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최강의 여성파이터가 7개월 만에 빼앗겼던 왕좌를 되찾았다.

UFC 여성밴텀급 랭킹 1위 아만다 누네스는 3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아메리칸 에어라인즈 센터에서 열린 UFC 277 메인 이벤트 여성 밴텀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줄리아나 페냐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고 벨트를 탈환했다. 작년 12월 12일 페냐에게 2라운드 서브미션으로 패하며 타이틀을 잃었던 누네스는 7개월 만의 재대결에서 압도적인 판정승을 거두며 통산 두 번째로 여성 밴텀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코메인이벤트로 열린 남자 플라이급 잠정 타이틀전에서는 랭킹 1위 브랜든 모레노가 2위 카이 카리-프랑스를 3라운드 바디킥과 펀치에 의한 KO로 제압했다. 모레노는 현 챔피언 데이빈슨 피게레도와 이미 3차례나 맞붙었지만 1승1무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현재는 피게레도가 손부상으로 결장 중이지만 모레노가 잠정 챔피언에 등극한 만큼 두 선수의 4차전 성사는 시간 문제가 됐다.
 
 타이틀을 빼앗긴 후 와신상담한 누네스(위에서 두 번째)는 경기 내내 페냐에게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타이틀을 빼앗긴 후 와신상담한 누네스(위에서 두 번째)는 경기 내내 페냐에게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 UFC

 
로우지 48초, 사이보그 51초 만에 꺾은 암사자

누네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UFC 최강의 여성파이터다. UFC 입성 초기만 해도 지나치게 타격에만 의존하는 '반쪽 짜리 선수' 이미지가 강했던 누네스는 지난 2016년7월 미샤 테이트를 서브미션으로 꺾고 여성 밴텀급 챔피언에 등극한 후 무려 5번의 방어전을 성공시켰다. 게다가 2018년 12월엔 한 체급 높은 여성 페더급 타이틀까지 따내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UFC 최강의 여성파이터로 등극했다.

누네스는 두 차례 격투 팬들을 놀라게 했는데 그 첫 번째 경기가 바로 2016년12월 론다 로우지와의 1차 방어전이었다. 여성 밴텀급의 지배자로 군림하다가 2015년11월 홀리 홈에게 충격의 실신KO를 당하며 타이틀을 빼앗긴 로우지는 13개월 후 누네스를 상대로 재기전을 치렀다. 누네스가 타격 일변도의 경기스타일을 가진 만큼 로우지가 주특기인 유도기술을 잘 활용해 경기를 펼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전망하는 격투팬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로우지는 이미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암사자' 누네스의 기세에 잔뜩 겁을 먹었고 누네스는 경기 시작과 함께 옥타곤 벽에 붙어 움츠려 든 로우지에게 48초 동안 살벌한 타격쇼를 펼쳤다.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로우지의 눈빛을 확인한 주심은 실망하는 관객들을 뒤로 한 채 경기 시작 50초도 되지 않아 누네스의 TKO 승리를 선언했다. 엄청난 타격으로 로우지를 프로레슬링 무대로 보낸 누네스는 그렇게 1차 방어에 성공했다.

로우지에 이어 플라이급 챔피언 발렌티나 세브첸코와의 재대결도 승리로 가져간 누네스는 2018년 12월 UFC로 넘어와 단 3경기 만에 여성 페더급 챔피언에 등극한 크리스 사이보그에게 도전했다. 데뷔전 패배 후 파죽의 20연승을 달린 사이보그는 20승 가운데 KO승이 17번이나 될 정도로 '인간병기'에 가까운 페더급의 절대강자로 불리던 선수였다. 제 아무리 누네스라도 '개조인간' 사이보그에게는 역부족일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사이보그의 펀치를 맞고 진뜩 겁을 먹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누네스는 사이보그의 타격을 허용하고도 적극적인 공세를 이어가며 맞불을 놓았고 오히려 사이보그를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누네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이보그의 턱에 강력한 펀치를 적중시키며 천하의 사이보그에게 13년 만에 두 번째 패배이자 생애 첫 KO패를 안겼다. 누네스가 여성 디비전 최초로 두 체급 챔피언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7개월 만에 페냐에 설욕하고 챔피언 탈환

작년 8월 UFC265에서 페냐를 상대로 6차 방어전을 치를 예정이었던 누네스는 코로나19 확진으로 경기가 연기됐고 4개월 후 UFC 269에서 대결을 펼쳤다. 모두가 누네즈의 승리를 예상했고 실제 1라운드에서도 누네스가 페냐를 두 번이나 다운시키며 유리한 경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1라운드에 힘을 많이 쓴 누네스는 2라운드에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페냐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누네스에게 테이크 다운 후 서브미션을 걸어 항복을 받아냈다.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후유증과 체중감량의 어려움 등 누네스에게도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아무리 이유가 그럴 듯 하다 해도 잃었던 타이틀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특히 28일만 더 있었다면 누네스의 챔피언 보유 기간이 2000일을 돌파할 수 있었기에 페냐전 패배는 더욱 뼈 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누네스는 좌절하지 않고 도전자의 입장이 돼 UFC 277에서 챔피이 된 페냐와 재대결을 펼쳤다.

1차전에서 성급한 피니시를 노리다가 체력이 일찍 고갈되며 역전패를 당했던 누네스는 2차전에서 냉정하게 페냐를 상대했다. 1라운드에서 거리 싸움을 하면서 페냐의 전략을 파악한 누네스는 2라운드에서 강력한 스탠딩 타격으로 페냐를 세 차례나 다운시켰고 3라운드에서는 그라운드에서 강력한 팔꿈치 공격을 수차례 적중시켰다. 3라운드가 끝날 무렵 페냐의 안면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3라운드까지 누네스에게 크게 밀린 페냐가 노릴 수 있는 것은 역전 피니시 승리뿐이었다. 하지만 누네스는 난타전을 유도하는 페냐에게 말려들지 않고 그라운드로 경기를 끌어가 노련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가며 여유 있는 판정승을 거뒀다. 페냐 역시 투혼을 발휘했지만 냉정한 암사자를 꺾긴 역부족이었다. 비록 화끈한 피니시 승리는 아니었지만 심판 한 명이 50-43으로 판정했을 정도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누네스의 완벽한 설욕전이었다.

한편 언더카드 3번째 경기에 출전했던 '인천 불주먹' 김지연은 계약체중경기로 치러진 조셀린 에드워즈와의 경기에서 1-2로 아쉽게 판정패했다. 김지연은 전날 에드워즈가 체중을 1.5파운드(약 0.68kg) 초과했음에도 경기를 수락했지만 승리를 가져오는데 실패했다. 지난 2019년10월 UFC243에서 니디아 카셈에게 KO승을 거둔 이후 4연속 판정패의 수렁에 빠진 김지연은 격투기 전적 9승6패, UFC 전적 3승6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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