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리즈물 '피스메이커', '변호사 쉬헐크', 공교롭게도 매주 목요일 나란히 공개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OTT 시리즈물 '피스메이커', '변호사 쉬헐크', 공교롭게도 매주 목요일 나란히 공개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매주 목요일 국내 OTT에선 DC코믹스 vs. 마블코믹스의 히어로 대결이 펼쳐진다? 지난 8월 18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마블의 새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가 공개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HBO 맥스의 인기 시리즈물 <피스메이커>가 한국의 OTT 서비스 웨이브를 통해 방영에 돌입했다.

코믹스 출판물 원작 극장판 영화를 성공시킨 마블은 자사 OTT를 통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기반둔 시리즈도 병행 제작해 연계성을 강화하고 있다. <호크아이> <로키> <팰콘 앤 윈터 솔져> <미즈 마블> 등 이미 친숙한 캐릭터 혹은 신규 히어로를 주인공 삼아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마블의 영원한 라이벌이면서도 여러 해 동안 열세를 면치 못했던 DC는 워너와 더불어 'DC 확장 유니버스'(DECU)와 연계된 극장판 영화에 이어 OTT 시리즈 물로 맞불을 놓시 시작했다. 출판 시장에 이어 할리우드 영화에서 대결을 펼쳤던 이들은 이제 OTT라는 신흥 시장에서도 한치의 양보 없는 승부에 돌입한 것이다.

<피스메이커>로 지각 신고식 치른 HBO MAX + 웨이브
 
 HBO 맥스의 인기 시리즈 '피스메이커'

HBO 맥스의 인기 시리즈 '피스메이커' ⓒ 웨이브

 
​잘 알려진 것처럼 HBO MAX는 워너브러더스, HBO가 운영 중인 OTT로 우리나라에는 웨이브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을 통한 우회 진출을 택하면서 한국 시청자들을 하나 둘 씩 끌어들이고 있다. <왕좌의 게임>의 프리퀄 <하우스 오브 드래곤>과 더불어 HBO 맥스의 화제작으로 손꼽히는 <피스메이커>는 해외 지역에선 이미 지난 1월부터 방영되어 인기를 모은 DC코믹스 기반 슈퍼 히어로 시리즈다.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주요 캐릭터 중 하나였던 '피스메이커'(존 시나 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기존 작품의 확장성을 추구했다. 특유의 B급 유머와 사방으로 피 튀기는 잔혹한 액션 구성으로 마블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DC만의 색깔을 두텁게 덧씌웠다. 지난 1일 공개된 <피스메이커> 1화 역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마지막 쿠키 영상과 연결된 출발을 보여준다. 당초 영화의 프리퀄로 기획되었다는 이 시리즈는 한번만 활용하고 소모하기엔 아까운 캐릭터라는 판단 속에 계획을 바꿔 영화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속편 형식을 취했다.

​평화를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모순된 인물의 행보는 마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성공시킨 제임스 건 감독의 특유의 유머와 잔혹성이 결합된 연출 덕분에 무색무취 DC 원작 영화를 뛰어 넘는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특히 우스꽝스럽지만 중독성 있는 단체 군무 신으로 제작된 오프닝 영상, 1980년대 하드 록, 헤비메탈 장르를 부활시킨 BGM 등은 <피스메이커>의 인기에 한 몫을 담당한다. 

<쉬헐크> 법정 코미디 + 히어로물의 결합
 
 디즈니플러스 '변호사 쉬헐크'

디즈니플러스 '변호사 쉬헐크' ⓒ 디즈니플러스

 
​이에 반해 <쉬헐크>는 기존 <헐크> 시리즈의 스핀오프 성격에 전통적인 미국식 법정 코미디를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 드라마는 브루스 배너 박사/헐크(마크 러팔로 분)의 사촌 여동생 제니퍼 월터스(타티아나 마슬라니 분)가 사고로 헐크의 피와 접촉하면서 돌연변이 히어로 '쉬헐크'가 된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검사였지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쉬헐크는 한때 소송 맞상대였던 로펌 측의 제안으로 변호사로 이직, '슈퍼휴먼법' 전담 소송을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처음 담당하게 된 사건은 다름 아닌 에밀 블론스키/어보미네이션 (팀 로스 분) 가석방 수임이었다. 2008년 극장판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배너 박사이자 헐크를 죽이려 했고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든 강화인간을 도와줘야 하는 묘한 입장에 놓인 것이다.

