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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8월 13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북한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판문점 북측 경계병 지난 2018년 8월 13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북한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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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다. 남북관계의 단절은 일정부분 국제정치의 일반성에 남북관계가 종속된 결과이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분명 국제정치의 일반성으로 규정할 수 없는 특수한 성격을 가진다.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특수하지 않다. 남북관계는 국제관계에 종속되어 버렸다. 국제관계의 일반성에 종속된 남북관계,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남북관계는 특수하다

남과 북은 "쌍방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는 것을 인정"한다. 1991년 12월 13일 체결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즉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이 합의하고 이후 남북관계 전반을 규정하는 언명으로 정립된 규정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의 내용은 30년 넘게 남북관계를 정의해 왔으며 남북관계에 관련한 국내 법률에서도 이 합의 내용을 차용하고 있다. 우리 법체계에서 남북관계를 규정한 근거법이라 할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제3조(남한과 북한의 관계)에서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임을 명시하고 "남한과 북한 간의 거래는 국가 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 내부의 거래"라고 규정하였다.

남과 북은 나라와 나라, 즉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며,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이므로 다양한 영역, 예를 들어 남북경협에서 국가 간 거래와 같이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민족 내부의 거래'로서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게 된다. 우리 국민이 북한을 방문할 때 비자를 발급받거나 여권을 제시하지 않고 통일부가 발급하는 '방문증'을 이용하는 것 또한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국제관계에 종속되어 버린 남북관계의 특수성

그렇다면 현재 남북관계는 특수한가? 이제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2016년과 2017년 북한이 연달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고 이에 대응해 UN안보리가 이전에 없었던 강력한 대북 제재를 채택하면서 국제관계, 즉 대북 제재라는 국제레짐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무력화시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기본적으로 물자와 사람, 그리고 돈의 대북 유입과 유출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조치로 기존의 대북 투자나 금융거래, 북한 주민의 해외 취업이 엄격히 차단되었다. 남북관계 또한 개성공단이 2016년 2월 폐쇄된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레짐을 벗어난 더 이상의 '특수한' 관계는 실종되고 만다.

2018년 남북은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위해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하고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는데 합의하였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는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합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레짐으로 좌절되었다. 아니 우리 정부는 대북제재레짐을 벗어나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관철하지 못했다. 결국 2018년에 잠시나마 열렸던 기회의 창은 닫혀버렸다. 아마도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완성단계까지 수용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지켜야 한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특수한가? 아니 좀 더 원론적으로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란 무엇인가?

남북은 한반도 분단체제하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종결하지 못한 상태로 대결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은 교류 협력을 통해 공존하고 종국적으로 통일을 위해 노력한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은 우리 스스로의 생존과 맞닿아 있다. 분단체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국 남북관계가 특수한 것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우리 스스로이기 때문이며 그래서 더 절실한 명제가 된다.

과거 동독과 서독은 동서독 관계의 특수성을 미국과 소련, 그리고 주변 국가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그러한 특수성을 하나의 규범으로 정착시켰다. 분명 북한의 핵 개발은 저지되어야 하며 국제사회는 이 문제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의 특수성 또한 이 문제를 푸는 데 중요한 열쇠이다. 남북관계의 안정은 한반도에서 대화를 진전시키고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준거가 되어왔다.

남북은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기존의 교류협력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합의한 바 있다. 이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국제사회의 합의를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이다. 특히 남북경협은 남북의 특수성, 즉 국가 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 내부의 거래'라는 관점에서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서 남과 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분단을 수용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한반도의 미래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우리 자신의 문제이고 우리 스스로 달성해야 할 민족의 과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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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북한 사회통제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스케치北], [북조선 일상다반사], [속삭이다, 평화],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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