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이하 편스토랑)은 신개념 '편의점 신상'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처음 등장했다. <편스토랑>에서는 요리 좀 한다는 연예계 요리 실력자들이 매주 주재료에 맞는 레시피를 개발한다.

이에 메뉴 평가단은 완성된 요리를 시식하고, 최종 우승 요리를 선정한다. 해당 메뉴는 전국의 편의점에 출시된다. <편스토랑>은 이와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포맷에서 뜻밖의 신선함을 가져왔다. '가정 부엌 속 남성'을 친숙하게 만들어냄으로써 말이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129회에 출연한 (왼쪽부터) 가수 이찬원, 배우 박솔미, 배우 류수영의 모습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129회에 출연한 (왼쪽부터) 가수 이찬원, 배우 박솔미, 배우 류수영의 모습 ⓒ KBS2

 
변화와 머무름, 그 사이에 대하여

요리하는 남성의 모습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편스토랑>은 지금껏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가정 부엌'이라는 공간에 남성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분명 차별점이 존재한다.

비슷한 시기에 살림하는 남성들의 이야기를 담겠다며 방영을 시작한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이하 살림남)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를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살림남>은 살림하는 남성의 모습보다 부부의 일상 및 갈등에 더욱 초점을 두었다. 심지어 밥상에서 반찬 투정을 하는 남편의 모습을 담는 등 기획 의도에서 벗어난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살림을 다루지 않는 <살림남>을 보면 <편스토랑>이 얼마나 큰 변화를 보여줬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렇다고 <편스토랑>에 한계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요리에 '진심'인 출연진들을 구분 없이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다루는 데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성별 혹은 결혼여부 등에 따라 나타낸 그 차이는 '여전함'을 재생산해냈다. 이에 우리는 새롭지만 여전한 '변화와 머무름, 그 사이'에 대해 3편에 걸쳐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요리하는 남편과 낭만화된 부엌

먼저 기혼남성의 요리는 아내가 '고마워할 만한' 요리가 되었다. 배우 심지호의 가정은 아내가 회사에 다녀, 집에 있는 심지호가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본다. 하지만 그의 노동은 부과된 역할 수행을 넘어 아내를 향한 '배려'로 그려지고 있었다. 심지호의 에피소드에는 '사랑꾼 지호', '만화에서 볼 법한 헌신적인 남편상', '보는 이들에게 로망 안겨주는 결혼 장려 모범 아빠상' 등의 자막이 쓰인다.
 
또한, <편스토랑>은 남성 가사 노동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가사 노동하는 남성을 특별한 남편으로 추앙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 패널들은 심지호 VCR을 보고서는 "이 방송이 나가면 다른 남편분들 상당히 불편하다"라며 반발한다. 이처럼 아내를 향한 남성의 내조는 보통의 남편들은 하지 못할 '특별한' 행위로 여겨졌고, 그의 노동은 지나치게 '낭만화'되었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118회에 출연한 배우 심지호의 모습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118회에 출연한 배우 심지호의 모습 ⓒ KBS2

 
한편 심지호는 이와 관련해 인터뷰에서 "남자가 요리도 하고 집안일도 하면 조금 더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가 더 많이 하는 부분이 있는 거고, 아내가 더 많이 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이를 '겸손'으로 포장한다. 가부장제 아래 요리가 당연한 미덕으로 여겨졌던 여성과 다르게, 남성은 요리하는 것만으로도 '스윗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었다.
 
집안에 머무는 엄마의 요리

여성의 요리는 항상 '엄마의 요리'가 된다. 방송 내내 오윤아를 칭하는 '집밥퀸'이라는 수식어만 봐도 그렇다. 그의 요리는 항상 '기교 없는 집밥', '아이를 위해 자존심을 걸고 만든 것'으로 표현된다. 레시피 경쟁을 위한 요리에도 '엄마'라는 역할은 빠지지 않는다.

때문에 '전문성'보다도 어떤 마음으로, 누구를 위해 요리했는지가 강조된다. 특히, 배우 박솔미의 아침은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 그 자체다. 일상이라는 듯 널브러진 거실을 청소하고 본인을 위한 늦은 아침을 준비한다. 이는 남편과 아이가 남긴 음식을 활용한 것이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104회에 출연한 배우 박솔미의 모습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104회에 출연한 배우 박솔미의 모습 ⓒ KBS2


박솔미는 아이들의 중요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육아와 살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네 여성들이 결혼 및 출산 이후 흔히들 겪는 '경력단절'과 일맥상통한다. 과거 새벽 촬영 후에도 집안일을 다 해놓고 재출근을 했다는 그의 경험은 여성들이 슈퍼우먼이 될 수밖에 없는 이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같지만 또 다르게 부여되는 부부역할

부부라도 가정이, 사회가 부여하는 역할은 각각 달랐다. <편스토랑>에서 재현되는 모습만 봐도 그렇다. 기혼여성의 가사노동은 '당연한 희생'으로 여겨진 반면, 기혼남성의 가사노동은 '보조'로서 그려졌다. 여기에는 '스윗함'이라는 도덕적 보상이 따랐다.

전통적 성 역할 수행에 대해 사회가 주는 부담은 세대를 거쳐 연쇄적으로 여성을 압박해왔다. 동시에 엄마들의 미안함은 당연해졌다. 이러한 압박이 기혼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에 비혼 여성과 남성의 부엌 노동 행위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특히 같게 다뤄지는 것은 무엇이며, 또 다르게 다뤄지는 것은 무엇일지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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