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초선> 관련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 관련 이미지. ⓒ 커넥트 픽쳐스



 
'정치적'이라는 말은 때론 부정적으로 쓰이긴 하지만, 정치 그 자체는 우리 생활에 크나큰 영향을 주는 행위 중 하나다. 당장 법과 제도에 연동되기에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그렇기에 정치, 그중에서도 선거는 더 극적일 수밖에 없다.
 
변호사 출신 전후석 감독의 신작 <초선>은 제목 그대로 미국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뛰어든 5명의 한인 동포를 다룬다. 이미 알려진 대로 지난 2020년 선거에서 무려 4명의 한인 동포 하원의원이 탄생했고, 이중 미셸 박, 영 김, 그리고 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 이름: 김순자) 등 3명은 한인 여성 최초로 하원의원 당선돼 미국 헌정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영화는 이중 낙선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의 표본을 보여준 데이비드 김을 중심인물로 삼는다. 미국 이민 2세대로서 목사인 부친과 사모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라틴계 이민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34지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해당 구역은 LA 한인 타운을 포함하고 있는 곳으로 1992년 LA 폭동의 상처가 있기도 하다. 교포들에겐 '4.29 사건'으로 불리는 이 폭동은 미국 내 이민자 간 갈등과 인종 차별이 얼마나 뿌리 깊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픈 역사다.
 
해당 지역엔 이미 라틴계 의원이 현역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주민들의 생각과 가치를 대변하기보단 친기업, 친 자본주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정치인이었다. 데이비드 김은 노동 변호사 출신의 비정치인이었고, 자신을 지지하는 지역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선거를 치른다.

다양성과 자유, 존중의 가치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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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영화 <초선>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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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5%p 차이의 석패. 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이렇게 선전할 줄 예상 못 했다. 그만큼 풀뿌리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증명한 셈이고, 지역 내 인종 갈등과 차별을 넘어서려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공화당 지지자인 부모와 달리 진보성향을 드러냈고, 심지어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데이비드 김의 모습은 미국 사회가 추구하는 다양성과 자유, 존중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함을 상징하기도 하다.
 
당선된 한인 하원의원의 면모를 보면 공화당 2명에 민주당 2명이다. 서로 지지하는 정파가 다르고, 특히 대북 정책에 대해선 상반된 모습을 보여온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 아시안 혐오 금지법에서만큼은 정당을 넘어 한 목소리를 낸다. 이민자의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차별과 혐오 피해는 그만큼 뿌리 깊었다.
 
그간 드라마 <파친코>나 영화 <미나리> 등을 통해 한인 이민자의 정서와 그 역사를 가늠할 기회가 있었다. <초선>은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하는 현재 한인 교포의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히 소수자 정서를 건드리는 걸 넘어서 성숙한 시민 사회를 위해 각 인종 간 연대와 화합이 중요함을 은근하게 설파한다. 워싱턴주 10지구에 출마해 당선된 메릴린 스트릭랜드가 한국전쟁 참전자인 미군 아버지, 그와 결혼한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또한 그 연장선 상에 있을 것이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정권은 교체됐어도 여전히 미국에선 아시안 혐오범죄가 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 이 영화가 단순히 언더독의 도전기를 넘어 약학 노인과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는 묻지마 혐오 범죄를 향한 경종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동시에 시급한 현안에서 초당적 합의를 주저 않는 교포 정치인과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파 싸움을 주저하지 않는 한국 정치인이 비교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 또한 들 법하다. 
 
한줄평: 해결이 시급한 혐오 문제를 이민자 역사에 연동시킨 과감함
평점: ★★★★(4/5)

 
영화 <초선> 관련 정보

영제: CHOSEN
감독: 전후석
장르: 다큐멘터리
상영시간: 88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제작: 디아스포라 필름
공동제작: 포핸즈스토리
배급: 커넥트픽쳐스
개봉: 2022년 11월 3일
 
 
   
초선 미국 LA 미나리 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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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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