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울 지하철 제기동역과 청량리역 중간에 자리한 경동시장(서울약령시)은 예로부터 한약재를 파는 시장으로 이름나 있다. 경동이란 서울의 동쪽이란 뜻이다. 1960년대에 노점상들이 모여서 농산물과 토산품을 팔기 시작한 데서 출발한다. 1970년대 들어와서는 제수용품과 한약재, 건어물 상점이 들어서고 이후로 인삼과 꿀 등을 취급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추석을 전후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찾는다. 

서울약령시 일대를 둘러보면 말린 지네를 한 묶음씩 엮어서 파는 상점이 여러군데다. 생긴 모양은 인간 친화적이 아니지만, 지네는 여러 설화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두꺼비와 지네, 구렁이가 얽혀 전해지는 민담에서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나오기도 하고 인간을 해하는 괴물로도 등장한다. 
 
제기역과 청량리역 사이에 있는 경동시장(서울약령시).
▲ 서울약령시. 제기역과 청량리역 사이에 있는 경동시장(서울약령시).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지네류를 영어로 센티피드(Centipede) 라고하는데 센티(Centi)는 100을 뜻한다. 거기에 발을 의미하는 피드(pede)가 합쳐진 말이다. 지네는 어둡고 축축한 곳을 좋아하며 야행성이라 낮에는 땅 속이나 바위 밑에 숨어 산다. 대나무 숲이나 활엽수가 많은 곳에서도 발견되는데 낙엽이 쌓여 땅바닥이 습하기 때문이다.

지네는 여타의 곤충과는 달리 외골격을 이루는 큐티클층 발달이 미비하여 외부로 쉽게 수분을 빼앗기므로 생존을 위해서는 물기가 꼭 필요하다. 또한 밤나무가 많은 땅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밤 가시가 사람을 포함한 다른 동물의 접근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지네는 15~60개 정도의 알을 낳으며 몸을 둥그렇게 말아 품 속에 간직하고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새끼가 자라나 어느 정도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 꼼짝않고 보살핀다. 지네의 부화는 약 한 달 정도 걸리는데 몹시 특이하게 진행된다.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갑작스레 알이 새끼 지네로 바뀐다. 동그란 알이 어느 순간 살짝 벌어지며 수십개의 다리가 달린 새끼 지네로 변신을 한다.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을 수 없다.

한 병에 15만 원을 호가하는 지네주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의 특산품이 지네주다. 공중파를 비롯한 여러 영상 매체에 소개될 만큼 이름난 섬이다. 지네주는 한 병에 15만 원 정도에 거래될 만큼 가격이 센 편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네 1마리는 보통 3천 원~5천 원의 가격을 받고 한약재로 팔리기 때문이다. 안마도 주민들은 오뉴월이면 지네를 잡아 생계에 보탠다.
 
영광군 안마도의 특산품 지네주를 만드는 절지동물.
▲ 지네. 영광군 안마도의 특산품 지네주를 만드는 절지동물.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대나무를 얇게 가공하여 반원형으로 구부린 뒤에 지네 머리와 꽁무니에 박아 넣는다. 탄력에 의해서 지네 몸이 곧게 펴지고 이걸 말리면 경동시장에서 볼 수 있는 지네 묶음이 된다.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허리 아픈데에 효험이 있다고 하여 지네주를 담가서 먹는다. 섬 주민에 의하면 다리가 빨간 지네가 가장 효능이 좋다고 한다.

최근에 농촌진흥청은 왕지네(Scolopendra)에서 추출한 항균 물질에 스콜로펜드라신(Scolopendras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물질은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좋아서 화장품으로 개발되어 나왔다고 전한다. 

한편, 바다 건너 베이징 왕푸징(王府井) 야시장은 포장마차가 줄 지어 밤을 밝히는데 새로운 먹거리를 체험하기 위해 여러나라 사람들이 찾는다. 전갈이나 굼벵이, 불가사리, 도마뱀 등 기상천외한 군것질거리도 맛볼 수 있으며 지네 꼬치를 먹어볼 수도 있다. 
 
지중해가 원산지이며 초접사로 살펴보면 귀여운 구석이 있다.
▲ 딱정그리마. 지중해가 원산지이며 초접사로 살펴보면 귀여운 구석이 있다.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다리가 많아 인간 친화적이지 않은 생물로는 그리마도 빼놓을 수 없다. 지네처럼 많은 다리를 가졌기에 서양에서는 집지네(house centipede)라고 부른다. 꼬리와 머리가 비슷하여 포식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외관을 하고 있으며, 하수도나 지하실과 같이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옥내로 들어오는데 과거에는 난방이 잘 된 부잣집에서 자주 목격되었기에 '돈벌레'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으나 생긴 모양 때문에 사람들에게 징그러움을 유발한다.

무척 빠르게 움직이며 위협을 느끼면 다리를 스스로 떼어내고 도망친다. 없어진 다리는 다음번에 허물을 벗을 때 재생된다. 그리마의 원래 서식지는 지중해 연안이었으나 세계 교역의 물결을 타고 150년에 걸쳐서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리마나 지네는 명함도 내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리를 가진 생물이 노래기다. 노린내를 풍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축축한 땅에서 살아간다. 2021년에 버지니아 공대의 폴 마렉(Paul Marek) 연구팀은 무려 1306개의 다리를 가진 노래기(Eumillipes persephone)를 호주에서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했다. 이 노래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 중에서 가장 많은 다리를 가진 종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


태그:#지네, #그리마, #안마도, #노래기, #경동시장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