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푸스의 정규 3집 'CHARLIE'

찰리 푸스의 정규 3집 'CHARLIE' ⓒ 워너뮤직코리아

 
아티스트의 이름을 제목에 그대로 붙인 앨범을 '셀프 타이틀 앨범이라고 부른다. 보통 셀프 타이틀 앨범은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데뷔 앨범에 쓰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커리어를 재정의하는 전환기적 앨범에도 쓰인다. 흔히 '화이트 앨범'으로 통용되는 비틀의 < The Beatles > 앨범은 대중음악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실험적 앨범이다. 블러의 < Blur > 역시 브릿팝에서 더 다양한 음악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에 있었던 앨범이었다.

지난 10월 7일 찰리 푸스가 발표한 'CHARLIE' 역시 셀프 타이틀 앨범이다. 찰리 푸스는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팝스타다. 영화 '분노의 질주 : 더 세븐'(2015)의 OST인 'See You Again'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2주 1위를 차지했다. 이 곡이 주연 배우 폴 워커의 추모곡으로도 사랑받았고, 찰리 푸스 역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One Call Away', 'We Don't Talk Anymore' 등의 노래 역시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찰리 푸스가 세 번째 정규 앨범에서야 셀프 타이틀 앨범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찰리 푸스는 "8년 동안 음악을 해 왔지만, 'CHARLIE'만큼 나를 표현하는 앨범은 없다"고 고백했다. 그는 첫 정규 앨범인 'Nine Track Mind'가 평단의 혹평을 받았을 때도, '그 앨범은 내가 아니었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에게 앨범의 주인이 되는 것은 중요한 과제였다. 2집 'Voicenotes(2018)'에 이어 다시 한번 사령탑인 프로듀서의 역할을 맡았다.

찰리 푸스의 이별 치유 프로젝트

 
 찰리 푸스와 정국(방탄소년단)이 함께 부른 'Left and Right'

찰리 푸스와 정국(방탄소년단)이 함께 부른 'Left and Right' ⓒ 워너뮤직코리아

 
앨범의 첫 곡 'That's Hilarious'부터 지극히 개인적이다. 슬픈 멜로디에 호응하듯, 애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찰리 푸스는 "넌 나의 1년을 빼앗아갔다"며 가슴 아파하고 있다. 찰리 푸스는 이 노래를 공개했을 당시,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최악의 이별을 했던 시절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러한 기조는 계속 된다. 'Loser'에서는 그녀를 놓친(lose her) 자신은 패배자(loser)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절친한 동료인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피쳐링한 'Left and Right'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지속된다. 경쾌한 멜로디가 무색할만큼, 찰리 푸스는 이별의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 한다. 그러나 시간이 약인 것일까. 마지막 곡 'No More Drama'에서는 "너 없는 삶이 더 낫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아서 다행이야"라고 말한다. 'CHARLIE'는 사랑이 남긴 상흔에 고통받았던 남성이 자연스럽게 자신 구원해나가는 과정이 담긴 앨범이다.

장르적인 유연함도 돋보인다. 이번에도 찰리 푸스는 팝 음악의 다양한 역사를 유영한다. 80년대 신스팝의 몽환적인 정서를 살린 'Smells Like Me'와 'There's A First Time For Everything'는 최근 2년간 팝계에 불어왔던 레트로 열풍과 호흡하되, 찰리 푸스의 색깔을 입히고자 노력한 흔적이 묻어난다. 록밴드 Blink 182의 드러머이자, 최근 불고 있는 팝 펑크 열풍의 주역인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가 드럼 연주로 참여한 'I Don't Think That I Like Her)'의 경쾌한 펑크록 사운드도 절묘하다.

찰리 푸스의 'CHARLIE'는 어떤 곡이든 매력적인 멜로디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귀결되는, '팝송'의 가치에 충실한 앨범이다. 무엇보다 개인의 유약한 내면을 정면에서 그려내고자 노력한 시도가 인상적이다. 찰리 푸스가 앨범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찰리 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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