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FC 홍시후가 쐐기골을 터뜨린 뒤 서포터즈를 향해 엠블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홍시후가 쐐기골을 터뜨린 뒤 서포터즈를 향해 엠블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심재철

 
2년 전 10월의 마지막 날, K리그 시즌이 일찍 끝났던 토요일을 잊을 수 없다. 프로축구 선수로 데뷔한 시즌 마지막 게임에서 생애 첫 골과 첫 어시스트를 한꺼번에 올렸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당시 성남 FC의 검은 유니폼을 입고 뛴 홍시후다. 1부 생존과 2부 강등의 운명이 걸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마지막 게임에서 홍시후의 1골 1어시스트 덕분에 성남 FC는 10위로 시즌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약 2년이 흐른 뒤 파랑검정 세로 줄무늬의 인천 유나이티드 FC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홍시후가 시즌 내내 터지지 않던 공격 포인트를 거짓말처럼 또 한꺼번에 기록했다. 새 팀으로 둥지를 옮기고 26게임만에 첫 어시스트와 첫 골을 기록한 그가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1일 오후 7시 30분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22 K리그 1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게임에서 날개 공격수 홍시후의 1골 1어시스트 활약에 힘입어 3-1로 완승을 거두고 다음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 목표까지 한 발 더 다가섰다.

홍시후, "저는 오늘이 더 기뻤어요"

현재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 현대가 2022 FA(축구협회)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경우 1장의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2022 K리그1 최종 순위 4위에게까지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울산과 전북의 우승 경쟁, 파이널 B그룹의 강등권 안갯속만큼이나 흥미로운 순위 다툼이 '3위 포항 스틸러스, 4위 인천 유나이티드, 5위 제주 유나이티드, 6위 강원 FC'를 에워싸고 있다.

그 복판에 있는 두 팀이 화요일 저녁에 만났으니 뒤를 돌아볼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K리그를 아름답게 수놓았던 베테랑 선수들과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 샛별들이 이렇게 모이기도 힘든 게임이었다.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이명주와 김광석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뛰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강민수 - 김준엽 - 오재석 - 김창수 - 이주용 - 여름' 모두가 절정의 축구 실력을 뽐냈으며, 어웨이 팀 제주 유나이티드에도 '김오규 - 정운 - 윤빛가람 - 주민규 - 구자철' 등이 여전한 실력을 자랑한 것이다. 

이들 큰형들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니 20살, 21살 샛별들이 더 아름답게 빛났다. 특히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답답한 골 가뭄을 끝낸 두 주역이 나란히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이 눈에 띄었다. 게임 시작 후 26분 20초에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첫 골이 터졌다.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잡은 제주 유나이티드의 베테랑 미드필더 윤빛가람을 돌아서지 못하게 이강현이 묶은 뒤 김보섭이 공을 가로채 오재석에게 연결했고, 반 박자 빠른 스루 패스가 홍시후의 앞 공간으로 뻗어나갔다. 여기서 홍시후와 눈빛을 나눈 이동수가 빠르게 달려들어가 왼발 인사이드 슛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동수의 첫 골 순간

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동수의 첫 골 순간 ⓒ 심재철

 
지난 시즌까지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네 시즌 65게임 기록을 찍은 뒤 옮겨 와서 29게임만에 터뜨린 인천 유나이티드 FC에서의 첫 골이었기 때문에 이동수의 얼굴은 더 밝게 빛났다. 그런데 눈물은 다른 곳에서 쏟아져 내렸다. 이동수의 골을 날카로운 컷 백 크로스로 어시스트한 홍시후가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닦아낸 것이다. 성남 FC를 떠나 인천 유나이티드 FC로 오면서 유망주 소리를 들었지만 지난 주말 강원 FC와의 어웨이 게임까지 25게임을 뛰면서 공격 포인트가 0이었기 때문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이적 후 첫 골을 터뜨린 이동수가 서운(?)하게 생각할 정도로 베테랑 형들은 홍시후에게 다가와 따뜻한 마음을 나눴다. 그만큼 홍시후의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큰형들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수비 중심에 서 있는 강민수가 홍시후를 가장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2년 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마지막 게임에서 당시 성남 FC의 홍시후는 1골 1어시스트 활약을 펼치며 팀을 1부리그에 남도록 했지만, 강민수는 그 게임 1-2 패배로 2부리그로 떨어진 부산 아이파크의 벤치 멤버였다는 사실이 지금은 같은 팀 구성원이라는 인연으로 이어진 셈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홍시후는 첫 어시스트 활약 말고도 57분 8초에 3-0 점수판을 만드는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날아올랐다. 김민석의 빠른 역습 드리블에 이은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믿고 달려가 제주 유나이티드 김동준 골키퍼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빈 골문에 공을 밀어넣은 것이다. 전반전 첫 어시스트의 감격 눈물에 이어 후반전 쐐기골의 주인공이 된 홍시후는 자신을 믿고 끝까지 응원해 준 서포터즈 앞으로 달려가 잔디 키스, 엠블럼 세리머니까지 잊지 않았다.

홍시후는 게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2020년 10월 31일 데뷔골 순간과 지금을 대비하는 질문을 받았는데,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데뷔골보다) 저는 오늘이 더 기뻤어요."라는 소감을 남기며 활짝 웃었다.

21살 홍시후의 멋진 골을 도운 20살 김민석은 49분 35초에 베테랑 윙백 오재석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받아 멋진 헤더 골을 터뜨리며 최근 네 게임 무득점 수렁에 빠진 팀을 구해낸 또 하나의 주역이 된 셈이다.
 
 김민석의 헤더 추가골 순간

김민석의 헤더 추가골 순간 ⓒ 심재철

 
얼떨결에 세 골을 내리 내준 제주 유나이티드는 세 번째 실점 후 2분 26초만에 서진수가 한 골을 따라붙었지만 더이상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문을 흔들지 못하고 무너져 승점 4점차 5위로 내려앉았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6일 오후 7시 3위 포항 스틸러스를 인천 축구전용구에서 만나며, 5위 제주 유나이티드도 같은 날 오후 4시 30분 2위 전북 현대를 서귀포로 불러들인다.

2022 K리그1 결과(11일 오후 7시 30분, 인천 축구전용구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3-1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이동수(26분 20초,도움-홍시후), 김민석(49분 35초,도움-오재석), 홍시후(57분 8초,도움-김민석) / 서진수(59분 34초,도움-이창민)]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김민석(72분↔여름), 김보섭, 홍시후(60분↔아길라르)
MF : 이주용, 이강현(60분↔김도혁), 이동수(65분↔정혁), 오재석(72분↔김창수)
DF : 김동민, 강민수, 김준엽
GK : 김동헌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진성욱(46분↔주민규)
MF : 제르소(46분↔조나탄 링), 이창민, 김봉수(78분↔김규형), 윤빛가람(63분↔구자철), 서진수
DF : 정우재, 정운, 김오규, 조성준(63분↔변경준)
GK : 김동준

2022 K리그1 파이널 A그룹 현재 순위표(10월 11일)
1 울산 현대 73점 21승 10무 5패 54득점 30실점 +24
2 전북 현대 67점 19승 10무 7패 52득점 34실점 +18
3 포항 스틸러스 56점 15승 11무 10패 50득점 40실점 +10
4 인천 유나이티드 FC 53점 13승 14무 9패 44득점 39실점 +5
5 제주 유나이티드 49점 13승 10무 13패 49득점 47실점 +2

6 강원 FC 49점 14승 7무 15패 49득점 49실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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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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