​여성 히어로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냉소적 시선, 개인적인 감정 vs. 변호사라는 갈림길에서 벌어지는 선택과 갈등 등을 <쉬헐크>는 전통적인 미국식 법정 코미디로 풀어내면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기존 마블 시리즈물에 등장했던 헐크, 어보미네이션 외에도 웡(닥터 스트레인지) 등 마블 영화 속 캐릭터의 연이은 출연, 인기 팝스타 메건 더 스탤리언 등의 깜짝 카메오 출연 등이 어울어지며 다채로운 볼거리도 제공한다.

영화와의 연계성 강화... 고정팬들의 든든한 지원 vs. 계속 높아지는 입문 장벽
 
 OTT 시리즈 '피스메이커', '변호사 쉬헐크'

OTT 시리즈 '피스메이커', '변호사 쉬헐크' ⓒ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피스메이커> <쉬헐크>는 OTT 시리즈, 슈퍼 히어로물이라는 특징 외에도 기존 영화 및 향후 공개될 차기작과의 강한 연계성을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피스메이커>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뒷 이야기를 통해 앞뒤 꽉 막힌 주인공의 좌충우돌 행보 뿐만 아니라 오는 10월 개봉되는 드웨인 존슨 주연 <블랙 아담>에 이르는 연결고리 역할도 담당한다. 핵심 캐릭터 중 한 명인 에밀리아 하코트(제니퍼 홀랜드 분)는 이 영화에도 그대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심지어 시리즈 마지막 화에 이르러선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이 깜짝 카메오로 나서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는 <쉬헐크>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활용된다. <인크레더블 헐크> <어벤져스> 시리즈, <토르: 라그나로크> <닥터 스트레인지> 1, 2편 속 핵심 캐릭터를 차례로 등장시켜 이전 극장판 영화와 하나의 뿌리를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앞으로 공개될 에피소드에는 마블의 또 다른 시리즈물 <데어데블> 속 인물까지 속속 등장할 예정이다.

기존 영화와의 연계성을 강화한 제작은 DC 및 마블의 열혈 팬들을 극장 뿐만 아니라 OTT로 묶어 두기 위한 나름의 치밀한 구상이기도 하다. 극장에서 즐겁게 만났던 인물과 이야기를 OTT 시리즈로도 확장시키면서 일회성 소모품이 아닌, 널리 애용될 수 있는 연계 상품 마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양사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는 선택지다. 코믹스 기반 히어로물에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시청자들은 기꺼이 OTT 시청에도 온 힘을 쏟아 붓고 있다.

다만 불만의 목소리 또한 점점 커진다는 점은 영화와 OTT의 결합 시도에 대한 양날의 칼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와 대혼돈의 멀티버스>만 보더라도 노골적으로 OTT 시리즈와 연결하다 보니 최근 1~2년 사이 공개된 <완다비젼> <로키>를 미리 보기를 요구하는 수준에 이른다. 이전처럼 극장판 영화만 봐선 줄거리 이해를 어렵게 만들어 오히려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단점도 초래한다.

​<쉬헐크> <피스메이커> 역시 일련의 영화들을 안 본 입장에선 "저게 무슨 소리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한 장면도 많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관점에선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시도이지만 자신들이 만드는 틀에 관객(시청자)들을 가둬놓는 듯한 방향성은 시청 과정에서의 묘한 갈등을 야기한다. 히어로 명가들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OTT 피스메이커 쉬헐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