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배우 트로이 코처.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배우 트로이 코처. ⓒ 한국농아인협회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은 윤여정이 국내에 큰 감동을 줬다면, 올해 이 배우의 수상은 전 세계 장애인들에게 큰 희망을 줬다. 영화 <코다>에 출연하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트로이 코처가 한국을 찾았다.
 
2023년 제주에서 열리는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WFD) 홍보대사로 위촉된 트로이 코처는 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장애인들에겐 꿈을 포기하지 말 것을, 나아가 한국 정부에겐 장애인 지원책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WFD는 1951년 이탈리아에서 연맹이 창립된 이후 4년마다 전 세계를 돌며 열리는 농아인 행사다.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18회 행사가 진행됐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차기 행사 유치에 성공해 2023년에 열릴 예정이다.
 
"쉽게 말해 올림픽과 같은 의미의 행사다. 세계 농아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교육, 문화,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정책을 논하고, 교류하는 자리"라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한 트로이 코처는 뜻깊은 행사를 알릴 수 있기에 홍보대사직을 적극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로이 코처는 "한국에서 인공 와우 수술(청각 신경을 대신하는 인공 장치를 이식하는 수술)이 여전히 진행되는 걸로 아는데 미국에선 20년 전 시작됐다가 줄고 있는 추세"라며 "아동의 경우 수술 결정권 없이 그대로 진행된다고 들었는데 이런 정보를 서로 공유해 각국 정부를 상대로 수술 외에 뭐가 필요한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으로 그는 배우 윤여정을 꼽았다. 93회 수상자인 윤여정은 올해 시상식에서 트로이 코처에게 트로피를 건네며 수어로 직접 말을 건냈고, 그가 수상소감을 말하는 동안 대신 트로피를 드는 등 행동을 보여 귀감을 샀다.
 
트로이 코처는 "한국에서 윤여정 배우를 만나 그의 깊이 있는 내공도 배우고 연기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데 사전 약속이 되지 않아 아쉽다"라며 "시상식 때 윤여정 배우님이 '아이 러브 유'라는 수어를 해줬는데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만난다면 재밌는 미국 농담을 수어로 가르쳐드리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열정 포기하지 않길"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배우 트로이 코처.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배우 트로이 코처(왼쪽)와 김영식 한국농아인협회장, 그리고 주한 프랑스문화원 관계자. ⓒ 한국농아인협회


 
오랜 시간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그는 미국에서 수많은 장애인 배우들이 활동한다는 사실을 전하며, 한국에서도 포기하지 말 것을 권했다. 청각 장애가 있었던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더미 호이를 언급한 그는 "내면의 열정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옆에서 그만 하라고 해도 그 열정이 식기 전까지 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열정이 가득했다. 전 듣진 못하지만, 남들보다 시각이 발달했다. 많은 배우를 관찰하며 연습을 거듭했다. 물론 가끔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실망할 때도 있었지만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1930, 40년대에 활동한 청각장애인 더미 호이 덕에 메이저리그에서 스트라이크와 아웃을 구분하는 수신호가 생겼다. 수어와 메이저리그는 이제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런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박사 학위를 위해 사람들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데, 저 또한 아카데미 수상이 일종의 학위 취득과 같다고 말하고 싶다. 신께서 제게 농아란 걸 선물로 줬다고 확신한다. 장애를 부정적으로 보지 말아 달라. 농아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모든 걸 할 수 있다."

 
트로이 코처는 "농아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선입견"이라며 "비장애인처럼 다들 삶이 있고, 아픔과 기쁨이 있다. 현재 (프로듀서로서) 농아인 관련 축구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점점 이들이 한정적 역할이 아닌 폭을 넓혀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에선 장애인 캐릭터를 장애인 배우가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점점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기자 간담회에서 앞서 5일 한국농아인협회를 방문한 트로이 코처는 "직접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환경이 열악했다. 한국 정부가 적극 지원해줬으면 한다"라며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한국농아인협회가 한국 농아인들에게 희망과 의지를 준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역사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일단 수어 사용자가 많이 줄고 있고, 농문화 공유도 줄고 있다는 데에 위기 의식을 느낀다. 제가 단순히 홍보대사라고 홍보만 할 순 없다. 아내가 농아인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저도 그렇다. 아까 언급한 인공 와우 수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면 참여하고 싶다.

정부에서 장애인 지원에 관심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저 또한 미국 정부 지원 없이 배우 활동하는 게 많이 힘들었다. 한국 장애인분들은 지원받는 일이 늘어났으면 한다. 우린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기회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뭐든 할 수 있다. WFD 또한 전 세계의 행사인 만큼 한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한편 간담회 이후 트로이 코처는 오후 2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이후 오는 7일, 8일 제주도를 직접 방문해 행사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트로이 코처 윤여정 코다 세계농아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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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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