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혹은 연예인 가족들이 예능 방송에 출연하여 사생활과 가족사를 공개하는 일은 이제 그리 드물지 않다. 그런데 유독 비슷한 주제와 콘셉트의 프로그램에 반복 출연하여 비슷한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익숙한 단골 출연자들이 있다. 심지어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비호감스러운 내용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이전의 다른 방송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설정 충돌이 일어나는 듯한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이는 곧 출연자들의 진정성과 출연 의도에 대한 의구심, 방송의 신뢰도에 대한 문제로도 이어질수 있다.
 
6월 13일 방송된 MBC 부부 솔루션 상담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배우 조지환과 쇼호스트 박혜민 부부가 출연했다. 결혼 8년차인 부부는 꿈과 현실적인 생계로 인한 동상이몽, 고부갈등으로 인한 고민 등을 두고 상담했다.
 
"네가 아직도 힘이 덜 드나 봐?"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조지환은 최근 배우활동이 부진하면서 생계를 위하여 지인의 분식집에서 4개월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혜민은 간호사를 그만두고 현재 쇼호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중이었다.
 
박혜민은 쇼호스트 방송 연습 중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시어머니는 "남편은 저래놓고 참 답답하다. 남편을 가게에서 일하게 해놓고 넌 돈도 몇 푼 벌지도 못하는 걸 온종일 붙잡고 있냐. 네가 아직도 힘이 덜 드나 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시어머니는 박혜민이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쇼호스트의 길에 도전하면서 생계 문제에 직면한 것을 못마땅해했다.

박혜민은 "시어머니가 '네가 그만두면 누가 먹여살리냐'고 하시더라, 남편은 계속 일을 안 했었고 제가 가장이었다. 제가 안 하면 이제 남편이 일을 하면 되는데, 시어머니는 그게 계산이 안 되시나보다"라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현재 부부는 아르바이트와 라이브 커머스 등에서 얻는 수익 등으로 안정적인 수입원 없이 불안하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조지환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함께 귀가하자 부부는 이번엔 집에서 함께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조지환은 "쇼호스트 방송을 함께하는 게 저는 싫은데, 아내는 같이 하길 바란다. 일단 할 때는 열심히 한다. 하지만 끝나고 나면 '이게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부부는 둘만의 대화를 하다가 언쟁을 벌였다. 조지환은 "결혼을 하고나서 갑자기 배우 일이 확 줄었다"고 고백하며 "영화 관계자들 안에 들어가고 싶은데 계속 주변에서만 맴도는 아웃사이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배우라는 일에 염증을 느꼈다"고 밝혔다. 조지환의 필모그래피는 4년 전에서 멈춰져 있었다.
 
조지환은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내 일에 대한 경계선이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박혜민은 "배우로서 정체성을 찾아갈 생각을 하지 않냐. 연기에 대하여 노력하는 걸 잘 못봤다"고 조지환을 비판했다. 조지환도 "네가 쇼호스트로서 시장에서 메리트가 없다는 생각은 안 하냐"고 쏘아붙이며 "경주마지만 잘 못 뛰는 말"에 비유하여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만 남겼다.
 
박혜민은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도 다시 라이브 방송을 단독으로 진행했다. "이렇게라도 하면 길이 열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한다. 그래서 노력하지 않는 남편이 더 답답하다"는 속내를 토로했다. 박혜민은 안정적인 간호사 직업에 보람도 느꼈지만 결국 그만두게 된 계기에 대하여 "제가 수입을 책임지는 동안 남편이 배우로서 노력하길 바랐다. 그런데 전화를 하면 남편은 항상 지인과 술자리를 하고 있더라"며 남편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음을 고백했다.
 
오은영은 "박혜민은 심정적으로는 소녀 가장"이라고 정의하며 "어릴 때부터 본인이 원하는 것보다는 가족을 위하여 자신의 욕심을 버리는 데 익숙해졌다"고 분석했다. 부모님과 동생을 위하여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한 것처럼,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을 위하여 '아줌마 가장'이 되었다는 것. 오은영은 "누군가는 이 마음을 알아주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봐'라고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서러운 거다"라고 분석했다.
 
