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을 들고 나와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

4월 21일 용산 하이브 기획사 앞에서는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K-POP 팬들로서 기후 위기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인 사람들(KPOP4PLANET)이다.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KPOP4PLANET은 지난 3월 한 달간 수거했던 '처치 곤란' 앨범은 총 8천 장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원인은 기획사가 진행하는 프로모션의 문제점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현재 기획사는 앨범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앨범 안에 포토 카드, 팬 사인회권을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팬 사인회마다 음반 판매사가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미공개 포토 카드(일명 미공포)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는 기획사가 이전과는 다른 이유로 팬들이 앨범을 구매하게끔 유도했다.

팬들의 앨범 구매 목적은 원하는 멤버의 포토 카드와 팬 사인회권을 얻기 위해서다. 적게는 수십 장, 많게는 수백 장의 앨범을 구매한다. 그 후 남은 앨범은 소유 가치가 사라지고 결국 버려지게 된다.

2021년 6월부터 7월까지 KPOP4PLANET에서 '친환경 K-POP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선 누가 변화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95.6%가 기획사라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덕질을 할 때 친환경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는 69.7%가 앨범 및 굿즈 제품의 과도한 포장 문제라고 답했다. 

또한, 앨범깡(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여 한 번에 개봉하는 행위)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이를 하나의 콘텐츠로 제작 및 소비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팬들과 다른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게 앨범 구매를 유도하고 새로운 소비 형태를 만든다. 이러한 형태가 나타나게 된 이유는 기획사의 지나친 앨범 과잉 생산과 다양한 구성품 때문이다. 결국 이는 소비자에게 구매를 유도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앨범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벌써 시작되었다. 2017년 일본에서 30대 남성이 걸그룹 AKB48의 앨범 585장을 야산에 버려 쓰레기 무단 투기 혐의로 처벌받았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활동을 결정할 수 있는 투표권을 위해 구매했고, 일반 쓰레기로는 처분하기 곤란한 상황이라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투표 시스템은 기획사 프로모션으로 발생한 사건이며, 팬들은 이미 중고 거래나 무료 나눔으로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결국 '쓸모'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강원대학교 제지공학과 류정용 교수는 한 개의 앨범에서 배출되는 종이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 일반인이 분리배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앨범 포장 박스와 염색 용지는 골판지류, 책자나 인쇄용지는 책자류로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소비자가 분리배출의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옳은 걸까?

우리는 기획사가 소비자에게 분리배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SNS상에서는 "기획사들이 CD 마케팅 방식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음반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굿즈를 구매하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더불어 기획사들의 음반 마케팅 방식이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한다고 말한다. 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획사가 지속 가능한 K-POP 소비를 추구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가면을 쓴 기획사의 대처


심각성을 깨달은 기획사들은 변화를 시작했다. 지속 가능한 K-POP을 위해 플랫폼 앨범, 쥬얼 앨범, 친환경 소재 앨범, 키노 앨범 등을 출시했다. 플랫폼 앨범이란 포토 카드를 별도로 배송하며 QR코드 인증을 통해 Takes 앱에서 노래와 컨셉 사진을 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쥬얼 앨범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CD 케이스로 만들어진 앨범으로 업계에서는 저가형 앨범이라고 말한다. 친환경 소재 앨범은 앨범 포토 북 제작 시 FSC(산림관리협의회)의 인증을 받은 환경 보호 소재로 제작되며, 키노 앨범은 작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키노를 블루투스 앱과 연결해 노래와 컨셉 사진을 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이렇게 환경을 생각한 다양한 시도를 보였다. 그러나 기획사는 기존에 판매하던 앨범의 종류를 더 다양하게 만들어 결국 또 다른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었다. 

과연 기획사가 지속 가능한 K-POP을 위한 변화를 시작한 것일까? 시위가 있던 다음 날인 4월 22일 하이브 기획사에서는 소속 가수의 앨범 구성 공지를 했다. 그러나 포토 카드 286종과 키노 앨범 2종, 앨범 5개 공지를 올리며 전날 팬들의 시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행동을 보였다. 심지어 4월 22일은 지구의 날로서 지구 환경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자연 보호자들이 제정한 지구 환경 보호의 날이다. 시기적으로나 기업적 능력으로서나 적절하지 않은 대처 방법이다.

