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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 임시제본.
 겨레말큰사전 임시제본.
ⓒ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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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의 새 이사장 선출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교류협력사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라 이목이 집중된다. 이 기사에선 사업의 역사성과 최근 이사장 선출 논란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겨레말큰사전을 만들자

<겨레말큰사전>은 "민족의 언어유산을 집대성하고 남북의 언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남과 북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1989년 문익환 목사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통일국어사전' 편찬에 합의하며 출발했다.

그후 15년이 지난 2004년 남북이 사전편찬의향서를 체결하게 됐고 2005년 2월 금강산에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를 결성함으로써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우리 국회 또한 2007년 4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 사업회법'을 제정함으로써 편찬사업을 제도화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남측 편찬위원회와 북측 편찬위원회로 구성된 남북공동 편찬위원회의 심의와 합의로 운영된다. 남북은 각각 편찬위원회 산하에 사전편찬실을 둬 사전의 올림말 선정, 새어휘 채집·선정, 원고 집필 및 집필 원고 교차 검토, 각종 프로그램 개발 등 실무를 진행한다. 편찬사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공동편찬위원회 산하에 올림말분과, 집필분과, 새어휘분과, 정보화분과, 종합분과를 둬 해결해왔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의 도전과 위기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2005)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2005)
ⓒ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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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2005년 2월 금강산에서 개최된 제1차 남북공동회의를 시작으로, 2015년 12월 중국 다롄에서 개최된 남북공동회의까지 총 25회의 공동편찬회의를 진행했다. 현재 <겨레말큰사전>에 수록될 올림말 총 33만여 개 중, 약 30만7000여 개(기존어휘 23만 개+새어휘 7만7000개)의 올림말 선별을 완료했다. 선별된 올림말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 작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남북 집필원고 12만5000여 개 단어를 1차 합의한 상태다. 최근에는 <겨레말큰사전> 임시제본을 만들어 남북공동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평탄하게만 진행된 건 아니다. 편찬사업은 남북관계가 악화된 시기에 두 차례 휴지기를 가졌다. 첫 번째는 2009년부터 약 4년간 공동작업이 중단됐고, 두 번째는 2015년 이후 현재까지로 공동회의를 개최하지 못했다. 남북공동작업의 중단은 불가피하게 편찬사업의 지연을 가져왔고 국회는 세 차례 법 개정을 통해 2028년까지 사업 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의 공동작업과 개별작업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편찬사업이 10년 여 간 중단된 상황에서 공동작업이 이뤄지지 못했으나 남북은 개별작업을 통해 편찬사업을 지켜왔다.

통일부장관의 인사검증 요청 건너 뛴 대통령실의 '내정'

최근 논란이 된 이사장 선출 문제는 단순히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자체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 공정을 사회적 정의로 제시하며 출범했을 정도로 공정성은 그 어느 때 보다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로 다뤄지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인선 절차를 무시하고 공직자를 내정하는 관행에서부터 시작된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회법'은 제7조에서 임원의 구성과 임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동 규정에서 편찬사업회는 "이사장 1인과, 부이사장 1인을 포함한 10인 이내의 이사 및 감사 1인"을 두도록 명시하고 "이사장은 통일부장관이 임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임기가 끝난 염무웅 이사장의 후임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편찬사업회가 김덕룡 사업회 후원회장, 정도상 사업회 부이사장 등 세 명을 통일부에 추천했다. 통일부장관은 이중 김덕룡 후원회장을 차기 이사장으로 선정해 대통령실에 인사 검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통일부장관의 이사장 임면 권한을 무시하고, 조명철 전 국회의원을 내정했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장관의 임면 권한을 무시하고 대통령실이 공직자를 내정한다면 어느 누가 우리 사회를 공정하다고 믿겠는가? 대통령실의 공직자 내정은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대통령실이 내정했다고 알려진 조명철 전 의원은 북한경제 전문가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을 총괄할 이사장으로 적합한 인사라고 하기 어렵다. 
 
조명철 전 의원. 사진은 2014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조명철 전 의원. 사진은 2014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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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는 문화' 만드는 내정 관행... 사회의 '불공정'을 재생산한다

최근 공정의 가치가 강조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위 '내정' 문화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그 어느 때 보다 높기 때문이다. 제도적 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한들 내정자가 있다면 어느 누가 공정한 경쟁을 믿겠는가? 어느새 당연하게 돼버린 '내정' 문화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대통령실의 공직자 내정으로부터 생겨난 것 아닐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주요 기관들의 수장이 바뀐다. 그리고 그들의 인선은 대부분 과거에는 청와대로부터, 지금은 대통령실로부터 내려오는 내정자들로 채워진다. 이렇다보니 어떤 단체의 장이 되려면 그 장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전문성을 키우기보다는 대통령실에 줄을 서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윤석열 정부가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를 원한다면, 대통령실 먼저 기관장 인선에 관여해 내정자를 지명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기관장 인선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되 인선에는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대통령실에 줄을 대려는 인사들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 또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내가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지, 나 스스로 내정자가 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www.gyeoremal.or.kr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 www.law.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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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북한 사회통제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스케치北], [북조선 일상다반사], [속삭이다, 평화],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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