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개막전에서 도로공사를 완파하고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의 위용을 과시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2일 수원체욱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13,25-18,25-20)으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단 3패만 기록하면서 독보적인 1위에 올랐던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개막전부터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 도로공사에게 완승을 거두며 2022-2023 시즌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서브득점 3개와 블로킹1개를 포함해 19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이다현은 각각 블로킹 3개를 잡아내며 21득점을 합작했다. 개막전 승리도 기쁘지만 현대건설과 강성형 감독에게 더욱 반가웠던 소식은 바로 이 선수의 부활이었다. 지난 시즌 31경기 183득점의 부진을 씻고 개막전부터 56.25%의 성공률로 11득점을 올린 '밀가루공주' 고예림이 그 주인공이다.

정지윤의 급성장에 가린 고예림의 부진
 
 현대건설의 붙박이 아웃사이드 히터 고예림은 지난 시즌 6년 만에 시즌 200득점을 넘기지 못했다.

현대건설의 붙박이 아웃사이드 히터 고예림은 지난 시즌 6년 만에 시즌 200득점을 넘기지 못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31경기에서 2739득점을 올리며 32경기에서 2729득점을 올린 도로공사를 제치고 팀 득점 1위에 올랐다. 특히 공격득점은 1726득점으로 도로공사(1634득점)보다 92점이나 많았다. 물론 현대건설이 지난 시즌 뛰어난 득점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득점4위(674점)에 올랐던 외국인 선수 야스민의 역할이 매우 컸지만 국내 선수 중에는 정지윤이라는 '슈퍼서브'의 맹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2017-2018 시즌 신인왕 출신의 정지윤은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동안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다가 2020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했다. 물론 정지윤의 포지션 변경을 최종결정한 인물은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이었지만 올림픽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정지윤의 가능성을 발견한 인물은 바로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었다. 그리고 정지윤은 지난 시즌을 통해 김연경의 안목이 정확했음을 증명했다.

황민경과 고예림 등 선배 아웃사이드 히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브 리시브와 수비가 다소 불안한 정지윤은 지난 시즌 주전이 아닌 교체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정지윤은 주전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승부가 어느 정도 기을었을 때 출전기회를 얻는 '후보'가 아니었다. 정지윤은 경기흐름을 바꿔야 할 때마다 코트에 들어와 폭발적인 공격으로 현대건설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 오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실제로 정지윤은 지난 시즌 현대건설이 치른 31경기 중 30경기에 출전해 43.68%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237득점을 올리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비록 주전이 아니라 순위에 포함되진 못했지만 정지윤의 공격성공률은 황민경과 고예림은 물론이고 지난 시즌 공격성공률 부문 2위에 오른 야스민(42.81%)보다 높았다. 적어도 공격에서 만큼은 현대건설에서 가장 효율적인 활약을 해준 선수가 정지윤이었다는 뜻이다.

정지윤이 종횡무진 코트를 누비면서 기존의 주전 선수들은 그만큼 입지가 즐어들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강한 서브와 주장으로서의 리더십을 겸비한 황민경 대신 지난 시즌 정지윤과 자주 교체되며 웜업존으로 밀려나는 시간이 많았던 선수가 바로 고예림이었다. 실제로 고예림은 지난 시즌 31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32.78%의 공격성공률로 현대건설 이적 후 가장 적은 183득점에 그치며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개막전부터 2블로킹 포함 11득점 맹활약
 
 고예림은 정지윤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2022-2023 시즌 개막전에서 11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고예림은 정지윤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2022-2023 시즌 개막전에서 11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3년 도로공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고예림은 4년 차가 되던 2016-2017 시즌 29경기에서 276득점을 올리며 본격적으로 배구팬들에게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2017년 도로공사와 계약한 FA박정아의 보상선수로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한 고예림은 기업은행에서 두 시즌 동안 59경기에서 609득점을 올리는 좋은 활약을 펼친 후 첫 FA자격을 얻어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현대건설 이적과 동시에 컵대회 MVP에 선정된 고예림은 2019-2020 시즌 239득점,2020-2021 시즌 286득점을 올리며 황민경과 함께 현대건설의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콤비로 활약했다. 하지만 정작 현대건설이 V리그 여자부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역대급 성적'을 올린 지난 시즌엔 정지윤에 밀려 프로 3년 차 시즌이던 2015-2016 시즌 이후 6년 만에 200득점을 넘기지 못하는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을 통해 정지윤이라는 장기적인 대안을 발굴했음에도 지난 4월 고예림과 3년 총액 8억1600만원에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했다. VNL 대회에서는 팀 후배 정지윤이 왼쪽 발목 피로골절로 중도 하차하자 대체 선수로 대표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그리고 고예림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2022-2023 V리그 개막전 경기에서도 변함없이 현대건설의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발출전했다.

사실 이날 고예림은 야스민과 황민경에 이어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16번의 공격밖에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블로킹과 수비가 야스민과 미들블로커 콤비에게 집중된 사이 고예림은 순도 높은 공격으로 도로공사의 코트를 착실히 공략했다. 양 팀 합쳐 가장 높은 56.25%의 성공률로 공격으로만 9득점을 올린 고예림은 블로킹도 2개를 잡아내며 개막전부터 두 자리 수 득점(11득점)을 올리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날 현대건설은 공격성공률에서 42.42%-27.68%, 서브득점에서 8-2, 블로킹에서 9-4로 도로공사를 압도했다. 28.89%에 그쳤던 리시브 효율만 조금 더 개선된다면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 도로공사를 3-0으로 완파한 지금보다 더욱 완벽한 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시즌의 부진을 극복하고 개막전부터 제대로 실력발휘를 한 고예림은 앞으로도 현대건설의 주축선수로 코트를 누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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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고예림 개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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