그러나 하이브 소속 가수 방탄소년단은 친환경 엠제코(MZ+ECO) 연예인으로 칭하며 유엔 연설 당시 친환경 원단으로 만든 옷을 입고 연단에 올랐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환경 등을 알리는 연설로 세계 이목을 이끌었다. 또한,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는 멤버의 생일이 되면 해당 멤버의 생일을 기념하며 환경이나 동물 보호 등 다양한 문제에 기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이브 기획사는 언론을 통해 소속 가수를 엠제코 연예인으로서 환경을 생각하는 이미지로 형성했다. 그러나 본인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음반 업계에서는 현재 묵묵부답하는 모습으로 현재까지도 모순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음반 시장의 실질적 소비자, 팬들에게 물었다

 
팬들의 인터뷰 각색 음반 시장의 실질적 소비자인 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
그 내용을 각색

▲ 팬들의 인터뷰 각색 음반 시장의 실질적 소비자인 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 그 내용을 각색 ⓒ 신소현


하이브 기획사는 변화 시도조차 없었다. 또한, 다른 기획사에서도 시도한 방법조차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음반 시장 자체의 변화를 보여줄 방법은 존재한다. 우리는 음반 시장의 실질적 소비자인 팬들이 원하는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실제 아이돌 팬 5명과 함께 기획사 프로모션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결과 대부분 앨범을 구매하는 이유는 포토 카드 수집과 팬 사인회 응모라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도 구매한다고 한다. 구매 후 앨범을 보관하는 팬도 있었다. 그러나 앞서 조사한 것처럼 대다수 팬은 구매한 앨범의 양이 많아 나눔 또는 분리수거를 통해 앨범을 처리한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앨범 처리에 관한 이유를 묻자 되팔기 힘든 앨범과 굿즈로 자리 차지가 커 버릴 수밖에 없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경우가 본인에게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 팬덤 전체에게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는 소비자에게 문제 해결을 떠넘기는 기획사의 문제이자 기획사의 변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들이 바뀐다면 팬덤에서 앨범을 구매하는 방식과 문화가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앨범 판매 방식에 관하여 묻자 포토 카드만 따로 구매하는 플랫폼 앨범을 발전시켜 주된 앨범 판매 방식으로 도입하고 팬 사인회 응모 및 앨범 형식의 변화를 주어 구매 시 구성품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음반 시장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

2019년 음악 산업 단체가 '음원 사재기' 근절을 위한 행동 강령을 선포했다. 그러나 이는 '음원 사재기 의혹 해소', '건전한 음악 감상 문화' 등의 단어를 보면 음반 시장보다 음원 시장에 치중되어있는 행동 강령이라고 볼 수 있다. 
 
제안하고자 하는 행동 강령 음원 시장이 아닌 음반 시장에 국한 하는 행동 강령을 제안하고자 함

▲ 제안하고자 하는 행동 강령 음원 시장이 아닌 음반 시장에 국한 하는 행동 강령을 제안하고자 함 ⓒ 신소현


따라서 음반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행동 강령을 제안하고자 한다.행동 강령을 선포하며 기존 기획사에서 제시한 환경 보호 앨범 중 플랫폼 형태의 앨범이 더욱 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구매 이유 중 가장 큰 '팬 사인회 응모'와 '포토 카드'를 플랫폼 형태의 앨범을 구매할 때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율 규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앨범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위한 일반 앨범도 판매하지만 포토북의 최대 페이지 수를 정해 규제할 필요도 있다.

현재 음반 시장에서는 풀어가야 할 큰 숙제는 지속가능한 K-POP 소비이다. 음반 업계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면, 세계적으로 커지는 K-POP의 위상은 더 높아져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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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시장 행동강령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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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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