박혜민은 "병원 다닐 때도 동료들이 제가 가장인 걸 알았다. 그렇게 살기 싫더라. 어느 순간부터"라고 밝히며 "남편은 제가 라이브 방송할 때 미친 사람같다고 하더라. 그만큼 저는 방송이 좋다"라고 고백했다. 박혜민의 심리평가 보고서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뒷바라지 요구하고, 며느리 탓하는 시어머니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조지환의 어머니가 깜짝 방문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생일인데도 아직 미역국은 커녕 식사도 하지 못 한 데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조지환은 지인으로부터 천안 귀농 제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깜짝 고백했다. 박혜민은 함께 내려갔다가 농사일이 자신에게까지 넘어올 것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귀농하면 며느리가 간호사로 복귀하여 남편을 뒷바라지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박혜민은 "남편은 배우로서 10년 넘게 버티는데 저는 왜 1~2년도 안 되는 거냐"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게 희망이 있을 것 같냐"며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지켜보던 오은영과 패널들도 당황했다. 서운함이 폭발한 박혜민은 "남편도 배우로서 희망이 없다. 저도 배우로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며 독설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아내가 남편을 저렇게 깔아뭉개는데 무슨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냐"며 아들의 상황도 며느리의 탓으로 돌렸다.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어떨까. 박혜민은 "남편의 당당함과 야심이 좋아서 결혼을 했는데, 결혼 후 점점 위축되어 갔다"고 밝히며 자꾸 배우 일이 아닌 주식투자, 배달대행 등에 눈을 돌렸으나 모두 잘되지 않았고 최근에는 귀농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며 남편의 일관성 없는 행보를 꼬집었다. 조지환은 "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낮다는 걸 느낀다"며 착잡한 기색을 드러냈다.
 
어머니는 조지환의 차를 타고 귀가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는 아들이 여전히 배우로서 성공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느리에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내며 험담을 멈추지 않았다. 조지환이 조심스럽게 아내를 변호하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그렇게 두둔할 거면 너도 내 집에 발을 들이지 말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조지환은 어머니와의 관계가 각별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해명했다. 조지환의 어머니는 남아선호사상이 강하던 시대에 많은 핍박을 받았고 딸 일곱을 낳고 나서야 어렵게 얻은 막내아들이 바로 조지환이었다. 또한 어릴 때 가정폭력을 당하는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아버지와 크게 충돌했던 순간은 조지환에게도 큰 아픔으로 남아 있었다. 조지환은 그날 이후로 친할머니에게도 외면 당한 "집안의 패륜아가 되었다"고 씁쓸하게 고백했다.
 
오은영은 조지환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며 "며느리가 아닌 딸이 그 상황이었더라도 똑같이 이야기하셨을 것이다. 당신이 그렇게 살아오셨기에 가정이 어려울 때 여성이 짐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게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모든 문제의 시작이 바로 조지환이라고 지적했다. "어머니와 이야기할 때 '나'가 주체가 되는 화법을 써야 한다. '내가 돈을 못 벌어와서 상황이 이렇게 된 거다'라고. 본인은 뒤로 빠지고 아내를 주어로 내세우면 고부갈등을 고조시키는 꼴이 된다"고 조지환 말투의 문제점를 지적했다. 조지환은 "자존심이 상해서 못 하겠는데"라며 난색을 표시하자 김응수는 "그게 사실이잖아"라고 쓴소리를 했다.
 
조지환과 박혜민은 귀농 문제로 다시 충돌했다. 불투명한 배우 일을 지속하는 대신 귀농을 하겠다는 조지환에게 박혜민은 반대하며 또다시 쉽게 직업을 바꾸려는 데 불안감을 드러냈다. 박혜민이 "배우로서 언제 풀리나, 지금까지 한 방을 기다린 거다"라고 이야기하자 마음이 상한 조지환은 "그럼 나랑 결혼하지 말았어야지"라는 말까지 꺼냈다. 박혜민은 남편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배우로서 잘 될 거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계속 세뇌시키지 않았냐"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지환은 "배우 일을 하면서 인간적인 상처를 많이 받았다. 돈 문제로 얽히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배우로서 필요한 게 아니라 이용하려는 마음들이 느껴졌다"고 밝히며 "배우로서 너무 일이 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하기 싫어지더라"며 복합적인 감정이 공존하는 것을 고백했다.
 
