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까지 내려앉으면서 창단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두산 베어스가 9월 이후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가을야구와 멀어진 대신에 전력을 재정비하면서 '리빌딩'에 초점을 맞췄다.

선발 라인업에도 변화가 잦다. 김대한, 송승환, 양찬열 등 젊은 야수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날이 많아졌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에 초점을 맞춘 만큼 백업 또는 2군 야수들의 기량 점검에 집중한다.

6경기 동안 3승 3패로 주간 승률 5할을 기록한 지난주에는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마저 선발 라인업서 제외됐다. 딱히 페르난데스의 몸 상태에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 
 
 페르난데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페르난데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실험과 점검, 페르난데스도 예외 아니다

14일 LG 트윈스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선발로 출전한 페르난데스의 이름이 사라진 것은 15일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 상대 선발 백정현이 좌완투수인 점을 감안해 하위 타선을 우타자로만 꾸렸고, 1루수와 지명타자는 각각 양석환과 김민혁의 몫이었다.

이튿날에도 페르난데스는 벤치에서 경기를 출발했다. 대타로 한 타석 소화하면서 안타를 기록한 이후 곧바로 대주자 전민재와 교체됐다. 팀이 기대한 역할을 수행하기는 했어도 그라운드를 밟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17일 인천 원정에서는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도 못했다. 그날 두산은 SSG 랜더스를 상대로 4-1 승리를 거두었다. 특히 3개의 홈런(강승호, 김재환, 김재호)을 기록하면서 SSG 불펜을 공략했다. 페르난데스의 공백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전날 휴식을 취한 페르난데스는 18일 9회초 1사 2루서 대타로 나와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좋은 흐름을 이어간 덕분에 팀은 9회초에만 대거 4점을 뽑아내면서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안타를 치고 나간 페르난데스의 얼굴에서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페르난데스의 자리를 대신한 '우타 거포' 김민혁이 팀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고 있다. 최근 4경기 연속 안타에 16일 삼성전과 18일 SSG전에서는 홈런포를 가동했다. 특히 18일 SSG전에서 홈런 2개 포함 3안타 경기를 펼쳤다.
 
 정 들었던 동료들과 팬들도 페르난데스와의 작별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정 들었던 동료들과 팬들도 페르난데스와의 작별을 준비를 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성공 신화'는 잊어라... 마음의 준비 중인 두산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두산은 남은 시즌 동안 페르난데스보다 김민혁을 비롯한 국내 야수들을 라인업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년, 내후년까지 바라보는 두산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두산은 유독 외국인 타자와 인연이 없는 팀이었다. 특히 2014년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한 명 증가한 이후 닉 에반스(2016년, 2017년) 정도를 제외하면 외국인 타자 성공 사례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페르난데스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기복 없는 활약으로 팀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에서의 아쉬움을 포스트시즌에서 만회하며 다시 한 번 두산과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올핸 시즌 초반부터 실망스러웠다. 페르난데스의 타구 분포를 파악한 많은 팀이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활용하는가 하면, 외야로 날아가는 타구보다 내야로 향하는 땅볼 타구가 더 많았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발이 빠르지 않은 페르난데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치명적이었다.

올해의 아픔을 씻어내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해야 하는 두산에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다. 팬, 선수 모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페르난데스이지만 이제는 서서히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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