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스트릿 맨 파이터'

엠넷 '스트릿 맨 파이터' ⓒ CJ ENM

 
엠넷의 야심작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가 방영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인기보단 제작진과 출연진에 의한 잡음, 방송 속 눈살 찌푸리게 하는 내용 등 본질을 벗어난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담당 CP의 제작발표회 도중 내뱉은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 출연 댄서의 특정 걸그룹 안무 조롱 논란, 참가자들간의 상호 비하 및 손가락 욕 등장 등은 <스맨파>의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지난해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스트릿 댄스 걸스 파이터> <뚝딱이의 역습> 등 연이은 댄스 스핀오프 예능을 쏟아낼 만큼 댄스 소재 프로그램은 엠넷의 히트 상품이 되어 왔다. ​특히<스우파> 출연진은 웬만한 연예인 이상의 인기 스타로 발돋움했을 만큼 대중 시야에서 음지에 놓여 있던 댄서들이 이제는 화려한 조명을 받는 중심 무대로 우뚝 올라섰다.  ​

그런데 최근 <스맨파>를 둘러싼 연이은 구설수, 논란은 모처럼 활력을 불어 일으키고 있는 댄스계에 찬물을 붓는 동시에 엠넷의 기획 능력 및 방향성에 대한 불신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여자 댄서는 질투-욕심, 남자 댄서는 의리-자존심?
 
 엠넷 '스트릿 맨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 '스트릿 맨 파이터'의 한 장면 ⓒ CJ ENM

 
지난 23일 열린 <스맨파> 제작발표회에선 귀를 의심케한 발언이 프로그램 담당 CP의 입에서 여과 없이 흘러 나왔다. 당시 담당 CP는 "여자 댄서들과 남자 댄서들의 서바이벌이 다르다"고 말문을 열면서 "여자댄서(스우파)의 서바이벌엔 질투, 욕심이 있었다면 남자 댄스(스맨파)들은 의리와 자존심이 자주 보였다"는 성차별적 평가를 내놓아 논란을 야기했다.

​이 발언은 여러 매체의 기사로 언급되면서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넘어 불쾌감을 자아냈다. <스우파>를 응원했던 입장에선 내가 지지하는 댄서들의 경쟁을 한낱 질투와 시기 거리 정도로 추락시켰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특히 '춤'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단순히 감정 싸움, 신경전으로만 몰아간 편견 담긴 발언이라는 것이다.   

​자사의 매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컨텐츠 생산에 크게 기여해준 여성 댄서들 경쟁을 단순히 시기, 질투 정도로 치부한 데 반해 또 다른 이들의 대결은 의리로 치켜 세우는 게 과연 프로그램 책임자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이건 피 땀 흘려 고생했던 <스우파> 출연자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시간을 TV 시청에 할애해준 시청자들에 대한 무시가 아닐까?

<스맨파> 참가 댄서의 걸그룹 안무 조롱 논란​
 
 걸그룹 안무 비하 논란에 휩싸인 '스맨파' 출연 댄서의 SNS 동영상의 한장면

걸그룹 안무 비하 논란에 휩싸인 '스맨파' 출연 댄서의 SNS 동영상의 한장면 ⓒ 인터넷커뮤니티화면캡쳐

 
뒤늦게 사과문이 올라오긴 했지만 <스맨파> 참가 댄서의 SNS 커버 영상도 프로그램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는 데 한몫 했다. 유명 댄스 크루 소속원인 A씨는 다른 동료들과 더불어 최근 SNS 계정에 뉴진스 '하이프 보이' 커버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해당 영상의 제목을 '뉴찐따스'라고 붙이면서 과장됨을 넘어서 우스꽝스럽거나 조롱에 가까운 동작으로 일관해 보는 이들의 불쾌감을 자아냈다. ​이번 <스맨파>에는 '하이프 보이' 안무 제작에 참여한 댄서도 출연중이어서 동료의 안무를 무시, 희화화시킴과 동시에 모욕을 가했다는 지적을 야기했다.  

단순히 재미 혹은 패러디 수준의 내용도 아닌, 조롱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민망한 구성의 영상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가해졌다. 얼마 되지 않아 해당 영상이 내려지긴 했지만 어떠한 사과, 혹은 입장 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지난 25일 오후 당사자가 사과문을 게재하긴 했지만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댄스 배틀인가, 욕 배틀인가? 존중 없는 춤 대결​
 
 엠넷 '스트릿 맨 파이터'의 한 장면

엠넷 '스트릿 맨 파이터'의 한 장면 ⓒ CJ ENM

 
<스맨파>의 가장 큰 논란은 방송 내용이다. 엠넷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전통(?) 중 하나는 참가자들의 날선 신경전이다. 이번 <스맨파>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 스핀오프 예능 <비더스맨파>에서도 그랬지만 타 참가자 혹은 크루들을 견제하는 모습이 크게 부각이 되고 있다.  

​문제는 표현 방식 및 화면에 담아내는 구성이 시창자 입장에선 짜증을 유발시킨다는 점이다. "같이 하는 것도 짜증나려고 한다"는 식의 발언으로 다른 출연 댄서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담는가 하면 X표시 혹은 '삐~' 처리되는 비속어 및 욕설도 수시로 등장한다. 심지어  손가락 욕도 서슴 없이 상대방에게 내보인다.  ​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방종에 가까운 태도들이 첫 회를 장식하면서 <스맨파>는 "이게 댄스 배틀이야, 욕 배틀이야?"라는 혼란스러움만 가중시킨다. 이런 행동과 장면들이 제작진이 말하는 남자들의 의리이고 자존심인가.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댄서들의 높은 기량에 의한 인기 생산 대신 이른바 '어그로', 혹은 '노이즈 마케팅'적인 화제 몰이에만 치우친다면 <스맨파>가 과연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첫회 방영을 둘러싼 전반적인 분위기는 기대 대신 실망, 혹은 절망에 가까웠다. ​
덧붙이는 글 김상화 기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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