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과 배우 이유미가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새역사를 썼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트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Creative Arts Primetime Emmy Awards), 줄여서 에미상에서 최우수 게스트(초청) 여성 배우상(BEST DRAMA GUEST ACTRESS)을 받았다. 아시아 국적 배우로는 최초 수상이라 더 뜻깊다.

이처럼 골든 글로브와 함께 미국 TV 드라마 시상식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에미상이 북미에서 <오징어게임>이 거둔 성과를 '인증' 중이다. 이날 <오징어게임>은 이유미의 수상과 함께 최우수 특수효과·스턴트퍼포먼스·미술 부문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이어 오는 3일과 4일 기술 부문 수상과 함께 12일엔 작품상을 포함해 연출과 연기 부문 등 에미상 주요 시상식이 진행된다.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은 단연 이정재다.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주연배우 이정재의 수상 여부야말로 올해 에미상의 관전 포인트다. 이 이정재의 수상 여부를 오매불망 염원하는 이들이 넷플릭스나 제작진만은 아닐 듯싶다. 이정재가 세계적인 드라마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면 이정재를 2030 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로 위촉한 부산시 역시 에미상 수상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부산시가 공을 들이는 홍보대사는 또 있다. 바로 BTS(방탄소년단)이다. 팬들의 비판과 쏟아진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둔 듯, 최근 10월 15일로 예정된 BTS 부산 공연의 장소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으로 변경됐다. 그럼에도 BTS와 관련된 논란의 여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황당무계한 부산 숙박업소의 횡포, 부실한 부산시 대응 
 
 박형준 부산시장이 30일 부산시청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대비 관계기관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8.30

박형준 부산시장이 8월 30일 부산시청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대비 관계기관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부산시 제공


"289만 원과 500만 원짜리 사례도 봤어요. 예약한 지 3일 만에 폐업으로 투숙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은 분도 있고요. 하다하다 이제는 폐업해서 예약 취소한다 해놓고 가격 올려 영업하는 곳도 등장. 부산시 숙박업소들 진짜 10월 15일만 장사하고 말 건가…."

5일 한 '아미'가 제보한 부산시 숙박업소들의 횡포 내용이다. 1박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숙박료가 BTS 팬들을 공분케 하는 중이다. 심지어 트위터 상에선 '착한부산숙소리스트' 해시태그까지 출현했다.

이를테면 1박에 10만 원 대를 포함해 BTS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부산을 찾거나 부산 지역과 가까이 거주하는 팬들이 바가지 요금을 적용하지 않는 호텔 및 숙박 업소 리스트를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황당무계한 사례들도 쏟아지는 중이다. 최근 한 BTS 팬은 트위터를 통해 예약한 호텔 측에서 "가격을 올리기 위해 취소를 원한다"고 요구한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팬이 "지금 이거 뉴스에서도 다 문제된 거 알고 있느냐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대응했고, 그러자 호텔 측이 "대신 비슷한 가격의 호텔로 잡아주겠다"고 설득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바가지 요금은 기본이요, 소위 'BTS 대목'을 누리기 위한 부산 지역 내 숙박 업소들의 황당한 요구들은 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해 보였다.

부산시의 부실한 대응에 대한 지적도 여전하다. 지난 8월 28일 부산시는 BTS 공연과 관련해 부산 내 숙박업소들의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리자 "26일부터 점검반을 편성해 현장 파악과 계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점검반을 확대 편성하고 계속해서 지도 및 점검에 나서겠다"며 향후 강력 대응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났다. BTS 팬들은 아무런 변화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숙박료가 더 상승한 것 아니냐는 의심만 늘어가는 중이다. 이에 대해 부산 언론들도 부산시와 박형준 시장을 향해 강력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부산시가 강력한 단속에 나섰지만 사실 100% 막기도 쉽지 않고 특히 어디까지가 바가지요금이고 어디까지는 용납가능한 성수기 요금이 될지, 그 기준을 누가 정하고 또 누가 공정하게 운용되는지를 판단할지 모든 게 다 지금으로서는 혼란스럽습니다.

