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다재다능하고 항상 주목받았던 소녀, 그런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누구보다 화목한 가정을 중시하는 아빠. 모두가 꿈꾸는 가장 모범적인 부녀와 가족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 행복한 풍경을 한꺼풀 벗겨보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공과 우리끼리만의 폐쇄성이라는 뜻밖의 반전이 숨겨져 있었다.
 
6월 17일 방송된 채널A 상담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는 박찬민 아나운서-박민하 부녀가 출연했다. 아역배우였던 박민하는 현재는 올림픽 출전을 꿈꾸며 사격 선수의 길을 걷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부녀는 박민하가 최근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아빠 박찬민은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당당했고 부모를 우쭐하게 만들어주는 딸이었다. 그런데 자라면서 성격이 내성적으로 변했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사격을 시작한 지금은 "한번 슬럼프에 빠지면 잘 헤어나오지 못한다. 시합을 할 때 연습할때만의 성적이 안나온다. 본인도 이해를 못하더라.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라며 상담을 받으러 나온 이유를 밝혔다.
 
박민하는 어린 나이에도 자기 의사표현이 분명했던 아이였다. 반면 지금은 그런 당찬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고, 오디션에서도 박민하의 과거 당찬 모습을 생각했던 감독들이 얌전하고 예의를 차리는 모습에 실망하여 탈락한 경우가 많았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과거처럼 자기 주장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듯 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민하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빠의 의견에 반박했다. 박민하는 "저를 별로 좋아하지않는 분들이 있다. 잘못 보이지 않으려고 예의있게 행동하려고 조심하다보니 아빠는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은영은 박민하의 이야기를 듣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나?"라는 의문을 짚었다. 박민하는 초등학생 시절 또래 언니들로부터 '재수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처를 받았던 일화를 밝혔다. 사격대회에서 본인이 심판에게 항의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져 곤욕을 치렀다는 일화도 있었다. 박민하는 부모님이 마음이 아플까봐 안좋은 이야기들을 들어도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오은영은 "단지 예의를 갖추려는 모습이었다면 아빠가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눈에 띄지않으려고 행동을 조심한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억압과 억제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각에 잠긴 박민하는 "행동을 조심하는게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약점을 잡히기 싫어서라는 마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박민하가 지나치게 방어적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미숙함, 실수, 결점이 드러나는 상황을 싫어한다는 것. 기질적으로 풍부한 감정을 타고난 박민하가 지금은 감정표현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상황만 설명하여 솔직한 속마음을 억누르려고 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민하의 성격이 방어적으로 변한 원인은 무엇일까. 박민하는 장래 희망으로 "저는 꿈이 많다. 배우가 사격선수를 못하라는 법은 없지 않나. 배우로서는 세계 최초로 올림픽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또한 박민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었고, 언젠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싶다는 포부로 밝혔다.
 
박민하는 특히 최초가 되고싶어하는 이유에 대하여 "남을 따라하거나 누가 제 생각을 따라하는 걸 싫어한다. 내 능력껏 하고싶은 일을 다 해보고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패널들은 감탄하며 박민하를 칭찬했다. 정형돈은 "다양한 꿈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건, 그만큼 자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듣고있던 오은영은 박민하의 다재다능함과 열정을 칭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랍게도 '자의식 과잉상태'라는 뜻밖의 결론을 내렸다. 오은영은 "민하의 진정한 꿈은 '잘난, 유명한 사람'이 되고싶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민하가 이야기한 꿈을 정리하면 "우리나라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여배우가 되고싶다는 것"으로 요약하며 "민하의 마음 안에는 타이틀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삶의 목표에서 타이틀이 중요해지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만 중요해질뿐,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비중은 줄어든다. 오은영은 박민하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최초의 배우 출신 사격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보다, '왜 배우가 사격선수가 되고 싶은 걸까' 같은 직업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야한다는 것. 성취와 결과만 중요하고 과정이 없기에 점수도 잘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생각에 잠긴 박민하는 "이런 사람이 되어서 어떻게 살고싶은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오은영의 지적에 공감했다.
 
