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레이스가 한창인 KBO리그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리그 역사와 관련한 물품이 전달된 것이다.

KBO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故 장명부 선수의 유니폼과 점퍼 등 물품 10종을 기증 받았다"고 밝혔다. 1983년부터 4년간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빙그레 이글스서 활약한 장명부는 데뷔 첫해였던 1983년 무려 427⅓이닝을 소화하며 30승을 수확해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이 물품을 기증하고 싶다고 전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일본인 팬 후루사와 타케후미 씨였다. 타케후미 씨는 KBO를 통해 "기증을 할 수 있게 되어 대단히 기쁘며 장명부 선수의 물품이 더 의미있게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평소에도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그와 지난 19일 연락이 닿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음은 타케후미 씨와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타케후미 씨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타케후미 씨 ⓒ 타케후미 씨 본인 제공

  
더 많은 팬에게 장명부를 알리고 싶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75년생 일본인 후루사와 타케후미입니다. 저는 현재 KBO리그, 대표팀 등의 소식을 알리는 일본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트위터 계정으로도 KBO리그의 경기결과, 소식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 물픔을 전달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물품인가요?
"장명부 선수의 삼미, 빙그레 시절 유니폼 1세트(유니폼 하의 포함)와 청보 유니폼 1장, 삼미 시절 사인이 새겨진 모자, 그리고 장명부 선수와 관련한 사진 등을 KBO에 전달했습니다"

-어떻게 이번에 물품을 전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다른 친구가 장명부 선수의 친척 분에게 고인의 유니폼을 양도하고 싶다고 연락을 받았고 그 친구가 제게 연락을 주었습니다. 그 이후 친척 분과 연락이 되면서 소장품을 보내주셨습니다. (장명부가) KBO리그의 유일한 단일시즌 30승 레전드 투수인 만큼 소장품을 한국에 전달함으로써 더 많은 국내 팬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타케후미 씨가 개인 사정으로 KBO에 직접 올 수 없어 장명부 선수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이영곤 감독을 통해 故 장명부 선수의 물품을 전달했다.

타케후미 씨가 개인 사정으로 KBO에 직접 올 수 없어 장명부 선수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이영곤 감독을 통해 故 장명부 선수의 물품을 전달했다. ⓒ KBO(한국야구위원회)

 
20년 넘게 한국야구를 사랑한 일본인 팬

-어떻게 한국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사랑했고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1990년대부터 한국에 관심을 갖고 신문 등으로 소식을 접하면서 한국 프로야구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이 2000년에 이뤄졌습니다. 잠실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당시 타이론 우즈, 마해영, 펠릭스 호세 등이 뛰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본 야구와 비교했을 때 KBO리그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일본인이기는 하지만 자국 리그에 대해선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KBO리그만 놓고 보면 가장 큰 매력은 팬들의 열정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팀, 선수에게 응원을 보내고 경기장서 함성을 외치는 모습이요.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긴 해도 KBO리그에서 팬들이 하나로 뭉쳐 흥분하는 모습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KBO리그서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나요?
"저는 2000년대의 두산을 좋아합니다. (매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2015~2019년, 전성기 때보다 그 시절 두산이 더 좋습니다. 그때 최경환 선수(現 TBC 해설위원)를 응원했습니다. 인성도 훌륭하고 2009년에는 한국시리즈 7차전서 대타로 나와 3루타를 치며 팀(KIA 타이거즈)의 동점으로 연결됐습니다. 은퇴 후 코치로 활약할 때 잠시 인사한 적이 있습니다"

-KBO리그를 직접 보러 오신 적도 있나요?
"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한국에 와서 직접 KBO리그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10개 구단의 홈구장을 모두 방문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5년 4월 9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봤던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의 히트 포 더 사이클입니다. 같은 날 유네스키 마야(당시 두산)가 노히트노런을 달성해 더 깊게 인상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많은 국민이 사랑하는 한국 야구가 하나의 '문화'로서 한 단계 발전하길 바란다는 게 타케후미 씨의 생각이었다.

여전히 많은 국민이 사랑하는 한국 야구가 하나의 '문화'로서 한 단계 발전하길 바란다는 게 타케후미 씨의 생각이었다. ⓒ 유준상

 
야구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생각해봐야 할 것

-팬으로서 KBO리그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출범 40주년을 맞이한 KBO리그가 향후 50주년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더 많은 역사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구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문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떠한 측면에서 그렇게 생각을 하시나요?
"한국에 방문할 때면 TV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한 곳도 아니고 여러 방송국이 동시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건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 야구를 사랑하는 국민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른 스포츠도 좋아하지만 제가 사는 동안 야구의 인기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저는 우연히 장명부 선수의 물품을 전달 받아 KBO에 기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사를 읽고 계시는 독자 분 중에서도 한국 야구와 관련해 귀중한 소장품을 갖고 계시다면 이를 후세에 남길 방법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한국서 야구를 하나의 문화로서 한 단계 발전시킬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 야구와 대표팀을 좋아한다고 강조한 그는 내년 3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서도 많은 한국 팬들과 함께 대표팀을 응원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타케후미 씨의 진심이 국내 야구계에도 전해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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