아직 한 달 이상 남았으니까 좀 더 철저한 준비가 이뤄지겠지만 불편은 불편 대로 커지고 부산시 홍보는 홍보 대로 망치는 말 그대로 소도 잃고 외양간도 부서지는 상황은 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 다해야겠습니다." - 6일 KNN '경제초점 – BTS 부산공연 양날의 검' 중에서


BTS 병역 특례 허용 및 엑스포 유치 활동 추진하는 부산시

BTS(대중문화예술인) 병역 특례법 허용 추진을 둘러싼 국방부와 정치권, 부산시의 무리한 행보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주 국방부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외신까지 나선 부정적 여론에 밀려 번복한 BTS 병역특례 국민 여론조사가 단적인 예다(관련 기사 : 국방부의 'BTS 병역 설문조사' 번복, 전 세계가 지켜본다).

일부 팬들은 이를 두고 국방부의 이러한 어이없는 행보 자체가 BTS의 군 면제를 바라는 국방부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 군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등장하는 콘텐츠가 세계인들에게 소개돼 관심을 끄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 D.P. >가 단적인 예다. BTS가 사병으로 군 복무를 이행할 시 우리 군의 일반적인 현실이 시시각각 전 세계에 언론을 통해 전파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정작 국민 여론은 국방부나 정치권, 부산시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흐르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5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4일 전국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발표한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BTS가 '병역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반대 응답은 54.1%, '특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찬성 응답은 40.1%로 조사됐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 과거 적지 않은 여론조사에서 찬반 여론은 팽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던 것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와중에, 부산시의 BTS를 향한 구애는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8월 중순 BTS의 대체복무 허용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 시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엑스포 유치 활동에 BTS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또 BTS가 갖는 장점은 각국의 유력한 의사결정자나 그 가족들이 BTS의 팬들인 경우가 대단히 많아요. 이번에 연말에 저희가 부산에서 BTS 공연을 월드엑스포를 위해서 하게 될 텐데. 거기에도 이미 전 세계 많은 유력자들이, 가족들이 참여를, 타진을 해 오고 있고요.

또 만약에 대체복무의 기회를 주신다면 저희는 BTS와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정말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할 수가 있거든요. 이것 이상의 국위에 대한 봉사활동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8월 19일 박형준 시장,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중에서


국익이란 허울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수상 소식을 전한 건 그래서다. 부산시는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대사로 배우 이정재와 BTS를 최일선에 내세웠다. 박 시장이 해당 인터뷰에서 강조했듯 "K컬처, K팝이 가지고 있는 아래로부터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굉장히 큰 힘"을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와 부합한다.

하지만 BTS의 경우는 드라마라는 콘텐츠나 배우와는 성격이 또 다르다. BTS는 직접 공연을 하고 팬들과 만나는 일이 중시되는 아티스트다. 자칫 부산시가 BTS를 앞세워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부산시가 대통령실에 건의하면서까지 BTS의 대체복무를 추진하는 것 역시 그 연장선상인 셈이란 팬들의 비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엑스포 개최가 '국익'이란 허울 좋은 수사로 포장되고 그 국익 도모에 개별 아티스트가 '동원'되는 것을 반길 팬들이 얼마나 될까. 아니, K-팝과 K-컬처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가는 지금 부산시의 소위 '연예인 동원'을 곱게볼 해외 팬들이 존재할지도 의문이다.

백 번 양보해 그런 '국익'이 존재한다고 해도 부산시가 먼저 챙길 것은 BTS의 대체복무나 전 세계 유치활동일 수 없다. 부산시가 얼토당토 않은 숙박료를 방치하며 전 세계 아미들을 '호객'으로 만들거나 10만 공연의 안전성을 걱정시키게 만들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국익'의 관점에서 말이다.
BTS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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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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