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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편집자말]
"여보, 나 한 5년만 더 하고 일을 그만두면 안 될까?"
"어? 왜, 무슨 일 있었어?"


남편이 직장에서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나 보다.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 보지만 갑작스레 일을 그만두겠다니, 지나가는 투정이라 받아들여도 머릿속이 아찔해진다. 마흔을 넘겨 시작한 정식 직장이다. 정년을 꽉 채워도 시원찮을 판에 자발적 조기 퇴직이라니... 날려버릴 연금에 불안한 노후가 그려져 순순히 동의할 수가 없었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에 대한 걱정은 50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이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에 대한 걱정은 50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이다.
ⓒ envato ele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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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가까운 지인 한 분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50대 중반 회사원인 지인의 남편이 요즘 부쩍 위기감을 호소한다고 한다. 언제 퇴사 압력을 받을지 모른다며 말이다. 아내에게는 씀씀이를 줄이라는 잔소리가 늘고, 자신은 두 번째 취업을 위해 각종 자격증 공부에 열중한다고 한다. 불안한 은퇴 후를 최대한 대비하려는 그분의 심정에 십분 공감이 간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에 대한 걱정은 50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이다. 아직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의 교육비와 각종 대출금도 계속 상환해야 하고, 부모님 부양의 부담도 한참인데, 은퇴 시기는 점점 다가오니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은퇴시기는 55세 무렵인데 연금은 65세부터 나오니 그 붕 뜬 기간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금제도들마저 조만간 대폭 손보지 않으면 머지않아 기금 고갈이 예상된다고 하니 설마 하며 막연히 미뤄둔 두려움마저 엄습한다. 이러다 60대는 물론이고 약해진 몸으로 70대, 80대까지 돈 버는 일에서 헤어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어 착잡해진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에 대한 걱정

은퇴 후 걱정을 하다 마침 불안정한 노후로 내몰린 미국의 60대, 70대들의 삶을 다룬 논픽션 책 제시카 브루더의 <노마드랜드>를 읽게 되었다. 은퇴 후 노년 노동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양극화가 더 심하다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미국 전역을 차로 떠돈다는 미국 노인들의 고단한 삶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노마드'라 불리는 이들은 한때 소프트웨어 회사 임원, 주유소 주인, 음악 교사, 맥도널드 부사장, 건축가, 광고 아트디렉터 등으로 건실한 중산층 생활을 영위해 왔다. 하지만, 2008년 미국의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촉발된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파산하고 밴과 스쿨버스, 캠핑용 픽업트럭, 여행용 트레일러와 낡은 세단 등 차에서 살게 된 사람들이다.
 
   길 위에 떠돌면서도 생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노마드들의 삶
  길 위에 떠돌면서도 생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노마드들의 삶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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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여름에는 국립공원 캠핑장 관리인으로 일하고, 9월쯤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미국 각지의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고용되어 일한다. 캠핑장의 초과노동도 힘겹지만, 축구장 13개쯤 붙인 거대한 아마존 창고의 노동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진통제 없이는 일을 할 수가 없고, 추운 겨울을 차가운 작은 차에서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

낮은 임금으로 높은 월세와 대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전통적 정주 방식에서 밀려나 길 위에 떠돌면서도 생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노마드들의 삶이 애처롭다. 성실히 살아온 젊은 날의 결과가 노년의 극빈이라니. 사회보장 연금이(우리나라의 기초연금 같은) 있지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그저 개인적으로 악전고투하며 일상을 연명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리 고달파 보이는 유랑생활인데, 신기하게도 몇몇은 의도치 않은 행복을 발견했다고 한다. 노마드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인간애를 느끼고,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고 자족적으로 사는 것에 자유롭다고 느꼈다 한다. 바로 이 두 번째 부분이 나의 이목을 확 집중시켰다. 고작 한 차 공간만큼의 물건들만 가지고도 자유롭고 행복했다고?

책 속에 등장하는 64세의 여성 린다 메이는 자신이 RV(미니밴, 지프, 소형 승합차 등)에서의 검소하고 노마드적인 삶에 적응한 이후 달라졌음을 고백한다. 자신이 자족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느껴졌고,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다 경험해 봤지만 가장 행복한 때는 가장 적게 가졌을 때인 것 같다고 말한다. 린다처럼 차에서 거주하는 생활은 엄두도 안 나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적게 가지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에는 눈이 번쩍 뜨인다.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남들 집에 있다는 건 뭐든 빼놓지 않고 갖춰놓고, 쟁여놓아야 안심이 되는 이 세태 속에서 과연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행복하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호기심과 의구심이 마구 일었다. 결혼하고 식구가 늘면서 살림을 늘리고, 집 평수를 늘리는 데만 온 관심을 쏟았지, 줄일 생각은 도통 해보지 못했는데... 최소한의 물건으로 산다는 게 어찌나 참신하게 들리는지! 

나는 나름 물욕 없이 단출하게 사는 편이라 여겼는데도, 다시 집을 둘러보니 사용하지 않는 많은 물건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 찬장에서 먼지만 타고 안 쓰는 그릇들과 옷장마다, 서랍마다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는 사계절 옷들, 일 년이 가도록 펼쳐보지 않는 책장의 책들이 군더더기처럼 느껴졌다.

은퇴 준비의 시작은 미니멀리즘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는 사계절 옷들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는 사계절 옷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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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적어지는 수입에 맞추어 소비 수준을 내리고, 살림도 줄여나가는 것이 분명 자연스러운 이치일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은퇴 준비의 시작은 삶의 규모를 좀 더 작게, 과감히 정리하고 버리는 것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주 단순하지만 나에게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런 생활 방식을 미니멀리즘이라 하고, 이에 동의하고 실천하는 이들을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른단다. 알고 보니 내 주변에도 미니멀리즘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 꽤 계셨다. 어떤 분은 미니멀리즘 카페 활동에 참여하며 집안의 물건들을 지속적으로 처분하고 계셨고, 냉장고와 세탁기 없이 사신다는 어느 작가분의 강연에 참석하고 오신 지인의 이야기도 그제야 주의 깊게 들렸다.

네 식구 살림살이에 냉장고, 세탁기까지 없애는 일은 나의 자유시간을 모두 포기하라는 말로 들리기에 당장 그렇게까지 행할 수는 없지만, 쓰지 않는 물건 줄이기와 소비규모 줄이기는 요령껏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관점이라면, 은퇴를 꼭 불안하고 걱정거리로만 볼 게 아닌 것 같다. 뭔가를 늘려갔던 삶의 방식을 중단하고 조금씩 줄여가는 삶의 방식으로 전환을 이루어내는 시기를 은퇴라고 다시 규정하고 싶다. 결국 직장에서의 은퇴일 뿐이지 삶에서의 은퇴는 아닌 것이고, 줄이는 삶으로도 여전히 행복할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또 한 가지 기억할 사실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누구나 빈 손으로 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은퇴는, 물건에 대한 욕심도, 지위에 대한 집착도 모두 내려놓는 연습, 그렇게 조금씩 삶을 비워내는 연습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은이), 서제인 (옮긴이), 엘리(2021)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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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궁금한 게 많아 책에서, 사람들에게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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