"조지환에게는 배우가 '사교와 친목의 수단'"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조지환이 '결혼하고나서 일이 잘 안 풀렸다'라고 말한 부분을 짚었다. 조지환은 결혼전에서는 술자리에서 배역을 얻은 경우가 많았다고 밝히며, 결혼후에는 아내가 싫어해서 술자리를 줄이면서 일이 많이 줄고 자신감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김응수가 "왜 배우를 하려고 한 거냐"라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자. 조지환은 "처음엔 누나(개그우먼 조혜련)따라 가볼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오은영은 "배우는 어떤 작품을 하고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정체성이 중요한 일인데, 조지환에게는 '사교와 친목의 수단'인 것 같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박혜민은 크게 공감하며 남편이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으면 일과 관련된 부분까지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증언했다.
 
조지환의 심리평가에서는 타인을 불신하고, 삶은 경쟁적 이익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야는 정글로 보는 성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은영은 조지환의 심리에 대하여 "아버지같은 감독님, 혹은 윗사람을 원망하면서도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공존한다"고 분석하면서 "이런 기질은 누군가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는,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쉽게 휩쓸리는 경향으로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배우 일을 하면서도 꿈을 위한 노력보다 인관관계에만 매달리는 조지환의 성향을 지적한 것. 조지환은 배역에 캐스팅되면 캐릭터에 대한 연구보다는 스태프들과 어울리는 데 더 신경썼다고 고백했다. 대선배 김응수는 "배우로서 절실함이 없다. 연극을 9년이나 했는데도 나의 포지션을 못 잡았다면 영화판에 가서도 잘 될 리가 없다"며 따끔한 쓴소리를 던졌다.
 
오은영은 아내 박혜민의 성향에 대해서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잘맞기도 하다. 반면 쇼호스트로서는 통통튀는 끼가 좀 부족하다. 그동안의 직업 환경에서 몸에 밴 습관 때문이다. 천부적인 끼는 아니라도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누이인 조혜련의 현장을 따라다니면서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노력하고, 가족은 진심으로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함께 기간을 정해서 꿈을 위하여 노력한 뒤 그 다음의 계획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송을 마친후 부부는 대기실에서 "해방되는 느낌이 있었다"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조지환 가족은 이미 <엄마가 뭐길래> <속풀이쇼 동치미>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등 숨많은 가족-부부 예능에 단골로 출연하여 내밀한 가족사를 공개한 바 있다. 아픈 가정사, 고부갈등, 진로와 생계에 대한 고민, 심지어 부부간의 성생활까지 방송의 소재로 다루기도 했다. 시어머니의 시대착오적인 아들 편애, 딸과 며느리를 향한 막말, 배우로서의 본업에 노력하는 모습보다, 가족 예능에 출연하여 신세한탄이나 개인사 팔이로 더 이슈가 된 조지환의 행태는 이전부터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가족예능이나 솔루션 프로그램이 방송가에 높은 인기를 끌면서 일부 출연자들의 중복 출연이나 사연의 진정성에 대한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회에 출연했던 김언중-백옥자 부부 역시 배우 김승현의 부모이자 또다른 가족예능 <살림하는 남자들>에서 장기간 출연하여 익숙한 연예인 가족으로 순수한 일반인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조지환 부부의 사연과 문제점은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반복해서 다루어진 바 있고, 굳이 오은영에게 다시 상담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실제로 부부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직업과 생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오히려 현재 이들 부부가 함께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홍보하는 듯한 내용이 부각되었다는 점은 방송의 취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이날은 패널인 김응수가 배우로서의 자세에 대하여 사실상 오은영과 거의 '공동상담'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이나, 오은영이 자신의 전문영역도 아닌 배우와 쇼호스트 일에 대해서까지 이런저런 직업적 조언을 해주는 장면은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도 자아낸다. 정말로 도움과 조언이 필요한 진짜 부부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던 <결혼지옥> 시청자들에게는, 배가 산으로 간 듯한 황당함만 남긴 에피소드였다. 
결혼지옥 오은영 조지환 가족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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