오은영은 "박민하는 어릴때부터 다재다능했기에 남들과 달리 배우와 사격선수, 두 일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생각의 출발이 가능했다"면서도 "어느 분야이든 목표를 이루는 길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너무나 분야가 다르고 각기 많은 노력과 시간이 요구되는 일을 동시에 하겠다? 심지어 나중에는 작가도 되고 영화나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겠다? 이는 목표의 과도한 팽창이다. 이건 어른으로서 브레이크를 걸어줘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은영은 빅민하가 "타이틀에만 몰두해있지, 이타심이 부족하고 타인과 더불어사는 삶에 대한 생각이 약하다"고 우려했다. 또한 아빠 박찬민에게는 다재다능한 아이들을 둔 부모의 역할로서 '가지치기'를 잘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재다능하다는 이유로 부모가 과도하게 목표를 부추긴다면, 자의식이 풍선처럼 팽창되어 본인이 김당할 수 없이 힘든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 박찬민은 뜨끔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딸 박민하의 사격 점수를 걱정하는 박찬민의 태도 역시 자의식 과잉과 연결되어있다. 어려운 시험에 직면했을 때 내가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사람과 '무조건 1등을 해야해'라는 결과에 집중하는 사람의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오은영은 "우선순위인 목표를 확실하게 정하고 구별해야 한다. 모든 것을 동일선상에 놓다보면 사람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박민하가 자의식 과잉이 된 또다른 이유로, 항상 주목받는 삶에만 익숙하며 상처도 많이 받으면서 '누구도 뭐라할 수 없는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박민하의 방법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부당함에 받은 상처를 인정해야한다. 그런 부당함에 누군들 상처를 안받겠나? 그걸 인정한다고 본인이 못난 사람이 아니다"라고 격려했다.
 
오은영은 이번엔 박찬민 부녀의 대화 패턴을 분석한 뒤 박민하가 아빠에 지나치게 과순응 행동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찬민은 자기 주장으로 박민하를 끊임없이 설득하려고 했다. 박민하 본인은 다른 의견이 있어도 아빠가 무언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면 그에게 따라가는 경향을 드러냈다.
 
부모가 자식보다 인생의 경험이 더 많기에 가급적 더 좋은 길로 이끌어주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오은영은 "겉으로는 친절하고 부드럽지만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한다. 아이의 의견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선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부모가 있다. 부모의 주관적인 경험을 아이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순응적인 아이라면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게끔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 아이의 성향에 맞춰 부모의 행동도 달라져야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박민하의 사전 MMPI 검사 결과에 따르면 '주변의 기대와 요구 수준에 맞게 대응하려고 한다', '진정한 감정이나 사고를 억제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동시에, 박민하의 자의식 과잉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에서 나왔음을 보여준다.
 
또한 박찬민 부녀는 화목한 가족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박찬민 부녀는 스스로를 '가족지향적 가족'으로 규정하면서 일이나 친구보다도 가족을 훨씬 중시하는 성향과 애정을 드러났다. 진실된 속마음이나 비밀도 오직 가족하고만 공유한다고.
 
오은영은 이를 '닫힌 가족주의'라고 지적하며 폐쇄적인 지나친 가족 중심주의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고민할 주제와 내용, 상황에 따라 때로는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과 의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경험이 없다면 모든 걸 가족의 경험과 시각에서만 해결하려고 들 수도 있다. 오은영은 "박찬민이 사회적 관계의 양이 많지않은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다재다능한 박민하에게 부족한 이타심이나 인생의 명분도 바로 닫힌 가족주의 때문이라는 팩트 폭력을 날렸다.
 
박찬민 부녀는 한참동안 말을 잇지못했다. 오은영은 "박찬민은 이미 본인의 길을 정했지만, 박민하는 아빠가 아니다. 박민하는 지금 닫힌 가족주의 안에서 본인과 가족만을 생각하고 있다. 박민하가 본인의 인생보다 '올림픽 출전배우'라는 타이틀에만 매몰될까 걱정이다. 가족 안에서의 판단과 기준을 깨고 나가는게 필요하다"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박민하는 어릴때부터 헌신적이고 많은 사랑을 베풀었던 아버지 박찬민에 대한 감사함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청소년기에는 부모가 멀어져야한다"며 사이가 나빠지라는 뜻이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에게 벗어나 '확장된 경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가족이 아닌 집단에서의 다양한 역할을 경험해보는게 필요하다며 오은영은 "이제는 혼자 해봐야 하는 나이다. 그래야 혼자 무언가를 감당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덜 긴장하고 덜 불안하고 우뚝설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박민하에게 "아빠와 떨어져서 독립하라. 박찬민의 딸이 아닌 인간 박민하로 살아가게 하라"는 조언을 남기며 "닫혀있는 가족의 문을 열어라"는 은영 매직을 전했다. 박찬민은 이타심이라는 이야기에 공감을 드러내며 아빠로서도 "더 열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민하는 "스스로 생각을 못했던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확고한 꿈을 가질수 있게된 시간이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오은영 금쪽상담소 박민하 닫힌가족주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