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날씨 속에서도 대한민국 U-23 야구대표팀이 첫 경기를 영봉승으로 장식했다.

이연수(성균관대)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14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텐무야구장서 열린 제4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U-23 야구월드컵 오프닝라운드 B조 첫 경기서 네덜란드를 4-0으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내린 비로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경기가 개시되고 나서도 몰아친 비바람이 선수들을 계속 괴롭혔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은 경기 외적인 변수에 굴하지 않았다.
 
 14일 네덜란드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좌완투수 이상영

14일 네덜란드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좌완투수 이상영 ⓒ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이상영의 완벽한 호투, 네덜란드 침묵에 빠뜨렸다

이연수 감독은 송승환(좌익수, 두산 베어스)-양승혁(2루수, kt 위즈)-조세진(우익수, 롯데 자이언츠)-윤동희(중견수, 롯데 자이언츠)-오장한(지명타자, NC 다이노스)-김한별(유격수, NC 다이노스)-허인서(포수, 한화 이글스)-고영우(3루수, 성균관대)-한태양(1루수, 롯데 자이언츠)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은 야구 팬들에게 익숙한 얼굴인 좌완투수 이상영(LG 트윈스)이었다.

경기 초반은 투수전 양상이었다. 네덜란드 선발 딜런 팔리와 대한민국 선발 이상영 모두 호투를 펼쳤다. 딜런 팔리는 낙차 큰 커브를 주무기로 내세웠고 이상영은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자들을 요리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두 팀의 균형이 깨진 것은 4회초였다. 양승혁의 안타와 조세진의 볼넷, 윤동희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의 기회를 만든 대한민국은 오장한의 2루 땅볼 때 양승혁이 홈을 밟았다. 공이 외야로 빠져나가는 듯했지만 네덜란드 2루수 타릭 켐프가 몸을 날려 타구를 낚아채면서 안타가 되지 못했다.

한 점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를 지킨 이상영은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네덜란드 타선을 꽁꽁 묶었다. 스트라이크존을 구석구석 찌르는 이상영의 정교한 제구에 네덜란드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대표팀은 7회초 3점을 보탰다. 1사 2, 3루서 고영우의 유격수 땅볼 때 상대 야수실책으로 3루주자 김태윤이 홈을 밟았고 후속타자 한태양의 3루 땅볼로 3루주자 허인서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상대 폭투로 한 점을 더한 대표팀은 4점 차로 달아나면서 승기를 굳혔다.

7회말에 등판한 두 번째 투수 이주형(NC 다이노스)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경기를 매듭지었다. U-18 대회와 마찬가지로 2019년 이후 U-23 대회 역시 7이닝으로 축소돼 정규 이닝은 7회말까지만 진행된다.
 
 14일 네덜란드전에서 좋은 수비를 선보인 내야수 김한별

14일 네덜란드전에서 좋은 수비를 선보인 내야수 김한별 ⓒ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첫 단추 잘 끼운 대표팀, 3회 대회 아쉬움 만회할까

사실 대표팀이 100%의 기량을 발휘한 경기는 아니었다. 테이블세터로 나선 송승환, 양승혁 이외에는 안타를 친 타자가 1명도 없었다. 6회초까지 단 한 점밖에 내지 못한 것 역시 출루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제구 난조와 야수들의 집중력 저하를 놓치지 않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또한 4회말 2사 2, 3루에서는 재빠르게 땅볼 타구를 잡아낸 김한별이 1루로 송구하면서 실점을 막아내는 등 수비도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첫 단추를 잘 끼우고 오프닝 라운드를 시작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U-23 야구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역대 최고 성적은 3위(2016년 1회 대회)다. 단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2018년 2회 대회에서는 4위, 지난해 3회 대회에서는 8위에 그쳤다.

그래서일까, 이번 대회 엔트리 구성에 프로 선수가 많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입단을 앞둔 선수를 포함해 프로 선수 인원이 3회 대회 11명→올해 19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아마추어 선수는 5명에 불과하다.

이제 첫 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15일 멕시코전, 16일 쿠바전, 17일 호주전, 18일 푸에르토리코전까지 휴식일 없이 오프닝 라운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아쉬움을 털어내고 싶은 대표팀이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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