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급 챔피언 탄 레(사진 왼쪽)와 도전자 탕카이

페더급 챔피언 탄 레(사진 왼쪽)와 도전자 탕카이 ⓒ ONE Championship 제공

 
'원챔피언십(ONE Championship)' 페더급 챔피언 탄 레(37·미국)가 타이틀 2차 방어전에 나선다. 26일 싱가포르에서 있을 160번째 넘버링 대회 코메인이벤트가 그 무대로 상대는 '벽력신권(霹靂神拳)' 탕카이(26‧중국), 최근 9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무서운 신성이다. 통산 14승 2패를 기록하고 있는데 넉아웃 승리가 86%(12회)에 달할 만큼 높은 타격 결정력을 인정받고 있다.

데뷔 후 5연승을 달리다가 2연패로 주춤했으나 그것도 잠시 다시금 무패 기어를 끌어올리며 체급 내 모두가 두려워하는 복병이 되었다는 평가다. 탕카이는 이른바 '한국 킬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국내 격투 팬들 입장에서 결코 반가운 별칭은 아니지만 전적을 보면 일견 납득이 간다.

2019년 이성종을 필두로 2021년 윤창민 그리고 지난해에는 '투신' 김재웅(29·익스트림 컴뱃)까지 무너뜨렸다. 모두 넉아웃 승리다. 탕카이가 페더급 랭킹 1위에 오르고 프로 데뷔 후 17경기 만에 첫 타이틀전 치를 수 있게 된 데에는 한국 선수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2019년 1월 탕카이는 이성종을 상대로 2라운드 1분 14초 만에 승리를 가져갔다. 당시 경기에서 탕카이는 침착하게 이성종을 자신의 공격거리 안쪽으로 끌어들였다. 자신이 타격을 내기 좋은 위치가 만들어졌다고 판단되기 무섭게 잽에 이은 안쪽 로우킥이 들어갔고 이후 전광석화같은 레프트 하이킥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성종도 탕카이의 공격을 모르지 않았으나 워낙 빠르고 강하게 들어갔던지라 알고도 당했다는 분석이다.

추성훈 제자로 이름을 먼저 알렸던 윤창민은 2018년 일본 리얼리티 프로그램 <격투대리전쟁>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하여 주목을 받았다. 기세를 몰아 탕카이와 맞붙을 당시 원챔피언십 전적은 5승 1패였다. 주최측도 당시 윤창민을 '라이징 스타'라고 부르며 상당한 기대를 표현했다. 하지만 윤창민은 탕카이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기세 좋게 맞불을 놓았지만 4분 3초 만에 레프트 훅에 이은 그라운드 타격으로 무너졌다.

국내 팬들을 가장 놀라게한 것은 역시 김재웅의 패배다. 투신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파괴력 있는 경기력을 과시해왔던 김재웅은 명성에 걸맞게 당시 랭킹 1위에 올라있었다. 탕카이는 그보다 낮은 4위였다. 지난 2번의 한국인 파이터들의 복수를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탕카이는 정확하고 빠른 잽과 로우킥, 거기에 다운을 뺏어 빛을 발한 크런치 크로스 훅에 이은 재빠른 해머 피스트로 1라운드 2분 7초 만에 경기를 끝냈다. 한국인 파이터들을 상대로 3전승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탕카이와 탄 레의 대결은 매우 화끈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전자 탕카이도 높은 넉아웃 승률을 자랑하지만 챔피언 탄 레는 그보다 더 하기 때문이다. 그는 통산 13승(2패) 중 넉아웃 승리가 무려 12회(92)%나 된다. 한 번의 서브미션 승 외에는 모두 타격으로 승부를 끝내버린 놀라운 타격 스페셜리스트다. 그중 8회는 1라운드에 마무리 지어졌다. 펀치는 물론 니킥에 하이킥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방식으로 상대를 압살한다.

원챔피언십에는 현재 중국인 챔피언이 한 명 있다. 여성부 스트로급 챔피언 슝징난(34‧중국)이다. 남자부에서는 아직 챔피언이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탕카이는 원챔피언십 최초의 중국인 남자부 챔피언을 꿈고 있다. "중국 남자 최초에 도전한다는 것은 상당한 압박감이지만 반대로 동기부여도 된다. 내 이름을 모두에게 알리겠다"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탕카이가 탄 레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이다. 탄 레는 출생년도 기준으로 탕카이보다 11살이나 많다. 탕카이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며 "늙고 은퇴할 때가 되었음을 경기장에서 알려주겠다"고 도발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자신보다 높은 넉아웃 승률은 모순이 있다고 주장한다. 탄 레는 맞으면 한방에 지는 공격을 허용한 적이 아직 없는 데 반해 자신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 살아남았던지라 그러한 경험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탕카이는 한국 파이터를 상대로 3승을 거두며 '한국 킬러'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탕카이는 한국 파이터를 상대로 3승을 거두며 '한국 킬러'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 ONE Championship 제공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본능적으로 싸움을 읽는 능력 역시 내가 낫다. 승리에 필요한 기회도 더 잘 잡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페더급 타이틀전이 판정까지 가리라 생각하지 않는 만큼 그 안에 KO로 타이틀을 빼앗아 오겠다"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이같은 발언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탕카이는 타격전을 선호하는 파이터다. 김재웅과 원챔피언십 도전자 결정전을 치를 당시에도 "상대를 제압하는 느낌을 줄 수 있어 복싱을 좋아한다. 클린치나 그래플링 공방전은 관중이나 시청자가 보기에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 복싱으로 우위를 점하면 종합격투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정말 재미있다"는 평소 생각을 중국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꼭 둘의 대결이 타격전으로만 진행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스트라이커 간 팽팽한 타격대결에서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으면 어느 한쪽에서 그라운드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 반전을 꾀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를 앞두고부터 '둘 간 그래플링은 공방전은 어떨까?'에 대한 얘기도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이유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김재웅 역시 시합 전 기자회견에서 "탕카이는 복싱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종합격투기 선수로서 입체적인 기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단 전체적인 그라운드 실력에서는 탄 레가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달 전 주짓수 블랙벨트가 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동체 시력, 반응 속도가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옵션을 늘린 것으로 예상된다. 2009 ADCC 서브미션 그래플링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 라이언 홀(37·미국)에게서 그라운드 기술을 배우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탄 레는 "내가 스트라이커로 여겨지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지만, 주짓수를 전문적으로 수련하고 있음을 잊지 마라"며 탕카이에게 경고한 상태다. 지속적으로 탕카이에게 자신은 그라운드가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타격전이 펼쳐졌을 때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은 의도가 엿보인다. 탄 레는 한 번의 서브미션 승리가 있고 탕카이는 아직 없다.

하지만 탕카이는 소위 말하는 반쪽자리 타격가만은 아니다. 그는 체육대학 시절 레슬링을 전공했다. 빈틈이 보이면 테이크다운을 시키고 압박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갈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대해 탄 레는 "다들 타격전만 전망하는데 막상 경기가 펼쳐지면 둘이 엉켜서 싸울지 누가 알겠는가. 그라운드 상황을 배제하지 않는 신중함과 기회가 오면 주짓수 블랙벨트로서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대비해 준비하고 있음을 어필하는 모습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넉아웃 킬러들의 '비기(祕技)' 충돌에도 관심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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