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골프 ⓒ pixabay

 
시즌4 격인 SBS <편먹고 공치리4 진검승부>부터 TV조선 <골프왕>, JTBC <세리머니클럽>, MBN <그랜파>, KBS <찐친골프>, tvN <스타골프빅리그>, 티빙 <골신강림>, MBC every1 <전설끼리 홀인원> 등등. 지난해부터 방영됐거나 방영 중인 이른바 '골프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주말 오후 이러한 골프 예능이 지상파와 케이블을 점령한 건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여기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TV', '홍인규 골프TV', '김국진TV 거침없는 골프' 등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골프 유튜브 채널도 다수다. 지난달 여성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개최된 '2022 골플루언서 챌린지'도 유튜브를 통해 관심을 모았다.

그야말로 '골프 예능' 전성시대다. 올해 상반기 예능이 '연애 리얼리티'와 '골프 예능'으로 양분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골프 예능이 대세'라는 주제의 각종 분석 보도나 칼럼들도 넘쳐난다.

지난해 연말, 민주언론시민연합조차 '골프예능① 2021년 스포츠예능의 중심, 골프예능 여성프로 활용법', '골프예능② 비매너 플레이 부각에 과도한 PPL까지, 이대로 괜찮나'라는 연속 리포트를 내보냈을 정도다.

골프 예능의 형식은 사실 천편일률이라 할 수 있다. 박세리·김미현·유현주 등 전현직 여성 프로골퍼를 내세우거나 주로 남성 위주의 유명 예능인 및 배우들이 출연해 골프실력을 겨루는 형식이다. 골프장의 풍광과 유명인 및 연예인들의 토크, 경기 자체가 주는 박진감과 긴장감을 조화시키기에 안성맞춤인 형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 명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골프장 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총 8조 4000억이란 조사도 나왔다. 또 지난 3월 '한국생활체육뉴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전국 6홀 이상 505개 골프장 이용객 수도 사상 처음 5000만 명을 넘겼다고 한다.

이 같은 골프 예능의 유행이 골프의 저변화를 반영하는 것인지 도리어 그 저변화를 선도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TV를 점령한 이 골프 예능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존재하리라는 사실이다. 이들 중 농민들을 추가해야 할 듯싶다.

농어촌공사가 골프장에 농업용수 판매, 충격적인 MBC 보도 
 
 30일 MBC <뉴스데스크> '농업용수 끌어다 가뭄에도 푸른 골프장.. 농민들은 어쩌라고..' 보도 중

30일 MBC <뉴스데스크> '농업용수 끌어다 가뭄에도 푸른 골프장.. 농민들은 어쩌라고..' 보도 중 ⓒ MBC

 
"주변 428헥타르 농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덕 저수지입니다. 가뭄이 이어지면서 저수지 수위가 확연히 내려갔고, 남은 물에는 녹조만 가득합니다. 작년 이맘때쯤 저수율은 70~80%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올해는 30%대로 용수공급이 어려워질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저수지에서 올해 골프장이 끌어다 쓴 물은 무려 24만 톤. 2019년 이후 골프장 잔디와 조경에 쓰인 농업용수만 141만 톤에 이릅니다. 공짜는 아닙니다. 농어촌공사는 골프장에 톤당 68원에서 81원가량에 물을 팔아 같은 기간 1억여 원의 이익을 거뒀습니다." - 30일 MBC <뉴스데스크> '농업용수 끌어다 가뭄에도 푸른 골프장.. 농민들은 어쩌라고..' 보도 중


1억 수익을 위해서 골프장에 농업 용수를 판다?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M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골프장 인근 농지는 가뭄에 타들어 갔다고 한다. 인근 농민들도 봄가뭄이 심해진 지난 봄부터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MBC에 "국가에서 농어촌공사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서 수요를 창출해 도로공사는 요금을 받듯이 농어촌공사 저수지도 남는 잉여수만 있으면 사용하는 게 국가 법"이라고 설명했다. 가뭄에 힘겨워하는 농민들은 뒷전인 채 전국 14곳 농업용 저수지 물을 골프장에 판매한 것 자체가 적법했다는 해명이었다.

