들어가 응급처치를 했지만 손흥민의 얼굴은 크게 부어올랐고 코피까지 흘렸다. 결국 손흥민은 더 이상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고 부축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안면 부상' 손흥민 전반 29분 교체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가운데)이 1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D조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안면 부상으로 전반 29분 만에 교체되고 있다. 손흥민은 전반 23분 중원에서 공중볼 경합을 하다가 마르세유 찬셀 음벰바의 어깨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쳐 쓰러졌다. 토트넘은 이날 마르세유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했다.

▲ '안면 부상' 손흥민 전반 29분 교체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가운데)이 1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D조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안면 부상으로 전반 29분 만에 교체되고 있다. 손흥민은 전반 23분 중원에서 공중볼 경합을 하다가 마르세유 찬셀 음벰바의 어깨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쳐 쓰러졌다. 토트넘은 이날 마르세유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했다. ⓒ 마르세유 EPA=연합뉴스

 
그나마 손흥민은 당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지는 않았고, 경기가 토트넘의 역전승으로 끝난 후에는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기념 촬영까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서 심각한 상태는 아닐 것이라는 희망섞인 추측도 있었다. 하지만 정밀진단후 결국 가장 우려했던 안면골절 판정을 받으며 수술대에 오르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로써 손흥민은 당분간 그라운드에 설 수 없게 됐다.
 
월드컵이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벤투호'에게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만일 타박상이나 가벼운 뇌진탕이었면 보통 열흘 이내로 회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골절은 아무리 경미해도 최소한 한 달 이상의 치료와 안정을 필요로 한다. 심지어 손흥민이 다친 부위는 눈을 보호하는 뼈에 금이 가는 안와골절이기에, 최소 8주 이상의 치료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축구처럼 격렬한 경기를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트넘은 구체적으로 손흥민의 회복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손흥민이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선수단 사기와 자신감에도 악영향

한국축구 최고의 월드클래스 스타인 손흥민은 벤투호에서 주장이자 에이스다. 손흥민은 A매치 104경기에 나서서 35골을 넣었고, 벤투호 출범 이후에만 34경기에서 12골을 넣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사실상 벤투호는 4년간 손흥민을 전술의 중심으로 하여 팀을 꾸려왔다고 할 수 있다. 전력의 절반 이상인 손흥민을 잃는 상황에서 벤투호는 포르투갈-우루과이-가나같은 난적을 상대로 16강 진출을 장담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또한 간판스타를 잃어버린 선수단의 사기와 자신감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
 
손흥민은 2014년-2018년에 이어 생애 3번째 출전을 노리고 있었으며 이번 대회에서 한 골만 추가해도 안정환-박지성(이상 3골)을 넘어 단독으로 역대 한국축구 월드컵 본선 최다골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손흥민의 나이를 감안할 때 2026년 월드컵도 출전이 가능하지만 신체적-경험적으로 최전성기에 도달한 지금만큼의 기량을 계속 유지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고의 선수가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낙마하는 것은 축구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황선홍, 2006년 독일월드컵의 이동국, 2010 남아공월드컵의 곽태휘, 2018 러시아월드컵의 김민재, 2014-2018 월드컵의 김진수 등 당시 주전이 유력한 선수들이 월드컵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본선출전이 좌절된 바 있다.
 
특히 벤투호는 변화가 적고 핵심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부상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주전 선수들이 모두 최상의 컨디션일 때는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만일 부상으로 인한 전력누수같은 변수가 발생했을 때는 대응력이 취약하다는 게 벤투호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벤투 감독은 정상적인 경기출전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한 적이 아예 없다. 실제로 벤투호에서 손흥민이 있고 없을 때와 경기력의 차이는 컸다.

손흥민의 부상과 회복 정도에 따라 벤투호의 이번 월드컵 플랜도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일단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역시 손흥민이 도저히 월드컵까지 회복불가라는 판정을 받고 최종엔트리 자체에서 아예 빠지는 것이다. 현재 대표팀에서 손흥민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아예 없다. 설상가상 대표팀의 또 다른 주축 공격수인 황의조(올림피아코스)나 황희찬(울버햄튼)도 최근 소속팀에서 입지가 흔들리며 부진에 빠져있다.
 
오히려 K리그 득점왕 조규성(전북)이나 오현규(수원)같은 국내파 선수들의 컨디션이 더 좋다. 다만 큰 무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선수들이 월드컵에서도 K리그에서와 같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손흥민이 없는 공격진에서 플랜A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데, 월드컵 본선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이 4년간 고집해 온 전술적 틀에 이제와서 얼마나 큰 변화를 줄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차선책은 일단 손흥민을 최종엔트리에는 포함시킨 뒤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차범근 감독은 마지막 평가전에서 부상당한 에이스 황선홍을 최종엔트리까지 포함시켰지만 결국 몸상태가 회복되지 않아 본선에서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다만 이번 대회는 엔트리가 기존의 23인에서 26인으로 확대되었기에 다소 선수선발에 여유가 있다. 다행히 손흥민의 회복상태가 빠르면 24일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는 몰라도, 가나, 포르투갈과의 2·3차전 출전이나 혹은 16강 이후의 경기를 기약할수도 있다. 케빈 데 브라이너(맨시티)처럼 손흥민과 비슷한 부상을 당하고도 4주 이내에 기적적으로 조기 복귀했던 사례들도 있는 데다, 그동안 부상에 뛰어난 회복력을 보여준 손흥민이기에 마냥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만일 풀타임이 어렵다고 해도 경기 후반 짧은 시간을 활약하는 '조커'만이라도 활용이 가능하다면 희망은 있다. 완전한 컨디션이 아니라고 해도 손흥민이 스쿼드에 있고 없고에 따라 상대팀에게 주는 압박감은 차원이 다르다.

한편으로 이제 벤투 감독도 손흥민이 월드컵에서 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최종엔트리 발표까지는 남은 시간이 있다. 벤투 감독이 한동안 배제했던 선수들이나, 혹은 대표팀을 이미 은퇴했더라도 국제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선수들의 전격 복귀같은 깜짝 카드도 과감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축구에게는 가혹하지만 손흥민이 없는 상황조차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변수의 일부로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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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부상 카타르월드컵 벤투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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