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패 늪에 빠진 KIA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LG에 2-11로 패하며 9연패한 KIA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9연패 늪에 빠진 KIA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LG에 2-11로 패하며 9연패한 KIA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상상이나 했을까. 일찌감치 끝난 것처럼 보였던 2022시즌 프로야구 5강 경쟁이 막바지에 갑자기 뜨겁게 불붙었다.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NC 다이노스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여 어느덧 기적의 가을야구를 꿈꾸게 된 반면, 무난히 5강에 안착할 것으로 보이던 KIA 타이거즈는 누구도 예상못한 충격적인 연패에 빠지며 프로야구 판도가 일대 혼돈에 휩싸였다.
 
KIA는 지난 9월 21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2–11로 완패하며 올시즌 최다인 9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KIA는 1회 2사 2, 3루와 5회 2사 3루 등 득점권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한 반면 수비에서는 실책까지 이어지며 자멸했다. LG는 오지환이 투런 홈런과 2타점 3루타 등 장타 두 방으로 4타점을 올리면서 맹활약했다.
 
KIA를 추격하고 있는 NC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5-1로 승리하며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KIA는 62승 1무 69패(.473)를 기록하며 5위를 유지했지만 6위 NC(59승 3무 67패, .468)와의 격차가 어느덧 0.5게임차까지 좁혀졌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쳤던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김종국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고 FA 최대어 나성범과 양현종 등을 영입하는데 무려 253억을 투자하며 투타에 걸쳐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전반기에는 한때 3위까지 오르는 등 꾸준히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며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후반기에 돌입할 때만 해도 KIA는 5위 자리를 지키면서 4위 KT와의 승차는 불과 2경기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KIA를 추격하던 6위 자리는 NC가 아니라 롯데의 차지였고 격차는 4경기였다. NC는 9위에 머물며 KIA와는 9.5경기 차이나 벌어져 있었다. 그런데 롯데마저 후반기들어 한동안 부진에 빠졌고 하위권팀들이 자중지란에 휩쓸리며 한동안 KIA를 위협할 만한 추격자가 보이지 않는 듯했다.
 
9월 들어 상황이 급반전됐다. 사실 이미 8월에도 KIA는 9승 12패로 5할승률에 실패하며 부진의 조짐을 보였지만 이때만 해도 5강 경쟁을 걱정할 정도의 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연패 직전에는 롯데-SSG-두산을 상대로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내달리며 가을야구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KIA는 11일 두산전 패배를 시작으로 21일 LG전까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9연패 수렁에 빠졌다. 9월 승률은 5승 13패에 불과하다. 강점이던 타선은 침묵했고 불펜진이 흔들렸으며, 고비마다 실책이 속출했다. 타선이나 마운드 한 쪽이 잘풀리면 다른 쪽에서 무너지는 엇박자가 거듭되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KIA 벤치의 투수교체 타이밍과 작전야구 부재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지난 몇 년간 KIA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얇은 선수층으로 인한 주전과 벤치의 실력차다. 핵심 선수들 몇몇이 부진하거나 부상을 당하면 팀 전체가 흔들리기 일쑤이고,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했던 주전들이 시즌 후반기 들어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다는 게 뼈아프다.
 
반면 NC는 전반기 3할대 승률로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하고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 사령탑인 이동욱 감독이 경질되는 등 암울한 시즌을 보내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6할 승률을 넘나드는 고공행진 속에 KIA의 급추락이라는 호재까지 겹치며 이제 가을야구 진출까지 넘보는 대반전에 성공했다. 9월 승률도 11승 7패로 우수하다.
 
더구나 KIA의 5위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이제 NC만이 아니다. 7위 롯데(60승 4무 71패)가 은퇴를 앞둔 이대호의 맹활약을 앞세워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고, 8위 삼성(59승 2무 71패)은 9월에만 11승 5패로 10개구단 월별 승률 1위를 기록하며 중위권과의 격차를 급격하게 좁혔다. 5위 KIA에서 8위 삼성까지의 승차는 고작 2.5게임에 불과하다.
 
이제 야구팬들의 시선은 22~24일 창원 NC 파크에서 열리는 NC와의 KIA간 '운명의 3연전' 맞대결에 모아지고 있다. 이제는 한 경기 승부로 양팀의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차이가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 KIA의 부진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무려 3팀에게 가을야구의 불씨를 다시 되살리는 태풍으로 돌아온 셈이다.
 
올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KIA가 NC에 7승 6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했지만 종이 한 장 차이의 박빙이었다. 9월의 NC는 이전과 다른 팀이라는 것을 감당하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더구나 NC가 KIA와의 이번 3연전에 초점을 맞춰 에이스 원투펀치인 구창모와 드류 루친스키를 투입할 예정이라 가뜩이나 슬럼프에 빠진 KIA 타선으로서는 부담이 커졌다
 
또한 KIA는 로테이션상 외국인투수인 놀린과 파노니를 NC전에서 활용할 수 없다. 국내 선발진도 기둥인 양현종이 8월 평균자책점 6.99, 9월 평균자책점 5.00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고, 임기영은 올 시즌 NC전에서 평균자책이 7.53에 육박할 만큼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래저래 원정에서의 마운드 운용이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롯데는 원정에서 LG와, 삼성은 홈으로 KT를 불러들인다. 지금으로선 누가 5강 막차 티켓의 주인공이 될지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다. 충격적인 역주행의 KIA, 대반전의 NC-삼성, 이대호 효과의 롯데까지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든 올해 5강싸움이 역대급 시즌으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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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순위 KIA역주행 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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