농어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농어촌공사가 수요 창출 및 수익 활동을 위해 골프장에 물을 팔았다는 공사 측 설명을 농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MBC와 인터뷰한 한 농민은 "농민들 쪽으로 물을 줘야지, 뭐 쓸데없는 골프장 같은 데 물을 줘서 쓰겠어요?"라고 반문했다. MBC는 "저수율은 이미 20%대로 심각 단계까지 떨어져, 농민들은 한 해 농사를 망쳤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골프장의 물사용이 부각된 건 물론 처음이 아니다. 가수 싸이의 '흠뻑쇼'가 물낭비 논란에 직면하면서 골프장의 물사용량까지 덩달아 도마에 올랐다. 흠뻑쇼가 한 회에 300톤의 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별 골프장의 하루 물사용량까지 논란이 된 것이다.

올봄 농민들을 시름에 잠기게 했던 가뭄과 농촌의 물부족 현상이 호출된 것은 당연지사. 여기에 농어촌공사의 골프장 농업용수 판매 소식까지 겹쳐지면서 MBC 보도 이후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폭주하는 중이다. 그리고, 물을 펑펑 쓰는 골프장의 실태는 더 큰 영역과 결부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골프장의 물 낭비,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슈턴 킨스 지역에 바닥이 보이는 템스강 12일(현지시간) 템스강 수원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애슈턴 킨스 지역에도 강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 있다.

▲ 애슈턴 킨스 지역에 바닥이 보이는 템스강 12일(현지시간) 템스강 수원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애슈턴 킨스 지역에도 강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 있다. ⓒ 연합뉴스

 
"(다가오는 물위기에 대한) 이 대책없는 무감각, 폭주하는 소비의식을 '골프 열광'만큼 잘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 작은 땅에 골프장만 500개 이상. 세계에서 8번째로 가장 많다. 일말의 자성도 없이 골프장은 계속 늘어나고, 온갖 골프 예능과 이벤트들이 난립한다. 골프장 1개는 대략 하루에 1천톤의 물을 소비한다.

일반적인 골프 코스 하나가 6만명의 식수를 허비한다. 인근 지하수와 농업용수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생태계 파괴, 탄소배출과 살충제 남용도 지독하다. 도시인들을 먹여 살리는 농부의 논밭은 말라가는데, 도시 중산층의 우아한 스포츠를 위해 물을 흥청망청 쏟아붓는 이 그로테스크한 비대칭은 무엇을 의미할까." - 지난 7월 5일 <노동과 세계> '[이송희일의 영화직설] 물은 누구의 것인가' 중에서

해당 칼럼에서 이송희일 감독은 이처럼 세계적인 물 부족 위기 상황에서 물을 펑펑 써대는 골프장과 '골프 열광'을 선도하는 '골프 예능'을 질타했다. 맞다. 물 부족 현상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외신들은 프랑스 환경운동가들이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일부 골프장의 홀들을 시멘트로 메워버린 현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프랑스 환경운동가들 역시 "마실 물도 없다"는 일부 프랑스 국민들의 고통의 원인을 찾다 가시적이고 대중화된 골프장으로 눈길을 돌렸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비교를 확인할 수 있는 칼럼을 하나 더 보자.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잔디를 위해 하루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될까? 기후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선 18홀 기준으로 하루 평균 800~900t 정도의 물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 기준으로 한 번 계산을 해 볼게요.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골프장 홀 수는 10,077개.

한 홀당 44.4t의 물을 쓰는 셈이니, 하루에만 무려 44만 7,867t의 물이 사용되는 겁니다. 싸이의 흠뻑쑈가 공연 하루에만 300t의 물을 사용한다고 비판을 받았었는데, 전국 골프장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물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싸이는 오늘부터 2026년 7월 말까지 총 1,493일 간 쉬지 않고 흠뻑쑈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엄청나죠?"

'골프가 유행이라는데, 환경은 괜찮은 걸까?'란 제목의 지난 6월 SBS '마부작침' 칼럼 중 일부다. 골프장의 물 사용량만 놓고 보면 싸이가 억울할 만하다. 해당 칼럼은 물 사용량 외에도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 불법 농약 사용, 환경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 및 골프장 사업자들이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하는 행태 등을 포괄적으로 다뤘다.

환경단체들의 '골프장 환경 규제 강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26년까지 골프장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정부가 골프장 설립을 견인하고, 골프 예능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해도 무방해 보일 정도다.

어떤가. 충격적인 MBC 보도를 보고도, "쓸데없는 골프장 같은 데 물을 줘서 쓰겠어요?"라는 농민의 하소연을 접하고도, 위에 열거한 골프장들의 물낭비를 확인한 이후에도 '골프 예능'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으시겠는가. 
MBC 골프장 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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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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