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야구단'의 첫 방출자가 나왔다. 5월 28일 방송된 KBS 1TV <청춘야구단-아직은 낫아웃>에서는 KIA 타이거즈와의 첫 번째 공식 경기에 이어, 청각 장애인 김동연과 무릎수술을 받은 투수 유욱현이 방출자로 선정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청춘야구단은 KIA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1회 선취점을 따내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3회 말 2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했으나 잘 맞은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낸 좌익수 전태준의 호수비로 위기를 벗어났다. 한동안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으나 청춘야구단은 5회 투수 이창율이 연속 안타를 허용한 데 이어 중견수 손정빈이 공을 뒤로 빠뜨리는 실수까지 저지르며 동점을 허용했다.
 
손정빈은 현재 독립야구단 가평 웨일스 소속의 외야수였다. 2020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 포수 손성빈(현 상무)의 친형이기도 하다.
 
2016년 만 16세의 나이에 부친을 잃은 손정빈은 "집안의 장남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문제 때문에 책임감이 더 생겼다"라고 고백했다. 동생 손성빈이 드래프트된 날 야구를 그만두고 취직할 생각도 했다는 손정빈은 "내가 돈벌이를 못하는데 동생이나 엄마한테 받기도 싫었다. 그런데 동생이 '형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왔다'고 말했고, 엄마도 '네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며 "가족의 응원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특히 손정빈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어머니였다. 손정빈은 어머니를 "멋있는 분"이라고 이야기하며 "두 아들을 키우느라 너무 고생하셨다. 제가 나은 삶을 살고싶다기보다 돈이 생겨서 엄마가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수성 청춘야구단 코치도 역시 스타플레이어인 형(정수근)과 늘 비교당해야 했던 비슷한 동질감 때문에 손정빈에게 공감하며 애착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청춘야구단은 5회 1-1로 동점을 허용하자 이창율을 내리고 조부겸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청춘야구단은 견제 플레이를 하던 상황에서 이번엔 내야수들의 어이없는 송구실책으로 또다시 한 점을 내주며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김병현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리드를 잡은 KIA는 2021년 1군 필승조로 맹활약했던 박진태를 마운드에 올렸다. 1군 상위 레벨의 투수를 상대로 청춘야구단 타선은 압도당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청춘야구단은 선수교체를 통한 분위기 전환을 고심했으나 1루수로 투입할만한 마땅한 자원이 없었다. 외야수였던 김영우가 "어디든 기회만 있으면 할 수 있다"며 1루수에 자원했다.
 
미국 출생이었던 김영우는 국적을 선택해야 했던 만 18세 때 프로선수가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국 국적을 선택까지 병역의무까지 소화할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이 깊었다. 하지만 연세대 재학 시절 오른팔에만 세 번의 수술을 받아야했던 심각한 부상으로 프로 진출에는 실패했다. 가는 팀마다 주장을 맡았고 소속된 독립리그팀에서도 항상 주전으로 출장하마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현재 청춘야구단에서는 후보 신세였다.
 
김영우의 아버지는 아들의 심각한 부상을 모르고 "그렇게 못하는데 그만두라"는 모진 이야기를 했다며 많이 신경써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는 "지금까지 잘 해왔고 너 때문에 엄마 아빠는 행복했다"며 아들을 응원했다.
 
김영우는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언제 떨어질지 몰라도 매번 나올 때마다 더 어필하려고 노력하겠다"라며 야구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다행히 김영우는 경험이 많지 않은 1루수 자리에서도 안정된 포구로 정근우 코치의 칭찬을 들었다.
 
청춘야구단은 8회말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했으나 베테랑 금유성이 삼진과 내야땅볼로 후속 타자들을 돌려세우며 고비를 넘겼다. 마지막 9회 공격을 맞이한 청춘야구단은 고민성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동점의 기회를 잡았다.
 
김병현 감독은 김동연을 대타로 투입하며 직접 귓속말로 번트작전을 지시했으나 김동연은 웬일인지 타석에서 번트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김동연은 결국 허무하게 삼구삼진으로 물러나고 김병현 감독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덕아웃으로 돌아온 김동연은 김병현의 질문에 "(작전 지시를)못 들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후속타자마저 삼진을 당하며 경기는 1-2 청춘야구단의 패배로 끝났다.
 
김병현 감독은 선수단과 모여 경기를 복기하며 실책으로 인한 단 1점 때문에 승부가 갈렸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선수들이 팀플레이보다는 생존경쟁을 의식하여 개인플레이에 치중하는 것과 불안한 수비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쓴소리를 했다. 김병현 감독은 "이건 개인 스포츠가 아니라, 팀이고 단체운동"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코칭스태프는 첫 번째 방출자를 선정하기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김병현은 "우리가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으니까. 마음은 솔직히 다 가고 싶었는데, 현실을 정확하게 이야기해 줄 필요는 있을 것 같다"라며 결심을 밝혔다.
 
