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9일, 시규어 로스는 공연 장비의 연착 문제로 내한 공연을 취소했다.

지난 8월 19일, 시규어 로스는 공연 장비의 연착 문제로 내한 공연을 취소했다. ⓒ 시규어 로스

 
8월 19일, 시규어 로스(Sigur Rós)의 내한 공연이 공연 8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되었다. 항공편 결항 문제로 공연에 필요한 장비들이 제때 한국에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시규어 로스는 지난 8월 1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 핸드볼 경기장에서 네 번째 내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었다. 시규어 로스의 멤버들은 이미 17일 싱가포르 공연을 마치고 공연 전날 한국에 입국한 상태였다.

내한 공연을 기획한 기획사 프라이빗 커브는 "이날 오전 시규어 로스 공연 장비 운송 항공편의 긴급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전달받았다"라며 "아티스트와 저희(프라이빗 커브)는 시규어 로스 공연을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불완전한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같이 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규어 로스 역시 공식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을 팬 여러분께 알릴 시간조차 찾기 힘들어지기 전에 이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연 일정의 재조정 방안도 고려했지만, 빠듯한 아시아 투어 일정 때문에 불가능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시규어 로스는 다시 8월 22일부터 일본, 태국 공연 등을 앞둔 상태다. 베이시스트 게오르그 훌름은 별개로 공개된 영상에서 "저희를 용서해주시길 바란다"며 고개를 숙이고, "한국에 돌아와 공연을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며 미래를 기약했다. 

아이슬란드의 포스트록 밴드 시규어 로스는 아이슬란드의 풍광을 소리로 구현하는 밴드다. 1994년 결성된 이 밴드는 포스트록과 드림 팝을 근간으로 한다. 보컬 욘시(Jónsi)가 들려주는 팔세토의 목소리, 기타를 바이올린 채로 연주하는 모습이 시규어 로스를 상징한다. 욘시가 임의로 만든 언어인 '희망어(Vonlenska)'와 아이슬란드어, 영어가 뒤섞여지면서, 신비로운 느낌은 극대화된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는 시규어 로스를 두고 '라디오헤드에게 큰 영향을 준 밴드'라 극찬했다. 공연에서는 자주 연주되지 않는 곡이지만, 한국에서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삽입되었던 'Hoppipolla'가 가장 유명하다.

불완전한 공연은 할 수 없었다

이번 내한 공연은 그 어떤 공연보다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다. 2013년 탈퇴한 키보디스트 캬르탄 스베인손(Kjartan Sveinson)이 정식 멤버로 재합류한 후 처음으로 펼쳐지는 공연이다. 2016년 내한 공연 당시 시규어 로스는 총 12곡을 연주했다. 그러나 최근 투어에서 시규어 로스는 18곡 정도를 연주한다. 공연이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며, 20분의 인터미션도 포함될 예정이었다. 팬데믹을 지나 오랜만에 펼쳐지는 내한이라는 점 역시 기대감을 높여놓았다.

시규어 로스의 공연은 훌륭한 연주는 물론, 음악을 공감각적 경험으로 만드는 조명 장치와 영상 등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급하게 악기를 구할 수 있고, 약소화된 어쿠스틱 공연도 펼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0만 원이 넘는 티켓값을 지불한 관객들에게, 100%가 아닌 상태의 공연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어떤 이유든, 공연의 당일 취소는 관객들에게 속상한 일이다. 2015년 마룬파이브의 애덤 리바인이 목근육 이상을 이유로 1시간 30분 전 대구 공연을 취소했던 것처럼, 그 이유가 석연찮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심지어 바로 다음날인 서울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더 많은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시규어 로스는 공연 당일 취소를 발표했지만, 아티스트에 대한 비난 여론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들은 아티스트의 손을 벗어난 상황에 관하여 상세히 설명했고, 양해를 구했다. 티켓 가격을 전액 환불하는 것은 물론, 티켓 가격의 10%만큼의 비용을 얹어서 돌려  줄 것을 약속했다. 물론 성숙한 조치가 팬들의 아쉬움을 씻어낼 수는 없다. 시규어 로스가 이들의 약속처럼 다시 한국팬들을 만나 'Popplagio', 'Sæglópur' 등의 명곡을 들려줄 수 있기를 바라 본다.
시규어 로스 SIGUR ROS 내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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