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KS행 좌절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1-4로 패배해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LG 선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LG, KS행 좌절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1-4로 패배해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LG 선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역시 키움의 저력은 대단했다. 키움 히어로즈가 지난 28일 끝난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2위 LG 트윈스를 3승 1패로 꺾고 2019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물론 이정후와 안우진이 각각 리그 최고의 타자와 투수로 성장했지만 3년 전과 비교해 홈런왕 박병호(kt 위즈)도, 타점왕 제리 샌즈도, 골든글러브 유격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없는 상황에서 창단 후 3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낸 것이다.

반면에 키움에게 덜미를 잡힌 LG의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87승을 따내며 구단 역대 최다승 기록을 세운 LG는 플레이오프에서 자신들보다 7경기나 뒤졌던 키움에게 1승 3패로 패하며 탈락했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첫 라운드에서 패배를 당했고 작년 두산 베어스에 이어 올해는 키움에게 패하며 다시 2년 연속으로 밑에서 올라온 팀을 상대로 '업셋'을 당했다.

LG는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에 적기라고 평가 받았던 올 시즌에도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면서 롯데 자이언츠(23년)에 이어 KBO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시간(20년) 동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한 팀이 되고 말았다. LG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시즌은 LG의 3번째 영구결번선수 박용택(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신인이었고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20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야신'과 함께 한 2002년이 마지막 KS    

지난 2002년 LG가 1위 삼성 라이온즈에게 15경기 뒤진 4위로 정규리그를 마쳤을 때만 해도 LG의 한국시리즈행을 예상한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 유니콘스에게 2연승, 플레이오프에서는 KIA 타이거즈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승 2패로 승리를 거두며 1998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당시 LG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는 기분 좋은 징크스가 있었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게 2승 4패로 패했지만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 마해영, 양준혁(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중심타선을 보유한 삼성을 7차전 진전까지 몰아 세우며 크게 선전했다. 2002년 우승으로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장 김응용 감독은 시리즈가 끝난 후 LG의 김성근 감독을 향해 "마치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고 극찬했고 김성근 감독은 그 때부터 '야신'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하지만 준우승에도 많은 야구팬들을 감동시켰던 LG의 2002년 한국시리즈는 오늘날까지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가 됐다.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6명의 감독(감독대행 포함)이 거쳐 간 10년 동안 한국시리즈는커녕 한 번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토록 긴 흑역사가 있었기에 2013년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통해 2위를 확정 지은 LG가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던 날, 잠실야구장을 유광점퍼의 물결로 채운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LG팬들의 염원과 달리 11년 만의 가을야구는 단 4경기 만에 막을 내렸다. LG는 8이닝 1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의 호투가 빛났던 2차전에서만 승리했을 뿐 1, 3, 4차전을 내리 내주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특히 3차전에서는 9회 두 차례의 득점권에서 연속 안타를 치고도 두산 외야수들의 홈송구에 막혀 '끝내기 홈보살'로 패했고 4차전에서는 마무리 봉중근이 0.1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LG는 2014년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창단 첫 가을야구에 진출한 NC 다이노스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넥센을 만났다. 하지만 목동에서 넥센과 1승씩 주고 받은 LG는 잠실로 넘어와 내리 2경기를 내주며 2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래도 LG팬들은 LG가 길었던 암흑기를 지나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한국시리즈 진출 역시 조만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KS 향한 4번째 기회도 놓쳐 버린 LG

2015년 9위에 머물며 주춤했던 LG는 2016년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한 후 준플레이오프에서 2년 전 LG에게 아픔을 안겼던 넥센에게 똑같이 3승 1패로 설욕을 하고 플레이오프에서 NC를 2년 만에 다시 만났다. 하지만 나성범(KIA)과 에릭 테임즈, 박석민,이호준(LG타격코치)으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구축한 NC의 전력은 2년 전과 달랐다. 결국 LG는 외국인 선수 맞대결이 벌어진 1, 2차전을 모두 내준 끝에 1승 3패로 NC에게 2년 전의 설욕을 당하며 탈락했다.

2017년과 2018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LG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다시 '가을야구 단골손님'의 지위를 되찾았다. 하지만 2019년에는 키움, 2020년과 작년에는 '잠실라이벌' 두산에게 연속으로 패하며 3년 연속 최종순위 4위를 기록했다.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 탈락 후 LG 구단과 선수들은 더욱 전의를 불태우며 와신상담했고 이는 올 시즌 정규리그 성적으로 나타났다.

올해 다승왕(케이시 켈리)과 홀드왕(정우영), 세이브왕(고우석)을 모두 배출했고 타석에서는 김현수와 오지환, 문보경 등이 맹활약한 LG는 정규리그 87승으로 1994년(81승)을 능가하는 구단 역대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1위 SSG랜더스에게 단 2경기 뒤진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한 LG는 그 어느 해보다 한국시리즈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오프를 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LG의 바람대로 나오지 않았다.

다승왕 켈리를 앞세워 1차전을 가져올 때만 해도 LG는 어렵지 않게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낼 거 같았다. 하지만 2차전에서 15승 투수 아담 플럿코가 1.2이닝 6실점으로 조기강판되며 시리즈가 원점이 됐고 3차전에서는 믿었던 필승조 투수들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에이스 켈리를 3일 휴식 후 선발등판 시키며 승부수를 던진 4차전에서는 타자들이 9안타를 치고도 단 1득점에 그치는 빈공에 시달리면서 시리즈를 키움에게 내주고 말았다.

결국 LG는 정규리그에서 .613의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한 번 좌절하면서 20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0년대 이후 4번이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LG는 한 번도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물론 팀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과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은 분명 칭찬 받아 마땅한 성과다. 하지만 올 시즌 내내 LG가 추구하던 하나의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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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22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LG 트윈스 한국시리즈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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