고심 끝에 선정한 청춘야구단의 첫 번째 방출자는 김동연이었다. 직접 면담에 나선 김병현은 "이제 야구 안 하면 뭐할 거냐"라고 질문했다. 고민하던 김동연은 "최선을 다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길을 가겠다"라고 대답했다. 김병현은 김동연의 야구에 대한 진정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냉정한 현실을 말하면, 김동연이 프로에서는 뛰기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묵묵히 김동연을 바라보던 김병현은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밖에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응원하겠다. 다른 것을 해도 야구만큼 열심히 할 수 있지?"라고 응원했다. 김동연은 씩씩하게 "네"라고 대답했고 김병현은 따뜻한 포옹으로 작별인사를 전했다. 김동연은 "탈락해서 너무 죄송하고 야구를 안 하더라도 다른 길로 가서 열심히 응원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두 번째 탈락자는 투수 유욱현이었다. 투수코치 한기주가 유욱현을 면담했다. 무릎수술 때문에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이지 못한 유욱현의 모습에 한기주 코치는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

뭔가 보여줄 기회도 없이 방출당할까봐 불안해하는 유욱현에게 한기주는 "아픈데 참고 하는 게 제일 미련한 짓이다.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다가 스스로 망가지는 거다. 자기관리를 해야만 야구를 오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치 과거의 한기주 스스로에게 하는 독백처럼 들렸다.
 
우려한대로 유욱현은 끝내 방출명단에 올랐다. 코치들은 부상 때문에 실전에서 한번도 보여주지못하고 방출시키는 것을 아쉬워했으나, 투수출신인 김병현 감독은 "부상도 자기가 관리해야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안아프고 실력을 보여줬더라도 한계가 있어보여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한기주는 유욱현에게 방출을 통보하면서도 "오늘 경기가 다는 아니다. 서운하겠지만 게임을 못 나가게 했던 했던 이유도 그거다"라며 위로했다. 유욱현은 아쉽지만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아프면 야구를 못하니까. 결과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과정을 못 만드는 거니까. 그게 제가 느끼는 감정 중에 제일 힘들다. 그래도 아직은 '낫아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열심히 잘 준비하겠다"고 새로운 도전을 다짐했다.

<청춘야구단>은 프로구단에서 방출됐거나 드래프트에서 미지명됐던 선수들이 다시 프로행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선수들 대부분이 현재 독립리그 구단 소속이고, 감독인 김병현의 언급을 통하여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프로에 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이미 우려되었던 부분은, 현실성 없는 프로젝트와 이해하기 어려운 서바이벌식 구성이었다. <청춘야구단>은 애초에 방송을 위하여 시한부로 급조되었고 심지어 전문적인 지도자 경력도 부족한 코칭스태프로 구성된 팀이다. 방송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참가자들이 소속된 독립리그 구단보다도 환경이 크게 나을 것도 없는 실정이다.
 
평생을 꾸준히 야구만 해오고도 프로행에 실패했던 선수들을 <청춘야구단>에 모아서 단지 몇 달간 훈련시킨다고 해서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청춘들의 꿈과 도전'이라는 허울좋은 핑계를 내세워 결국 감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구에 인생을 건 출연자들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와 달리, 마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중도 탈락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물론 실제 프로 구단에서도 경쟁과 방출은 일상적인 과정이다. 방출자로 선정된 김동연과 유욱현은 현실적으로 <청춘야구단>에 기여하거나 프로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문제는 타이밍과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선수들을 방출시킬 것이었다면 아예 처음부터 왜 뽑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동연이 청각에 문제가 있고 팀 내에서 실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발탁 전부터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유욱현은 수술받은 무릎 때문에 아예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도 잡지 못했다.
 
<청춘야구단>이 정말로 진지하게 선수들을 프로에 보내는 게 목표였다면 애초에 선수선발 과정에서부터 실력이나 몸 상태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배제했어야 맞다. 공식전으로 불과 1경기, 자체 청백전까지 포함해도 고작 2경기만에 방출통보를 내릴 정도로 기량미달이라면, 애초에 선수선발부터 잘못되었다는 의미다. 

축구를 소재로 한 전작인 <청춘FC>가 선수선발을 위한 오디션 과정부터 세밀하게 보여준 것과 비교하여 <청춘야구단>은 이를 최대한 생략하고 일단 일단 팀을 꾸린 채 탈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방송에 비치는 모습은 주로 참가자들의 생존과 방출이 결정되는 서바이벌식 평가전과, 경기 중간중간 엮어낸 안타까운 사연이다. .

코칭스태프들은 서바이벌로 생존과 탈락자를 결정해야 하는 일정에 쫓긴다. 청춘들의 간절한 꿈과 사연을 그저 방송분량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로 여기는 이상, <청춘야구단>은 실패한 '방송용 야구단'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청춘야구단 청춘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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