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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숲이 절정에 이르면 심심치 않게 참나무가 빙수와 같은 하얀 거품을 머금는다.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상처 난 자리에서 배어 나오는 수액이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여러 곤충이 찾아드는 공짜 잔칫상이다.

가장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비롯한 여러 갑충들, 텃세를 부리며 다른 곤충이 오지 못하게 떼로 모여드는 말벌 무리, 화려하고 큰 날개를 펄럭이며 단물을 빠는 나비류, 나무껍질 속에 몸을 숨기고 살아가는 나무쑤시기 등등.

웬만한 곤충은 다 몰려드는데 아이들과 같이 관찰하기 좋다. 참나무 진액 뷔페를 찾는 여러 곤충에 대해서 알아보자.

개중 키우기 쉬운 곤충도 있다

먼저 장수풍뎅이는 수컷의 머리뿔이 코뿔소를 닮았기에 영명으로도 코뿔소딱정벌레(rhinoceros beetle)라고 한다.
 
코뿔소처럼 멋진 뿔을 갖고 있으며 물거나 쏘지 않아 키우기도 쉽다.
▲ 장수풍뎅이. 코뿔소처럼 멋진 뿔을 갖고 있으며 물거나 쏘지 않아 키우기도 쉽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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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이며 애벌레도 덩치가 유난히 크다. 핥아먹는 입을 가졌기에 물지도 못하고 침이 없어 쏠 수도 없으며 생긴 것과 다르게 유순하고 키우기도 쉽다. 같은 수놈끼리는 먹이와 암컷을 독차지하기 위해 뿔로 싸우며 다른 경쟁자인 사슴벌레나 하늘소 등도 가뿐히 쫓아낸다.

역시 밤 중에 날아다니는 사슴벌레는 유난히 긴 턱이 인상적인 녀석이다. 서구권에서는 수사슴딱정벌레(stag beetle)라고 부르는데 겉보기에는 사나워 보이지만 무척이나 순한 녀석이다. 습성과 생활환경도 장수풍뎅이와 비슷하다. 멋진 턱을 가진 수놈의 주둥이를 잡으면 조이기도 하는데 아프지는 않다. 오히려 턱 짧고 수수하게 생긴 암컷이 따갑게 문다.
 
뒤집어 놓고 살펴보면 순박한 눈매를 하고 있다.
▲ 넓적사슴벌레 수컷. 뒤집어 놓고 살펴보면 순박한 눈매를 하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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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1000여 종이 살며 우리나라에는 현재까지 16종이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녀석은 넓적사슴벌레, 톱사슴벌레, 사슴벌레, 애사슴벌레 정도다. 수컷 사슴벌레의 턱은 경쟁자를 물리치려는 목적으로 크게 발달하였다. 짝짓기 후 암컷은 썩은 나무에 3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약 10일 후면 부화해 2~3년간 나무 속을 파먹으면서 자란다. 

참나무 수액터는 곤충 세상의 오아시스

낮에는 여러 종의 나비(오색나비, 은판나비, 청띠신선나비, 멋쟁이나비, 흑백알락나비 등등)가 수액터를 찾고 풍뎅이와 꽃무지는 주둥이를 나무껍질에 박고 정신없이 설탕물을 빨아 먹는다. 꽃무지는 예로부터 약용 곤충으로 이용되어왔으며 애벌레를 '굼벵이'라고 부른다. 우리 속담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할 때의 주인공이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이다.

풍뎅이 애벌레는 몸이 가는 편이고 다리가 있어서 걸어 다닐 수 있지만 꽃무지 유충은 비만형에 다리가 퇴화하여 걷지를 못한다. 등에 돋아난 털을 이용해 느릿느릿 움직일 수 있으므로 등판으로 기어 다니는 셈이다. 성충이 되어서는 날개를 펼치는 모양으로 구별할 수 있다. 풍뎅이는 딱지날개와 속날개를 활짝 펴고 날지만 꽃무지류는 딱지날개 옆으로 속날개만 내어서 비행한다.

사슴풍뎅이 수컷은 유난히 긴 앞다리와 사슴뿔(이마방패)처럼 생긴 머리를 갖고 있다. 이름에 풍뎅이가 붙었지만 꽃무지과에 속한다. 마치 분칠한 듯이 회백색 가루가 겉날개를 덮고 있어서 외국산 곤충으로 착각하게끔 만든다. 멋진 외관으로 인하여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 수집가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거칠게 생겼지만 방어수단이라고는 허세뿐이다. 
 
긴 앞다리를 한껏 벌리고 몸을 크게 보이는 것이 유일한 방어수단.
▲ 사슴풍뎅이의 허세. 긴 앞다리를 한껏 벌리고 몸을 크게 보이는 것이 유일한 방어수단.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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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앞다리를 한껏 벌리고 자기 몸이 커 보이게 만드는 것이 전부다. 몸이 무거워 보이지만 비행솜씨가 매우 뛰어나다. 암컷은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이며 풍뎅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날카로운 턱이 없어 물지도 않으며 고약한 냄새를 풍기지도 않고 침이 없어 쏘지도 못하는 귀여운 녀석이다. 참나무 진액이나 과일즙을 핥아 먹고 살아 키우기도 쉽다.

짝짓기 후 암놈은 부엽토 속에 알을 낳는다. 약 10일 후면 부화한 유충은 부엽질을 먹으며 겨울을 난다. 애벌레는 유백색에 몸을 C자형으로 접고 있으며 다리가 짧아 움직임이 굼뜨다. 땅속에서 부식질을 먹고 살므로 행동반경이 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뉴월이면 번데기로 변신하고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장수말벌은 여러 마리가 합심하여 다른 곤충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텃세를 부린다. 그 사이를 비집고 땅벌이나 꼬마장수말벌, 쌍살벌 등이 눈치껏 배를 채운다.
 
애벌레는 참나무 수액에 몰려드는 작은 곤충을 먹는다.
▲ 참나무 틈새에서 사는 고려나무쑤시기. 애벌레는 참나무 수액에 몰려드는 작은 곤충을 먹는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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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하게 생겨서 나무껍질 사이를 파고드는 나무쑤시기도 있다. 고려나무쑤시기는 수피와 비슷한 딱지날개에 호박처럼 보이는 둥근 점이 두 쌍 있다. 어른벌레는 참나무 진액을 먹고 살지만 애벌레는 수액터에 꼬이는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자란다. 나무 생활에 적응하여 옆으로 폴짝폴짝 뛰며 움직인다. 이 밖에 바구미와 거저리 종류, 버섯벌레류, 나방, 거미 등이 참나무 오아시스를 찾는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사슴풍뎅이, #나무쑤시기, #굼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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