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OPS 1위' 팀을 상대로 나름 잘 버텼다. 그러나 투구 내용을 봤을 때 과제와 성과가 뚜렷하게 드러난 문동주(한화 이글스)의 하루였다.

문동주는 27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 경기서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5이닝 동안 총 80구를 던지면서 3피안타 5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직전 등판이었던 2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5이닝을 소화했던 문동주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팀이 그에게 바랐던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리그 최고의 타선을 상대로 선전한 한화 우완투수 문동주

리그 최고의 타선을 상대로 선전한 한화 우완투수 문동주 ⓒ 한화 이글스


강력한 구위, 그러나 마지막 고비 넘기지 못했다

문동주는 1회초부터 자신의 주무기인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LG 타자들을 요리했다. 2사 이후 김현수에게 5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으나 후속타자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순조롭게 첫 이닝을 마쳤다.

2회초에도 문동주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네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모두 패스트볼을 초구로 선택할 정도로 자신의 구위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2사 1루에서 서건창의 타구를 건져낸 2루수 김태연의 호수비가 문동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3회초에는 경기 개시 후 처음으로 선두타자의 출루를 허용했다. 문동주의 초구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은 허도환이 좌전 안타로 1루를 밟았다. 박해민의 타석에서는 보크까지 지적받아 무사 2루의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해민-문보경-김현수로 이어지는 LG의 상위 타선을 범타로 처리했다. 패스트볼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인 김현수는 후배의 구위를 인정했다.

4회초에는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선두타자 채은성의 볼넷 이후 후속타자 오지환에게 병살타를 유도해냈다. 2사 이후 홍창기가 안타를 치고 나서도 이재원을 공 1개 만에 투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문제는 5회초였다. 선두타자 서건창의 볼넷과 허도환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의 기회를 맞이한 LG가 박해민의 1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가져갔다.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문동주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은 문동주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한계 투구수를 85구로 정한 수베로 감독의 계획에 따라 6회부터 불펜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불펜이 나머지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동안 침묵으로 일관한 타선이 9회말 2사 만루 기회마저 무산시켜 경기는 0-1로 마무리됐다. 패전까지 떠안은 문동주는 시즌 3패째를 기록했다.
 
 조금만 가다듬으면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문동주가 기대에 부응하는 일만 남아있다.

조금만 가다듬으면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문동주가 기대에 부응하는 일만 남아있다. ⓒ 한화 이글스


재정비 마치고 돌아온 문동주, 제구는 여전히 과제

한화 구단에 따르면, 이날 문동주의 80구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40구가 패스트볼이었다. 평균 구속 152km/h, 최고 구속은 158km/h까지 나왔다. 여기에 체인지업(14구·평균 구속 138km/h), 커브(13구·평균 구속 127km/h), 슬라이더(10구·평균 구속 136km/h), 투심(3구·평균 구속 148km/h)도 선보였다.

경기 초반 주자가 한 두 명 나가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예상치 못한 보크로 당황스러울 법했던 3회초 무사 2루에서 박해민에게 커브만 3개를 던져 삼진을 솎아낸 장면이 압권이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여전히 2% 아쉬운 투구 내용이다. 특히 볼을 3개 이상 던진 승부에서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모두 볼넷으로 연결됐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하는 것만큼이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의 대처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문동주는 6월 9일 두산 베어스전을 끝으로 세 달 넘게 1군 경기에 등판하지 않는 대신 몸상태 점검 등 재정비에 몰두했다. 복귀 후 2경기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된 것과는 별개로 2군에 내려가기 전보다 훨씬 좋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만 여전히 과제로 남은 불안한 제구를 해결하는 것이 비시즌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문동주가 선발 등판한 27일, 2023년 신인 선수들과 계약을 마쳤다는 한화 구단의 발표가 있었다. '1라운드 1순위 지명' 김서현(서울고)은 '지난해 1차 지명' 문동주와 같은 5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 무대에 입성하게 됐다. 이제는 후배를 맞이해야 할 문동주의 책임감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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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 문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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