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활약한 토트넘 홋스퍼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리그 선두권 경쟁에 합류했다. 토트넘은 16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에서 후반 15분 해리 케인의 페널티킥 선제골- 41분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의 추가골에 힘입어 에버턴에 2대0으로 완승했다.
 
시즌 6호골-리그 4호골에 도전했던 손흥민은 아쉽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풀타임을 활약하며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토트넘은 7승2무1패(승점 23)로 리그 3위를 기록하며 한 경기 덜 치른 1위 아스널 8승1패(승점24)과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23)를 바짝 추격했다.
 
토트넘은 개막 후 패배는 한 경기 뿐이었지만 정작 경기력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시즌 EPL 득점왕을 차지했던 손흥민이 시즌 초반 긴 골가뭄에 시달리며 마음고생을 했고, 볼점유율 열세와 답답한 공격력으로 매경기 어려운 승부를 펼쳐야 했다. A매치 휴식기 이후 치러진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 완패를 기점으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전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최근 프랑크푸르트(3-2 승)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UCL)와 에버턴과의 EPL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는 동안 토트넘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바로 3-4-2-1과 3-5-2 포메이션을 넘나드는 '손흥민 시프트'였다.
 
손흥민이 초반 부진에 빠지면서 개인의 폼 저하, 체력적 부담, 히샬리송과의 포지션 경쟁 등 여러 가지 원인이 거론되었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이적생 이반 페리시치와의 호흡 부조화가 가장 컸다. 크로아티아 국가대표 출신의 페리시치는 콘테 감독이 인터밀란 시절부터 중용해왔던 베테랑 윙플레이어로 올해 토트넘에 입단하면서 주전 윙백을 차지했다. 주로 왼쪽 윙어가 주포지션인 손흥민과 같은 라인에서 플레이를 하게 됐다.
 
문제는 본래 윙어 출신이고 공격 성향이 강한 실제로 페리시치가 손흥민과 경기 내에서 동선과 역할이 자주 겹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것. 페리시치의 무리한 공격 가담으로 인해 손흥민이 빈 공간을 커버해야하는 수비부담이 늘어나거나 중앙으로 이동하며 미드필더처럼 공을 배급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이는 최전방에서 역습과 마무리에 특화된 손흥민의 장점과는 어울리지않았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손흥민 개인의 골가뭄 문제를 떠나 토트넘 전체의 공격력과 경기운영에도 도미노처럼 악영향을 미쳤다. 설사 페리시치 개인은 좋은 활약을 펼친 듯 보이는 경기라도 손흥민처럼 본인이 직접 골을 넣어주는 선수는 아닌데다 공격템포를 떨어뜨리는 유형의 플레이를 펼치다보니 오히려 팀의 공수밸런스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콘테 감독은 손흥민이 올시즌 첫 골을 달성한 레스터시티전에서 3-5-2의 투톱으로 기용했다. 미드필더에서 수비가담과 연계플레이에 대한 부담을 덜고 골사냥에 나선 손흥민은 골가뭄의 빗장이 풀리자마자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브라이튼 전에서 손흥민(어시스트)과 케인(득점)의 합작골이 나왔을 때의 포메이션도 3-5-2였다.
 
콘테 감독은 손흥민이 UCL에서 첫 득점+멀티골에 성공한 지난 프랑크푸르트전에서는 다시 기존의 3-4-2-1으로 돌아가며 손흥민을 2선으로 내렸지만, 차이는 측면 파트너로 페리시치 대신 라이언 세세뇽을 기용했다는 것이다. 전문 수비수답게 세세뇽은 무리한 오버래핑보다는 안정감있는 수비와 빠른 볼처리와 연계플레이에 집중하며 손흥민이 마음 놓고 공격에 집중할수 있게 해줬다.
 
손흥민은 이날 올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세세뇽과의 호흡도 매우 좋았다. 그동안 토트넘의 진짜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하지만 에버턴전에서 콘테 감독은 또다시 3-4-2-1로 회귀하며 손흥민과 페리시치를 동시 기용하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우려한대로 두 선수가 같은 선상에서 플레이한 전반 내내 호흡이 잘맞지않았다. 토트넘은 에버턴을 상대로 경기를 압도하고도 전반 내내 득점포를 가동하는데는 실패했다. 토트넘의 주 공격루트인 측면에서 두 선수의 동선이 겹쳐 템포가 끊어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예상치못한 변수가 토트넘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선발출장했던 히샬리송이 후반 7분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콘테 감독은 미드필더인 이브 비수마를 투입하며 포메이션이 부득이하게 3-5-2로 바뀌었다. 손흥민은 다시 케인과 함께 투톱 위치로 올라섰다.
 
역할이 겹치는 문제가 사라지면서 손흥민의 경기력도 다시 살아났다. 손흥민은 몇 차례나 결정적 찬스를 만들고 날카로운 슈팅을 이어가면서 전반보다 후반에 훨씬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손흥민이 전방으로 올라간지 3분만에 페리시치의 크로스를 이어받아 헤더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며 두 선수의 올시즌 첫 공격 포인트를 합작하는 장면이 나올뻔하기도 했다. 콘테 감독 스스로 선택한 변화는 아니었지만 현재의 토트넘에 필요한 '최상의 조합'을 찾아내는데 중요한 힌트가 되었을 장면이다.
 
이미 해법은 분명히 나왔다. 손흥민과 페리시치를 가까이 붙여뒀을 때 시너지효과보다 엇박자가 더 많이 난다는 것. 굳이 두 선수를 동시에 활용하고 싶다면 3-5-2에서 공격수와 윙백으로 역할을 뚜렷하게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두 선수가 3-4-3 전술에서 함께 출장했을 때 손흥민의 득점이나 합작한 공격포인트는 0이며, 손흥민이 올시즌 기록한 5골 2도움은 모두 그를 수비부담 없이 공격적인 역할에 집중하게 해줬을 때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때마침 토트넘은 데안 쿨루셉스키에 이어 히샬리송까지 최근 잇달아 부상을 당하면서 3-4-2보다 3-5-2를 우선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앞으로 토트넘이 EPL와 UCL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페리시치와의 공존에 무리하게 집착하기보다도 먼저 손흥민의 득점력이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더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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