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군에 진입한 지 8시즌 만에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일궈낸 NC 다이노스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한 시즌 반짝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팀이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야수진 뎁스가 더 두꺼워져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게 시즌을 출발한 NC는 전반기 마감을 코앞에 두고 주전급 선수들의 일탈로 위기를 맞이했다. 순식간에 야수 네 명이 빠져나가면서 사실상 후반기 순위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어려워졌다.

후반기가 되자 평소 1군에서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이 나타났다. 2021년 2차 1라운드(전체 6순위)서 NC의 지명을 받은 '우투양타 내야수' 김주원도 마찬가지였다. 팀에게는 큰 위기였으나 반대로 말하면 젊은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낼 기회였다. 그 기회를 확실하게 잡은,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 김주원이었다.
 
 지난 주말 창원NC파크에서 열린 LG와 3연전에서 활약한 NC 내야수 김주원

지난 주말 창원NC파크에서 열린 LG와 3연전에서 활약한 NC 내야수 김주원 ⓒ NC 다이노스


NC 내야진의 미래 책임질 유망주가 떴다

전반기에는 퓨처스리그에서 시간을 보냈다. 후반기 재개 직전에 열렸던 8월 6일 고양 히어로즈전을 포함해 46경기 100타수 30안타(1홈런) 타율 0.300 14타점 OPS 0.852를 기록 중이었다. 수비 실책은 7개였다.

이미 6월 말에 1군으로 콜업된 적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기 3경기 모두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주전 내야수 박석민, 박민우가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김주원이 한 자리를 맡아줘야 했다. 실제로 후반기 첫 경기였던 8월 10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 선수단과 동행한 김주원의 1군 첫 시즌 성적은 69경기 166타수 40안타(5홈런) 타율 0.241 16타점 OPS 0.702,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특히 실책이 무려 12개(유격수 10개, 2루수 2개)나 될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데뷔한 선수가 1군 투수들의 공을 곧잘 공략하면서 5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언젠가 키스톤 콤비 구성에 있어서 노진혁-박민우가 아닌 새로운 얼굴을 찾는 게 필요했던 NC 입장에서는 김주원의 등장이 반가울 따름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올핸 1군에서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야 했던 김주원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과정에서 발목 부상을 입고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5월 중순이 되어서야 뒤늦게 1군에 합류했다. 이미 팀이 하위권으로 처지고 난 이후였다. 주전급 야수가 하나 둘 돌아오고 있었지만, NC는 김주원의 복귀를 기다려왔다.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면서 박민우(왼쪽) 등과 함께 NC 내야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김주원(오른쪽)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면서 박민우(왼쪽) 등과 함께 NC 내야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김주원(오른쪽) ⓒ NC 다이노스


7월의 강렬한 활약, 그대로 이어갈까

5월 3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마수걸이포를 신고하는 등 6월 이전까지의 흐름이 괜찮다가 6월 들어 부진에 허덕였다. 월간 성적은 17경기 50타수 9안타(2홈런) 타율 0.180 4타점이었다.

그래도 출전 기회를 받은 김주원은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24일 LG 트윈스전까지 7월 10경기서 21타수 9안타(2홈런) 타율 0.429 9타점을 기록, 타격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OPS는 무려 1.377에 달한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타석 수가 많지 않아 규정타석에 진입하진 못했어도 올 시즌 김주원의 wRC+는 123.9다. 아직 20대 초반의 야수인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높은 수치다. 이미 지난해 홈런 개수와 타이를 이룬 만큼 부상이나 부진 없이 시즌을 소화한다면 두 자릿수 홈런도 가능해 보인다.

수비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유격수, 2루수로 수비를 경험한 것과 달리 올핸 유격수에만 집중하고 있는 김주원의 수비 이닝은 254이닝, 실책 개수는 8개로 22일 LG전에서만 무려 3개의 실책을 기록하는 등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완전한 주전 유격수로 거듭나려면 수비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NC뿐만 아니라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생각해야 하는 리그의 관점에서도 김주원의 성장세는 분명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좌타석(80타수 21안타 4홈런 타율 0.263 11타점)과 우타석(20타수 5안타 1홈런 타율 0.250 7타점) 가리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주원이 7월 말 이후에도 상승세를 유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NC다이노스 김주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