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최하위에 머무른 한화 이글스가 새로운 단장과 함께 2023시즌을 준비한다.

한화는 13일 오후 "정민철 단장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렸다. 그리고 정 단장과 재계약 불발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임 단장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손혁 전력강화 코디네이터가 정 단장의 뒤를 이어 한화를 이끌게 됐다.

한화는 "손혁 단장은 지난 시즌 프론트 내 부족한 전략적 기능 강화를 위해 내부 논의를 거쳐 영입됐다. 구단은 코디네이터로서 보여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젊은 선수들을 기회를 통한 성장에서 다음 단계로 진일보시키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계약이 만료되면서 물러난 정민철 단장(왼쪽)과 새롭게 선임된 손혁 신임 단장(오른쪽)

계약이 만료되면서 물러난 정민철 단장(왼쪽)과 새롭게 선임된 손혁 신임 단장(오른쪽) ⓒ 한화 이글스


정민철 단장 체제의 3년,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다
  
2019시즌 이후 한화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정민철 단장에게 중책을 맡겼다. 투수코치나 해설위원을 지낸 적이 있어도 그가 단장직에 앉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한화에게도, 정 단장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취임 당시 정민철 단장은 "우수 선수 육성이라는 팀 기조를 중심으로 구단 전체가 정밀한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수립해 나가겠다. 한화가 다시 명문 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해 겨울부터 정민철 단장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2019년 말부터 이듬해까지 2차 드래프트, 트레이드, 은퇴, 방출 등으로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자연스럽게 몸집을 줄이게 된 한화는 지난해와 올해 선수단 평균 연봉 총액이 가장 낮은 팀이었다.

그러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2020년, 2021년,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지키면서 승률은 4할 미만에 그쳤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도 대부분 성장통을 겪는 등 3년간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수베로 감독이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달리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결국 이달 중순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정민철 단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렸고 한화는 정 단장과 결별하기로 결정했다.

손혁 단장의 어깨가 무겁다
 
 손혁 단장 체제에서는 한화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손혁 단장 체제에서는 한화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한화 이글스

 
3년의 시간을 보낸 한화는 선수단 재편 작업으로 팀 재건의 토대를 마련한 정민철 단장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현하면서도 이제는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외부 영입이 아닌 팀 내부에 있는 인물에게 이 역할을 맡겼다.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투수 출신' 손혁 단장은 투수 파트에서 여러 성과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수들의 멀티이닝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현장에 전달해 불펜 안정화에 기여했고 명확한 보직 설정 및 준비 과정의 중요성을 역설해 이를 정착하는 과정에 있다. 후반기 영상분석을 통해 김민우의 안정적인 투구폼 회복을 돕는 등 전문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화는 "약 10개월간 함께하면서 구단의 상황, 방향성에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는 점도 손혁 단장을 선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데이터 분석 및 활용에 관심이 많아 구단이 추구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육성 시스템과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손 단장은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를 수행하기 이전에 선수 경험뿐만 아니라 투수 인스트럭터, 해설위원, KBO리그 1군 투수코치 및 감독, 서적 출간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구축한 다양한 경험, 폭넓은 네트워크도 손 단장의 장점이라는 것이 한화의 생각이다.

손혁 단장은 구단을 통해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팀 전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현장을 지원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화 이글스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수들의 성장이 1~2년 만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최하위로 시즌을 끝내는 것을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결실을 맺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 만큼 손혁 단장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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